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선거가 다가오면서 선거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아직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은 시작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출마를 선언한 다수의 후보들은 여러 모임에 얼굴을 내밀고 전국 각지를 순회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시작 전부터 여러 가지 잡음이 있었습니다. 투표권 확대와 투표 방식 변경 여부를 놓고 임시대의원총회까지 열렸으나, 대의원총회 의결 사항이 불확실하여 총회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됐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고민 끝에 기표소투표 방식을 이번 선거에서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고, 투표 방식 변경을 발의했던 경만호 동북아메디칼포럼 대표는 법원에 우편투표용지 발송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낸 상황입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의협회장 선거 일정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입니다.





기표소투표 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의 핵심에는 전공의 ‘몰표’ 의혹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 선거에서 일부 병원 전공의들이 대리 투표를 한 정황이 있었기에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기표소투표 병행 방안이 나온 배경에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전공의 대리 투표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모양이 곧 그 나라의 수준을 드러내는 것처럼, 의협회장 선거의 수준은 곧 우리 의사 사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시작도 하기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의협회장 선거를 바라보는 민초 의사들의 심경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우선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실망스럽다. 대의원총회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대의원총회가 끝난 후 의장이 안건 발의자에게 이미 의결된 안건의 구체적 내용을 되물어야 했던 일은 그야말로 해프닝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의사 단체 수장을 뽑는 선거와 관련된 논쟁을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까지 들고 가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진 것도 일반 회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또한 의사들의 자존심을 가장 크게 훼손시킨 것은 전공의 몰표 논란입니다. 우편투표냐 기표소투표냐를 놓고 벌어진 공방을 보고 있노라면, 대학병원 전공의들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고 각 병원의 전공의 대표들은 개인적 호오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훔치고 남용하는 파렴치한인 듯한 느낌마저 드니 말이죠.





선거는 집단 전체의 총의를 모으는 절차이고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기제입니다. 선거가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지고 최선의 후보를 가려내는 결과를 얻는 것은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결국 의사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평범한 다수 의사들의 몫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후보들이 아무리 이전투구를 벌이더라도, 선거의 규칙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의사들 개개인이 합리적 판단으로 소신껏 선거에 참여한다면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킬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전공의들은 특히 더 많이 투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남의 의혹을 살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선배 의사들의 공방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바쁘고 힘든 시절이지만, 그렇다고 몰표 논란을 합리화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모든 의사들은 학연과 지연 등에 휘둘리지 않고 정확한 판단을 내림으로써 구태의연한 선거운동에 목맸던 후보들을 부끄럽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높은 투표율로써 ‘모래알 집단’이라는 자괴감도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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