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딱지는 코 건강의 신호등…코 세척하고 적당한 습도 유지해야

어린시절 기억에는 코에 얽힌 에피소드들이 있다. 콧물을 늘 달고 사는 아이의 별명 열에 일곱은 ‘코찔찌리’다. 아이는 인중을 거쳐 입술까지 흘러내린 콧물을 단숨에 훌쩍 들이마신다. 코를 후벼 코딱지를 파는 아이, 파낸 코딱지를 손가락으로 돌돌 말아서 공중에 튕기는 놀라운 신공을 발휘했던 아이, 파낸 코딱지를 학교 교실 자기 책상 아래에 붙여 놓는 ‘얌전한 아이’…. 그 시절 엄마들은 아이가 학교에 갈 때 이름표 아래에 손수건을 옷핀으로 꽂아 챙겨줬다.

코에 코딱지가 생기면 근질거리고 걸리적거리면 뭔가 답답하다. 아직 남 눈치 안 보고 부끄러운 감정이 덜 생긴 어린아이들은 수시로 코를 판다. 아무 때나 파고, 아무 곳에서나 판다. 아이들은 생후 15개월부터 코 파기를 시작해 대략 만 6세 무렵까지 판다. 아이들만 코를 파는 게 아니다. 드러내 놓고 코를 파지 않고 혼자 있을 때 어른들도 수시로 남몰래 판다.

사람은 하루에 코로 2만 번 가량 숨을 쉰다. 코로 들이마시는 공기의 양은 1만3,500ℓ가량 된다. 코는 외부의 공기로부터 들어온 이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한다. 코로 숨 쉬지 않고, 구강호흡을 하면 공기에 있는 먼지 등 오염물질이 걸러지지 않고 바로 폐로 들어가 쌓인다.

코 안 점막에는 많은 분비샘들이 있다. 분비샘은 분비물을 흘려보내 코 안 청소를 한다. 코딱지는 콧물이 먼지와 함께 마르거나 엉켜 생긴다. 분비물이 적으면 코딱지가 많이 생긴다. 코딱지는 우리 몸에서 필터‧거름망 역할을 한다.

코가 건강할수록 코딱지가 적게 생긴다. 감기라든가 부비동염이 있으면 코에 염증이 생기고 코딱지 양이 늘어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코딱지는 늘어난다. 공기가 상대적으로 깨끗한 시골보다 도시에서 생활하면 코딱지가 더 생기는 이유다.

비염이 있으면 무조건 콧물이 흐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코가 마르는 비염도 있다. 위축성 비염이다. 콧속에는 비강이라고 하는 빈 공간이 있다. 비강 측면에는 선반 모양으로 늘어진 콧살이 있는 데 이를 ‘비갑개’라고 한다. 위축성 비염은 비갑개 점막에서 주로 발생한다.

위축성 비염은 비타민A‧철분 부족, 노화, 외부 자극으로 인한 콧속 점막 손상 등이 원인이다. 콧물은 나지 않으면서 커다란 코딱지가 생긴다. 거무스름한 녹색의 마른 코딱지가 생긴다. 코에서 악취도 난다. 코 악취는 자신은 잘 못 맡고 주의 사람이 냄새를 맡고 알 수 있는 정도다.

코 건강에 중요한 요인은 온도보다는 습도다. 습도가 높은 여름은 어느 계절보다 코가 편안하다. 하지만, 여름에도 코딱지가 많이 생기고 코가 건조할 때는 위축성 비염일 가능성이 있다. 실내에서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 오래 생활하는 여름철에는 비염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위축성 비염은 코점막의 온도와 습도 조절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켜야 한다. 실내 온도를 20~25℃, 습도는 50~60%로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된다. 식염수로 코 세척을 규칙적으로 하고, 증상이 나아질 때까지 비타민A·철분을 보충하는 것도 좋다.

건양의대 이비인후과 김종엽 교수는 건강정보 팟캐스트 <나는의사다 609회 - 깜신과 함께하는 코딱지 특집!> 편에 출연, “치료가 쉽지 않은 위축성 비염은 젊었을 때 하비갑개 완전 절제수술을 받은 고령층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코세척을 자주하고 습도를 알맞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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