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기업들이 이제 막 꽃 피우려는 임상시험위수탁업체들의 우수 인력 모시기에 나서며 관련업체 중에는 인력난으로 고사 직전인 곳도 있습니다.”





한 임상시험위수탁업체(CRO) 대표의 말입니다. 그는 최근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력 누수 현상을 우려하며 언젠가 자신의 회사에도 이런 일이 벌어질까 상당히 걱정하는 모습이였습니다.





4일 CRO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들이 CRO의 우수 인력 ‘빼가기’가 도를 넘어서면서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고합니다. 약 50명의 직원을 둔 한 업체는 지난해에만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순식간에 제약사로 자리를 옮겨 ‘인력 패닉’ 상태에 빠져 경영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되버렸습니다.





최근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이 제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임상시험 업무를 강화하며 여기에 필요한 인력 충원을 CRO에서 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입니다.





제약사들의 CRO 인재 모시기는 주로 ‘헤드 헌팅’ 업체에 위탁해 진행되는데, A 임상시험위수탁업체 대표는 “우리 회사 직원 중 헤드헌터를 통해 전화를 안 받아본 직원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젠 직원들끼리 공개적으로 누구에게 전화가 왔는지 농담처럼 묻기도 한다”며 “불안 불안하다. 인력 관리 문제로 너무 힘들어서 업을 계속해야하나 고민이 될 정도”라고 토로했습니다.





“CRO 업체들이 굉장히 많은 투자와 노력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해 놓으면 헤드헌터 등을 통해 제약사로 대거 빠져 나간다”며 “인력 이동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너무 심하면 관련 산업이 무너진다. 제약사들이 좀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CRO산업 성장잠재력 높아…전문인력 누수 현상 비상"





2000년 들어 국내 임상시험 인프라가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고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며 토종 제약사는 물론 다국적 제약사들의 국내 임상시험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임상시험 전문 인력 수요는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국내 제약사 중 임상시험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곳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어 임상관련 업무를 CRO에 아웃소싱하는 비율도 높아졌는데요, CRO 기업들은 주로 전임상·임상시험·임상데이터 관리 등 신약개발의 전 과정에 대한 서비스를 지원하며 최근 의약품위탁생산과 영업대행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CRO 산업은 1990년대 후반 외국계 회사가 들어오며 태동, 2000년 이후 국내외 업체가 점차 증가해 현재는 약 50개(지역임상시험센터 12개 포함)에 이릅니다. 국내 임상시험 산업은 정부가 국가 지원 산업 지정, 임상시험활성화를 위한 지역임상시험센터 설립, 국가임상시험사업단(KoNECT)을 발족하며 점차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식약청의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1992년 3건에서 지난해 399건으로 130배 이상 증가하는 등 아시아에서도 주목받는 임상시험 국가로 떠오르는 중입니다. 2000년 5건에 불과 했던 다국가 임상시험 건수도 지난해 184건으로 늘었다. 이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국내 임상시험 시장 규모는 현재 약 3,000억 원에서 2012년 1조 원대로의 성장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임상시험 시장 성장 전망이 핑크빛이지만 관련 산업을 주도하는 CRO의 인력 누수가 심해 국내 임상시험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다국적 CRO에게 시장을 모두 내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한 CRO 업체 관계자는 “각종 분석에 따르면 CRO 산업은 반도체 시장에 버금가는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 인력 누수 현상으로 관련 산업이 퇴보하면 CRO는 물론 제약산업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임상시험위수탁도 하나의 산업이라고 생각해 관련 업계에서 인력을 보전해 줘야 하고 정부도 정책적인 지원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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