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분하는 의사들] 의사한테 크릴오일에 대해 물었더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은 한동안 ‘면역력 강화’로 기승전 집중됐다. 코로나19가 면역력이 약한 노년층과 만성‧기저질환자들을 먹잇감으로 집중 공격한다는 무시무시한 언론보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과 TV홈쇼핑에서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는 ‘무엇’들이 날개를 달고 팔려나갔다. ‘무엇’들은 의약품을 가장한 건강기능식품도 있고, 건강식품기능 축에도 들지 못하면서 건강기능식품을 가장한 ‘그냥 식품들’도 활개를 치고 있다.

크릴오일이 대표적이다. 모 방송국은 아침방송에서 유명 인사들을 동원해 크릴오일의 ‘놀라운 효능’을 집중 방송했다. 눈 밝은 시청자라면 ‘저 방송사가 왜 저렇게 크릴오일에 집중하냐’고 의아해할 수 있는 정도로 집요하기까지 했다.

<광분하는의사들>이 광분(광고를 분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상은 상품명으로 <크릴56>이다. 네이버나 포털사이트에서 ‘크릴오일’을 검색하면 <크릴56>이 최상위에 링크된다.

<크릴56>은 1000㎎ 30캡슐 1개월분이 4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방송인으로 이미 유명한 피부과의사가 모델로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7월 크릴56 판매 승인을 내줬다.

<크릴56>은 광고에서 ‘슈펴비타민E’로 불리는 고함량 천연 아스타잔틴을 함유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아스타잔틴은 수생생물 연어‧새우‧랍스타 등에 함유된 붉은색의 물질로써 ‘크릴오일 붉은색의 주성분’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인지질은 세포를 보호하는 세포막의 주성분이고, 뇌에 많이 함유돼 있다”면서 “세포막 주성분! 뇌에 많이 함유!”라고 주장한다.

다음 장면은 “크릴오일이 기름을 녹이는 기름”이라고 강조한다. <크릴56>이 마치 몸속 안 좋은 콜레스테롤을 녹이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크릴오일이 몸 안에 있는 콜레스테롤을 녹이고 그 다음 작용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몸 안 콜레스테롤을 빼내는 게 아니라 그냥 합쳐진 채로 몸 안에 쌓아 놓고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크릴오일이 물과 섞일 수 있는 원리는 인지질 성분의 작용 때문이다. 광고에서도 강조하듯이 인지질은 세포를 구성하는 성분이다. 인지질은 친수성과 친유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기름과도 섞일 수 있다.

하지만 착각은 금물이다. 인지질은 세포를 구성하는 기름 성분인 것은 맞지만 뇌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인지질은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 어디에나 있다. 크릴오일을 먹는다고 뇌 세포가 특히 좋아질 것으로 믿는 것은 지나친 기대라는 얘기다.

광고는 다시 ”미국 식품의약품안정청(FDA)이 인정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따져봤다. FDA가 인정한 것은 크릴오일이 건강에 좋다는 효능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 못 먹을 것이 아니라 “먹을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식품이니까. 하지만, <크릴56> 광고는 FDA가 약효를 인정한 것인양 선전한다.

<크릴56>은 약이 아니다. 한국 식품의약품인전처도 지난 7월 <크릴56> 판매 허가를 내주면서 <식품유형 어유>로 승인했다. 의약품은 아니고, 크릴오일은 건강식품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는 ‘그냥 식품’ 수준인 것이다.

하지만, <크릴56>은 광고를 보는 소비자들에게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도록 캡슐에 담아 의약품상자에 담아 교묘하게 판매하고 있다. 방송에서 유명한 의사를 모델로 내세워 마치 건강에 효능이 있는 의약품인양 착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전문의들은 크릴오일은 인지질을 주성분으로 하는 오메가3보다 효능이 떨어지는 식품에 불과하다고 재차 강조한다. 오메가3는 중성지방을 떨어뜨리는 효능을 공식 인정받아 의약품으로도 나오고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에 비해 크릴오일은 건강기능식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식품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스타잔틴도 항산화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지만 아직 근거는 미약하다고 꼬집는다.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김광준 교수는 <광분하는 의사들 1- 크릴오일 파헤치기> 편에 출연 “크릴오일은 그냥 식품으로 오메가3보다 더 근거가 부족한데 마치 이게 훌륭한 것처럼 광고를 흘리고 있다”며 “인지질의 함량을 강조해도 의학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만큼 차라리 종합비타민을 먹는 게 낫다”고 말했다.

충남대병원 피부과 김현정 교수는 <광분하는 의사들 3- 크릴오일, 오히려 피부에 안좋다?> 편에 출연 “여드름 피부가 있으면 보통 기름을 덜 먹으라고 하고, 기름이 피부에 긍정적이지 않다”며 “인지질이 많은 음식을 먹고 피부가 좋아졌다는 얘기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크릴새우를 무분별하게 대량 포획하면서 남극생태계에 교란을 가져오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크릴오일 생산량 증가로 크릴새우 80%가 사라졌다. 남극 먹이사슬의 뿌리인 크릴새우가 사라지면서 남극 고래나 펭귄의 먹이도 줄었다. 크릴오일의 생산과 소비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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