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거식증 치료도 쉽지 않아

김미나(가명‧23세)씨는 키 169㎝에 몸무게는 35㎏이다. 하루 종일 먹는 음식은 사과 반개, 오이 한쪽, 탈지분유 반잔, 비스킷 한조각이 전부다.

부모님과 친지들은 김씨를 볼 때마다 너무 말랐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그녀는 동의하지 않는다. 자신은 다른 사람들보다 적게 먹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김씨는 자주 몸이 쇠약하고, 일생 생활에서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기진맥진해진다. 이전에는 집 근처 피트니스센터에도 나가고 달리기를 해서 몸무게를 더 줄이려고 노력했다. 이젠 쇠약증 때문에 집을 거의 나서지 않는다. 생리는 몇 년 전에 끊겼다. 사실 김씨는 여러 해 전부터 거식증을 앓고 있다.

거식증은 여자에게만 나타나는 심각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정신질환이다. 거식증을 앓고 있는 어린 소녀나 성인 여성은 자신이 너무 뚱뚱하다고 굳게 믿는다. 살을 더 빼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음식을 아주 조금만 먹고 꼼꼼하게 늘 칼로리를 체크한다. 여기에 설사약과 이뇨제를 먹기도 한다.

굶는 일은 몸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 온다. 생리가 중단되고 심장이 손상될 수 있다. 변비가 오고 머리카락이 빠진다. 혈압은 너무 낮고, 부종과 골다공증이 생긴다. 추위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피부 건조증도 자주 재발한다.

거식증은 폭식증과 동전의 양면으로 서로 닮았다. 폭식증을 가지고 있으면 체중이 지나치게 늘어도 먹기를 통제할 수 없다. 먹는 충동을 참을 수 없다. 폭식을 하는 동안 일종의 해리현상처럼 기억을 잃는다. 눈 깜짝할 새에 후루룩 먹고 토하기를 반복한다.

거식증과 폭식증은 가까운 질환으로 공존하기도 한다. 차이도 있다. 폭식증은 죽지 않지만 거식증으로 사람은 죽을 수 있다. 거식증 환자들의 5% 가량은 극단적인 영양실조나 자살로 죽음에 이른다는 미국 정신의학회의 연구보고도 있다.

거식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불명확하다. 현대의학도 거식증을 일으키는 환경‧유전적 인자를 명확히 찾지 못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도 거식증을 가진 여성들이 왜 자신을 스스로 파괴하는지 알 수 없어 치료에 난감해 한다.

연세휴정신과의원 노규식 원장은 건강정보 팟캐스트스 <나는의사다 170회> 편에 출연, “거식증은 치료 자체도 어렵고 약을 써도 반응도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치료도 오래 걸리고 재발도 한다”며 “젊은 여성들은 무리한 다이어트 이후 유발되는 경우도 있어 무리한 다이어트가 거식증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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