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7‧남)씨는 당뇨를 15년 동안 앓으면서 합병증으로 콩팥이 나빠져 주 3회 신장 투석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뉴스를 TV에서 볼 때마다 A씨는 가슴이 더 철렁 내려앉는다. 다른 사람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웬만하면 병원 방문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A씨는 신장투석을 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 관리할 수 있는 복막투석도 고려해봤으나 혈당 수치가 나빠 그마저도 힘들다. 현재는 주치의와 상의하며 이상징후를 살피고, 스스로 영양관리와 감염수칙을 지키면서 이 어려운 시기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평소 건강한 사람들보다 감염에 대한 불안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기저질환’은 폐질환과 고혈압‧당뇨‧천식처럼 본인이 평소 가지고 있는 만성적인 질병을 뜻한다. 만성 콩팥병은 대표적인 기저질환이다.

콩팥은 우리 몸에서 노폐물과 수분‧염분 배설을 통해 체내 평형상태를 유지한다. 콩팥기능은 혈압조절과 조혈작용‧뼈 대사에도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콩팥기능이 3개월 이상 계속해서 떨어지면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콩팥병 환자에게서 고혈압과 당뇨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만성 콩팥병으로 콩팥기능이 떨어지면 빈혈과 어지럼증‧피부 가려움증‧식욕 감퇴‧구토‧호흡곤란‧전신 피로감‧불면증 등이 생긴다. 심하면 전신 부종과 심한 호흡곤란을 동반한 의식저하 증상도 나타난다.

콩팥병은 ▲콩팥 기능이 정상일 때 (1기) ▲약간 감소 (2기) ▲다소 감소 (3기) ▲많이 감소 (4기) ▲투석 임박 (5기)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1~5기로 나눈다. 1~3기 환자에게서 임상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4기부터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빈혈이다. 콩팥이 조혈 호르몬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체내에 인이 저류되면서 뼈가 약해지고 혈관 석회화가 심해지면서 심혈관질환 위험도도 증가한다.

1~3기에 해당하는 초기 환자들은 4~5기로 진행되지 않도록 기저질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미 4~5기로 진행됐다면, 향후 투석 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생활습관과 빈혈‧인‧칼륨 관리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필요하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이성우 교수는 “고혈압과 당뇨만으로도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연구도 있어 사실상 모든 단계에서 위험하다”며 “특히 3기 후반 환자로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다면 면역기능도 약하다고 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