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간경화는 제외

전 세계에서 2억 6천만명이 앓고 있는 만성 B형간염. 완치 후에도 평생 약을 먹어야 했던 만성 B형간염 환자가 혈청 표면항원이 사라진 후 항바이러스치료를 중단해도 안전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기존에는 혈액 내 B형간염 표면항원이 소멸돼 기능적 완치로 판정받아도 쉽사리 치료제 복용을 중단하기 어려웠다. 장기간 복용하던 약을 중단할 경우 바이러스가 재활성화 돼 간 기능 악화, 간 부전,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 이에 부득이 환자는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했고 그에 따른 내성, 부작용,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었다.

서울대병원 내과 이정훈 교수, 김민석 임상강사 연구팀은 국내  16개 대학병원의 공동연구를 통해 항바이러스제를 오랫동안 복용해서 혈액 내 표면항원이 사라진 환자 276명을 분석했으며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유지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안전성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표면항원 재전환 빈도, B형간염 바이러스 DNA 재검출, 간암 발생위험 등을 직접적으로 비교한 결과, 두 환자군 간 차이가 없었다. 즉, 표면항원이 소실됐다면 항바이러스치료를 중단해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만성 B형간염 항바이러스치료 종료시점을 결정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현재 미국, 유럽, 국내 진료지침에 따르면 표면항원 소실 후 항바이러스치료 중단을 권장하지만, 그 근거를 명확하게 입증한 연구는 없었다. 표면항원이 소실되는 사례가 워낙 드물어 충분한 표본수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항바이러스치료를 유지한 사람과 중단한 사람을 비교한 최초의 연구다. 이는 만성 B형간염 환자의 항바이러스치료 종료의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내과 이정훈 교수는 “항바이러스제를 장기간 복용한 환자에 대한 고민이 많았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치료 종료시점을 명확히 정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항바이러스치료중인 만성B형간염 환자 중에 혈청에서 표면항원이 검출되지 않으면 항바이러스 약제를 중단해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다만 “간암이 있거나, 간기능이 나쁜 간경화 상태의 경우는 제외된다”고 전했다.

김민석 임상강사는 “이번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증명이 필요하지만, 명확히 입증하지 못했던 문제였다”면서 “국내 여러 기관이 힘을 합쳐 해결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영국 소화기학회지(Gut, IF=17.943)’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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