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세금을 내러 가도 체온계가 OK해야…디자인과 성능 천차만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1세기 지구에 퍼지면서 가장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 인간의 문명도구 두 가지가 있다. 마스크와 체온계다.

마스크는 전염병 공포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보호장치로 ‘제2의 피부’로 여겨지고 있을 정도다. 마스크는 ‘포스트 코로나19’에도 무럭무럭 진화해 다양한 성능을 탑재한 최첨단 제품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은 체온계다. 어디를 가더라도 체온계를 들이댄다. 체온계는 폐쇄회로(CC) TV보다 더 많다. 체온계를 통과해야 출입이 허용된다. 병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나라에 세금을 내러 세무서에 가더라도 체온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체온계는 온라인과 홈쇼핑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체온계가격대도 2~3만원부터 시작해 10만원을 훌쩍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약국에서는 일회용 체온계도 팔고 있다. 체온계 디자인과 성능도 천차만별이다.

체온계의 종류는 크게 접촉식체온계와 비접촉식체온계 두 가지로 나눈다. 겨드랑이와 입, 얼굴, 이마에 접촉해 체온을 측정하는 체온계가 접족식 체온계다.

체온은 몸의 온도다. 체온은 측정방법과 측정 부위에 따라 결과 값이 다르다. 가장 정확한 체온은 항문에서 재는 심부체온이다. 항문에 체온계를 넣어 측정한다. 심부체온 값은 36.9~38.3도까지로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정상체온(35~37.5도) 보다 높다.

다음은 구강체온이 정확하고, 겨드랑이‧귀‧목‧이마 등 말초로 내려갈수록 체온은 낮아진다.

의학적으로 정상체온보다 약간 높은 37.5~38도 정도면 ‘미열’이라고 한다. 38~39도면 ‘열이 난다’ 하고, 39도 이상이면 ‘고열’이라고 한다.

비접촉식체온계는 코로나19 이후로 급속하게 보급됐다. 비접촉식 체온계는 측정 부위에 따라 결과 값의 차이가 크다. 이마‧얼굴‧팔 등을 기준으로 잡는다.

사람은 항온동물이라지만 체온은 계속 변한다. 일‧월‧연중 측정 시기에 따라 변한다. 연령에 따라 측정값이 다르기도 한다.

체온은 하루 중에도 재는 시간에 따라 다르다. 하루 중 새벽 4~5시에 재는 체온이 가장 낮다. 사람은 잠을 자는 동안 대사가 멈추기 때문이다.

체온이 높다는 것은 어쨌든 몸속에서 대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사과정은 몸 속에 있는 보일러가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연령에 따라서는 소아‧청소년기 성장을 많이 하는 동안에 체온이 올라가고, 나이를 먹게 되면 대사가 줄면서 젊었을 때보다 자연스럽게 체온도 떨어진다.

체온이 낮은 사람들이 보통 장수하는 경향이 있다. 체온이 낮으면 대사가 억제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수명은 길어진다. 따라서 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체온은 낮은 게 좋다.

반면 체온이 높을수록 면역력은 활성화된다. 면역이 활성화된다는 얘기는 우리 몸 속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안 좋은 것들을 제거할 수 있는 기능을 높인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시중에 항암 열치료기가 팔리고 있다. 체온을 올려 면역계를 활성화시킨다는 원리를 응용하고 있다. 하지만 체온이 오르고 대사가 활발해지면 암세포도 더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가설이다. 따라서 의학적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세브란스병원 김광준(노년내과) 교수는 건강정보 유튜브 <나는의사다 796회 - 당신의 온도는 지금 몇 도?>에 출연, “체온이 낮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이 높아진다”며 “수시로 체온을 재보는 것도 좋다. 다만 가정용 비접촉 체온계는 어떤 위치에 어느 정도 거리에서 측정하는지를 정확히 지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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