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 전반적인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평균 생존율은 증가했지만 건강한 노후를 대비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세계 파킨슨병의 날(4/11)을 맞아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안태범 교수와 신경외과 박창규 교수에게 파킨슨병의 진단과 치료법을 물어봤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에 분포하는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들이 죽어가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계 퇴행성 질환이다. 의료기술 발전에 따라 심혈관질환, 암 등에 대한 치료수준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파킨슨병은 아쉽게도 원인조차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질환이다. 근본적인 치료법 또한 없어 조기진단을 통한 적극적인 사전관리가 중요하다.

파킨슨병은 크게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특발성 파킨슨병’, ▲뇌졸중, 감염 후 뇌병증 등에 의한 ‘이차성 파킨슨병’, ▲파킨슨병과 유사하나 치료에 반응이 미약하고 진행이 좀더 빠른 ‘파킨슨증후군’로 나눌 수 있다.

초기 치료 중요, 어르신 행동변화 민감하게 관찰해야

퇴행성 질환의 특성상 증상이 서서히 악화되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눈에 보이는 증상이 많아진다. 대표적인 증상은 행동이 느려지는 ‘서동증’, 몸이 뻣뻣하여 움직일 때 부자연스러운 ‘강직현상’, 손·발 떨림(진전, tremor)이다. 진행 정도에 따라 얼굴이 무표정해지거나, 말소리가 작아지고 거동 시 중심잡기를 어려워하기도 한다.

파킨슨병은 뇌신경세포가 파괴된 후 수년이 지나야 증상이 나타나며, 여러 가지 증세를 복합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전문 의료진의 진찰을 통해 정확하게 진단 받아야 한다. 진단기준은 운동증상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떨림과 서동 등 주요 증상이 두 가지 이상 있으면서 이 증상들이 파킨슨병 약물로 호전되는 것이 확실할 때 파킨슨병으로 임상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안태범 교수는 진단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경학적 진찰 소견”이라며 “필요에 따라 이차성 파킨슨증, 파킨슨증후군과 구별하기 위해 뇌 MRI를 시행할 수 있으며 뇌 속 도파민 부족을 확인하는 페트(PET)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7만 명에서 15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치료를 하는 환자는 20%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복싱영웅인 무하마드 알리는 파킨슨병 발병 후 30여년 간 관리와 재활 치료를 잘 한 덕분으로 큰 건강이상 없이 생활해 조기에 치료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파킨슨병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약물’이다. 증상 대부분을 호전시킬 수 있으나 퇴행성 질환의 특성상 ‘완치’의 개념은 적용되지 않는다. 즉, 시간이 흐를수록 약물에 대한 반응과 효과가 감소하게 되고, 약물 증량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뇌심부자극술을 이용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뇌심부자극술은 뇌의 문제가 되는 운동회로에 직접 전기 자극을 주어 회로의 변화를 유도하는 수술이다. 이를 통해 운동증상을 개선하고 약물 조절을 용이하게 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신경외과 박창규 교수는 “환자별 약물 반응과 상호 작용 간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에 맞는 최선의 치료를 선택해야 한다”며 “약물 조절과 수술자극 조절이 동시에 이뤄지면 호전속도 및 효과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파킨슨병은 신경과와 신경외과와의 협진을 토대로 다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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