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으로 인한 발작을 실시간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다른 뇌 질환 연구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단장 현택환) 연구팀은 뇌 여러 영역의 포타슘(칼륨이온(K+)) 농도 변화를 동시에 측정하는 고감도 나노센서를 개발하고 뇌전증이 있는 쥐의 5단계로 나뉘는 발작 정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의 불규칙한 흥분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흥분한 뇌 신경세포는 포타슘(칼륨이온)을 바깥으로 내보내며 이완한다. 만약 신경세포 내 포타슘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흥분 상태가 유지되면 뇌전증의 증상인 발작과 경련이 일어난다. 따라서 광범위한 뇌 영역의 포타슘 농도 변화를 측정하면 발작 정도를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살아 있는 동물의 신경세포가 흥분할 때 세포막의 이온통로를 통해 이동하는 여러 이온 중 입자 크기가 작은 포타슘만 선택적으로 측정하기가 용이하지 않고 기존 기술로는 배양된 신경세포나 마취 상태의 동물 등 제한된 환경에서만 농도를 측정할 수 있어 실제 발작이 일어난 상황에는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포타슘 이온과 결합하면 형광을 내는 염료를 나노미터 크기 입자에 넣은 뒤, 나노입자 표면에는 포타슘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얇은 막을 코팅해 포타슘 나노 센서를 개발해 염료가 내는 형광의 세기를 바탕으로 포타슘 이온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이 센서를 살아 있는 생쥐의 뇌 해마, 편도체, 대뇌피질에 주입한 뒤 전기적 자극을 가해 발작을 일으켜 포타슘 농도 변화를 측정했고 그 결과 부분발작이 일어나는 경우 자극이 시작된 뇌 해마에서 편도체, 대뇌피질 순으로 순차적으로 농도가 증가했다. 반면 전신발작이 일어날 때는 3개 부위 포타슘 농도가 동시에 증가하고 지속시간 역시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택환 단장은 "기존 기술로는 실험실에서 배양된 신경세포나 뇌 절편, 마취상태의 동물 등 제한된 환경에서만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반면 이번에 개발한 나노센서를 이용하면 뇌전증에 의한 발작 정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뇌 여러 영역의 포타슘 농도 변화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어 뇌전증을 포함해 포타슘 이온 농도와 관련이 있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다른 뇌 질환 연구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