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에 의해 정확한 병기 진단과 예후 예측이 어려운 대장암을 인공지능으로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보통 암 환자의 치료 계획은 종양 크기 및 임파선·원격 전이 여부 등에 기반한 병기(TNM, 종양(Tumor), 림프절 (lymph Node), 전이 (Metastasis))를 기준으로 수립하는데 대장암은 병기만으로 예후가 명확히 예측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대병원 병리과 연구팀(강경훈·배정모·유승연)은 2005∼2012년 채취한 대장암 환자 578명의 조직 슬라이드를 자체 제작한 AI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 고가의 대장암 병기 진단 방법에 견줘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장암은 우리나라에서 발생률 2위, 사망률 3위를 차지하는 암으로 병기를 기준으로 치료계획을 세우는데 병기가 조기이면 수술 후 추적 관찰하고, 그보다 진행된 병기는 수술 후 항암치료를 추가한다.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여서 수술로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항암치료 위주로 진행한다.

이처럼 병기 진단이 중요한 건 수술 후 환자의 5년 생존율을 잘 반영하기 때문인데 대장암은 2기로 판정된 환자가 3기보다 더 나쁜 경과를 보일 때도 있어 병기만으로 예후가 명확히 예측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요즘은 환자의 전체 유전자 발현 양상을 파악해 대장암 병기를 분류하는 'CMS 기법'이 쓰이고 있지만, 값비싼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AI 진단을 고안했고 환자의 조직 슬라이드를 스캔해 디지털 이미지로 만든 다음 종양 조직 내 면역세포 침윤 및 섬유화 정도에 따라 대장암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AI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연구팀은 이 진단기술을 대장암 환자에 적용한 결과, 기존 CMS 기법과 병기 및 예후 분류가 동일했다고 설명했다.

2007∼2012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또 다른 대장암 환자 283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도 이런 유효성이 관찰됐다.

연구팀의 배정모 교수는 "새로 개발한 AI 분류법으로 기존 CMS와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은 조직병리 이미지에 대한 AI 기반 분석이 유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기존에 알려진 예후 인자들과 함께 진단에 활용하면 재발 위험성이 높은 대장암 환자를 보다 잘 찾아내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암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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