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이 지난 24일 존엄사(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를 인정한 고등법원의 판결에도 불복하고 결국 대법원에 상고키로 결정했습니다.





연세의료원은 오늘(25일) 상고장을 대법원에 제출하고 향후 20일 내에 상고 이유서를 낼 계획입니다.





의료원이 이처럼 대법원 상고를 결정한 배경에는 고등법원의 2심 판결이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요건을 제시했지만 요건들 간의 연관 관계가 모호한 부분이 있어 보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위한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그렇다면 연세의료원의 상고 이유 핵심은 무엇일까?





의료원측 변호인인 박형욱 변호사는 “고등법원의 판결은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대한 요건을 제시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그러나 요건 간의 관계가 모호한 부분이 있고 이 요건들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대법원 상고를 택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0일 판결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4가지 요건으로 ▲회생가능성 없는 비가역적인 사망과정에 진입 ▲환자의 진지하고 합리적인 치료 중단의사 ▲중단을 구하는 치료행위의 내용 ▲의사에 의한 치료 중단의 시행 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연세의료원이 주장하고 있는 상고 이유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환자가 비가역적(非可逆的)인 사망과정에 진입했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환자의 의사 확인이 필요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박 변호사는 “환자가 비가역적 사망과정에 진입했을 때에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기 위해 당사자의 의사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이 경우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지속하게 되는 것인데, 이는 어떤 의미에선 과잉진료 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회생 불가능한 비가역적인 사망과정에 이른 것으로 판단됐는데 김모 씨처럼 당사자의 치료 중단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기 힘든 경우 보호자와 병원이 치료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상고의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호흡, 심장기능, 혈압 등 신체 기능에 문제가 없어 여명이 상당한 것으로 예상되는데 단지 인공호흡기를 떼면 사망하는 경우를 비가역적 사망과정에 진입했다고 판단해야 하는 지 여부입니다.





박 변호사는 “김모 씨처럼 인공호흡기에 생명을 기대고는 있지만 대부분 신체 기능에 문제가 없어 상당한 여명이 예상되는 경우에도 인공호흡기를 떼면 비가역적 사망에 이른 것으로 봐야 하는지 고등법원에선 언급되지 않았다”며 “이 부분도 대법원에서 명확히 가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원고인 환자 김모(76) 씨측은 2심 판결만으로도 존엄사의 기준이 마련된 충분한 판결이라며 피고측의 상고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원고측 변호인인 백경희 변호사는 “존엄사를 인정한 1·2심 판결과 고 김수환 추기경의 무의미한 연명치료 반대의사, 존엄사 입법화 진행 등으로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포용성이 충분히 커졌다고 본다”며 “연세의료원이 비약상고를 발표할 때부터 대법원 행이 예측됐었지만 환자를 위한다면 상고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백 변호사는 “연세의료원의 항소 목적처럼 존엄사 요건이 구체화 됐기 때문에 상고는 시간 낭비”라며 “혹시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히더라도 이번 소송은 1·2심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법원, 상고 받아들일지 '촉각'…상고심 중 환자 사망하면?





한편 연세의료원이 상고를 결정 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이 연세의료원의 상고를 받아들이면 3·4월 중 재판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통상 대법원은 약 60%정도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시켜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법원이 상고이유, 법률적 해석, 항소심(2심)의 재판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종 판결이 필요 없다고 결정하면 상고를 기각, 결국 항소심 판결이 확정 판결이 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환자인 김모씨의 상태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대법원이 상고를 받아들이더라도 원고인 김 씨가 판결이 나오기 전 사망하면 소송인이 사라지는 것으로, 더 이상 소송이 유지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소각하 판결이 내려집니다. 이렇게 되면 존엄사의 기준을 제시한 1·2심 판결은 모두 판례로서의 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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