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교통방송에서 영화 속 건강이라는 코너를 진행한지 3달이나 되었습니다. 영화 속에 건강에 관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삶과 질병은 뗄 수 없는 것이다보니 삶을 표현하는 영화에는 질병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꼭 질병이 아니더라도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모든 영화에 나옵니다.





라디오를 통해 영화에 나오는 건강 상식을 풀어보다 보니, '야~ 이거 나중에 책으로 써야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에 대한 전문지식은 없고, 쓴다면 의사로써 의학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쉽게 의학 상식을 알 수 있는 책이라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였습니다.





그런데, 이미 너무나 잘 만들어진 영화 속 건강상식에 대한 책이 있었습니다. 바로 '신경과의사 김종성, 영화를 보다' 입니다. 라디오 소재 고갈을 걱정하고 있었던 저에게 아산병원 최창민 교수님이 소개해주신 책이였습니다. 읽는 동안 무릅을 치며 감탄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 많구나! 이 정도 실력과 필력이 있어야 책을 쓰는 거지!'





더불어 신경과의사 김종성 선생님은 도대체 어떤 분이길래 영화에 대한 식견과 동시에 이렇게 의학적으로 해박한 지식을 가지신 것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책에는 그 흔한 저자 약력도 표기되있지 않았습니다.









책 머리에 '포대기로 아기를 둘러업고 허리띠 질근 동여맨 한 젊은 엄마가 서울 삼선교에 위치한 허름한 동도 극장의 한 구석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 아기는 자고 있지만 때로는 깨서 보채기도 했다. 아이 엄마는 그럴 때면 연신 일어나 아이를 달랬지만, 결코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6.25 전쟁이 막 끝난 1950년대 후반 어수선한 사회 속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였다. (중략) 그렇게 꿈을 꾸던 젊은 엄마는 나의 어머니고 등에 업혀 곤한 잠을 자던 순둥이가 바로 지금의 나이다' 라는 소개가 전부였습니다.





50년대에 태어났고, 신경과 의사이며, 글의 내용을 봤을 때 큰 대학병원에 근무할 가능성 (<도망자>편에서 의료 윤리에 대해 언급하면서 본인을 IRB 위원장이라고 밝힘)이 높다는 것을 단서 삼아 조사를 했습니다. 어쩌면 저만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저만 놀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종성 선생님은 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님이셨던 것이죠.









이 책은 2006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청년의사에서 작년(2008년 11월)에 인터뷰 한것을 보니, 2년간은 해외 석학들과 함께 책임 편집자로써 신경과 교과서를 만드시느라 바쁘셨다고 합니다. SCI 논문 제출도 190여편이라고 하시니, 엄청난 학구열을 가지신 학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책에 '신경과의사'라고만 표현했을까 싶습니다.





'신경과의사 김종성, 영화를 보다'에는 신경과 의사로써 뇌에 관한 질환들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의학에 대한 대중적인 글쓰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이 일반인들이 건강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이유가 된다고 책에 밝히셨는데, 이 책뿐 아니라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 <춤추는 뇌> 등 읽기 쉬운 뇌에 관한 대중 도서를 써오셨더군요.













의사 블로거로써, 건강에 대한 도서를 써보고 싶은 생각은 있고 또 제안을 받기도 합니다만, 혹시 부족한 내용으로 비난받을까, 졸필에 글 쓴다고 욕을 먹지 않을까 등등 이런 저런 생각에 포기했었습니다만, 김종성 선생님의 책을 보고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도록 한 부분을 일부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웬만한 책방에서는 어디서나 일반인을 위한 의학 코너가 있다. 내가 일반인을 위한 의학 서적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명색이 의사라 그런지 책방에 가면 눈길이 저절로 그곳을 향하게 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코너에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쓴 정통 의학책은 몇 권 안 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들은 늘 한쪽 구석에 불쌍하게 숨어있다. 대신 침, 지압, 경락술, 방향 요접 등 수많은 대체 의학 관련 서적이 화려한 제목에 요란한 겉표지를 하고 손님을 끌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정통 의학 관련 서적은 책방에 발붙이기 힘들까? 우선 의사들의 게으름을 탓해야 할 것 같다. 의학은 물론 어렵지만 그 어려운 내용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써야 한다. 이러한 노력 역시 의사들의 몫이며 의학 지식이 의사에 의해 독점되면 안된다. 이런 노력을 등한시하므로 의사들이 쓴 책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대체로 어렵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큰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학적 사실보다는 신비주의에 더 끌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중략) 현대 의학책은 이처럼 용어들이 어려울 뿐 아니라 내용이 끔찍하니 일반인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대체 의학책을 읽어 보면 우선 이해하기가 쉽다. (중략) 진위를 떠나서 이런 식의 접근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더 친밀하게 와 닿는 듯 하다.





언제 기회가 되면 김종성 교수님을 만나뵙고 '영화를 보다' 속편 내실 계획은 없으신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벌써 다음 책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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