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주최로 열린 ‘요양급여 심사 및 진료수가 제도개선’ 공청회가 (사)한국산재노동자협회의 통계 오류 의혹 제기로 결국 파행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이날 공청회는 3대보험 진료비 심사 및 수가 일원화에 강력 반발하며 대한의사협회가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의사협회의 경우 “한 나라의 의료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공적 보험과 사보험이 각각 고유의 영역에서 제 기능을 다하도록 조화를 이루어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모든 보험을 동일시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이 건강보험,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등의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심사업무를 일원화하는 내용의 '요양급여비용심사및요양급여평가법안'을 대표발의 한 바가 있습니다. 산재보험이나, 자동차 보험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에 비해 비용 지급이 더 많다는 것이고, 또 입원일수도 더 길다는 것때문에 통일하면 비용절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당시 장복심 전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요양급여비심사·평가법안의 핵심은 '의료심사평가원'을 독립된 기구로 설립해 이 를 통해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산재보험 등 3대 보험의 진료비 심사를 맡도록 하는 것이였는데, 진료비 심사일원화가 이뤄지면 직간접적인 재정절감 효과가 1,061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었습니다. 아마도 비용 지급이 가장 낮은 국민 건강보험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심사 일원화 공청회 발제를 맡은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요양급여 조사, 심사 및 사후관리’란 주제로 “동일 또는 유사 상해·질병임에도 보험 종류(건보·산재·자보)에 따라 진료내역이 최고 15배 차이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뉴스에서 보도된 자료인데요, 그러자 한국산재노동자협회 회원들이 “산재환자는 대부분 여러 개 상병이 복합되어 있는 중증환자다, 이는 산재사고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분노했습니다.





일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토론 석으로 나가 “1%도 되지 않는 극히 일부분의 산재환자를 빌미삼아 연간 10만 명에 달하는 전체 산재환자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상병치료에 국한하고 개인의 경제능력에 따라 진료의 질이 결정되는 건강보험과 상병치료,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총체적으로 망라하는 제도로써 직업병과 중증의 복합 상병이 다발하는 산재보험을 치료기간과 진료비만으로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결국 고성과 욕설이 오가면서 공청회가 중단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자동차 사고로인한 환자들 협회가 있었다면 아마 역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양봉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참석자들에게 자유 토론시 발언권을 주겠다”며 “이렇게 어려운 공청회였으면 사회를 맡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청회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건강보험·산재보험 통계자료 오류…시작부터 잘못된 공청회"





특히 지정토론 후 자유토론이 시작되자 마자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가 발제 중 제시한 '보험종별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 자료에 대한 통계의 오류 의혹이 제기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습니다.





민동식 산재노동자협회 회장은 “뇌진탕, 경추염좌 등의 입원기간과 진료비등을 단순 비교해 진료비 15배, 평균 입원율 71,67배 차이난다는 지난 3일 권익위 보도자료와 발제자의 발표자료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건강보험은 상병코드를 4단위(단순뇌진탕, S06.0)로 분류한 반면, 산재보험은 3단위(두개내손상, S06)로 분류 비교한 것은 명백한 통계상의 오류”라고 지적했습니다.





민 회장은 “건강보험과 같이 순수한 뇌진탕만을 비교한다면, 산재보험의 진료비는 1.6배, 입원기간은 3.5배 차이난다”면서 “이번 공청회는 시작부터 잘못 논의됐다”고 성토했습니다.





그는 “잘못된 자료를 통해 산재환자 전체를 나이롱환자로 운운하는 정부 측에 대해 회원들과의 의견을 조율한 후, 최악의 경우 법률자문단을 구성해 법적조취도 취할 각오가 돼 있다”라며 “이런 논의를 의사가 없이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며, 안 나오는 것 자체가 비겁한 행위다. 참석해서 정정당당하게 입장을 밝혔으면 좋았지 않았냐”라며 의협 불참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측은 “지난 3일 보도자료에 대해 정정보도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요구했으나 시정되지 않았다”며 “권익위 측이 뇌진탕과 두개내손상을 같은 맥락으로 파악해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라며 해명했습니다. 반면 권익위 측은 “2007년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이 보내온 자료의 수치가 매번 달랐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자료를 달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발언에 대해 공청회에 참석한 산재노동자협회들은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회원 한 명이 머리를 책상에 부딪쳐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공청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결국 6시간 동안 진행된 공청회는 마무리도 짓지 못한 채 끝을 맺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권익위 측은 “국민을 대변하는 권익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면서 “잘잘못을 따져 꼭 해명자료를 내겠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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