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생후 6개월부터 만 18세까지 만들어지고 이후엔 잘 안 변해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으면서 일단 등장인물을 좋은 놈과 나쁜 놈으로 가른다. 일도양단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놈은 자기 희생을 하는 좋은 성격이기 쉽고, 나쁜 놈은 남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나쁜 성격으로 구분 짓는다. 여기에 좋은 놈인 데 성격은 이상한 놈도 있다. 예술 작품에선 이상한 성격을 가진 복잡한 인물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어원으로 말하면, 성격(personality)은 라틴어 페르소나레(personare)에서 나왔다. 이 말은 본래 배우가 무대에서 쓰는 가면이나 탈을 가리켰다. 성격은 행동 속에 가면처럼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성격과 행동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는 사람을 만나면 상대의 성격을 가늠하고 싶어한다. 그 사람이 따뜻한 사람인지 차가운 사람인지, MPTI로 말하면 내향으로 I형인지 외향으로 E형인지 알려고 한다. 성격을 알면 상대의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고, 상대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성격은 행동특성들에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는 개인의 독특한 심리적 자질이다. 또, 개인이 사람과의 대인관계나 외부 상황에서 보이는 일정한 패턴으로 정의할 수 있다.

성격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대 정신의학은 성격이 형성되는 시기로 생후 6개월부터 만 18세까지로 보고 있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는 만 18세 이전 나이에 있으면 완성된 성격이라고 보지 않고, ‘인격장애’ 진단을 하지 않는다. 만 18세 이전까지 성격은 고착되지 않고 변할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만 18세 이전까지 형성된 성격은 18세 이후부터 50세 무렵까지는 잘 바뀌지 않고, 고착화된다. 60세가 넘어가면 강화되는 것으로 바뀐다.

이를 테면 여름이던 사람이 겨울이 되는 게 아니라 겨울이던 사람이 더 추워지는 식이다. 자기 패턴이 조금 더 강화되는 쪽으로 두드러지는 것이다. 또 나이를 먹으면 화‧분노의 크기가 많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정신의학은 성격(personality)과 함께 기질(temperament)도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기질은 태어나면서 타고 나는 것으로 다양한 성격으로 변주되는 시작점으로 여겨진다.

엄마와 눈을 마주치고, 목을 가누고, 기어다니기 시작하는 생후 6개월 무렵이면 기질이 나타난다. 엄마가 불쾌한 젖은 기저귀를 빨리 갈아주지 않거나 배고픈 데 젖을 늦게 준다거나 하면 기질이 발현되는 것이다. 보통 ‘순한 기질’(easy temperament)과 ‘까다로운 아이’( difficult baby), ‘더딘 기질’(Slow to warm up) 등 3가지 반응성을 보인다.

30여년 전까지 정신건강의학에서 성격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최근 이론은 성격은 환경과 상호작용이지만 타고나는 게 더 크다고 본다.

연세휴정신과의원 노규식 원장은 건강정보 유튜브 <나는의사다 788회 - 본격 성격개조 프로젝트(1) 성격은 타고나는 걸까?> 편에 출연, “엄마‧아빠의 성격을 내가 물려받는다는 개념하고는 다르다”며 “성격은 태어날 때 갖게 되는 요소가 많은 건 맞지만 그래서 내가 성격이 나쁘더라도 꼭 우리 애가 성격이 나쁠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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