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염증 만드는 자가면역 간질환…간단한 채혈로 신속 진단

간(肝)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에 해당한다. 그 크기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체 에너지 관리와 해독작용, 호르몬 분해와 대사, 단백질과 지질의 합성, 면역 조절 등 신체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생화학적 대사 기능의 대부분을 간이 담당한다.

간의 다른 이름은 ‘침묵의 장기’다. 간은 70% 가량이 손상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간염과 간경변증‧간암 등 간질환이 발병해도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간 건강을 지키려면 평소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표적인 간질환은 간염 바이러스이다. 그 외에 알코올‧약물‧대사성 질환 등이 손꼽힌다. 하지만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자가면역 간질환(Autoimmune Liver Disease, ALD)’이다.

자가면역 간질환은 예전에 서양인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병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발병률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자가면역 간질환 환자 수는 지난 2015년 7,532명에서 2019년에는 1만1,977명으로 4년 동안 1.6배 증가했다.

자가면역 간질환은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본인의 간세포를 유해한 것으로 판단해 스스로 염증을 만드는 병증이다. 전체 간질환에서 약 5%를 차지하는 드문 만성 간질환이다. 자가면역 반응으로 약해진 간조직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쉽게 감염될 수 있어 급성 간염으로 발전하거나 증상을 자각하지 못해 만성화되는 위험이 있다.

자가면역간염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15년 내에 환자의 약 절반 가량이 간경변증으로 발전된다. 중증질환으로 진행되면 6개월 내 사망률은 40%까지 이른다. 전 연령층에서 발생하고, 15~34%는 자가면역갑상선질환‧관절염‧셀리악병‧궤양성대장염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원발담관간경화증은 원인불명의 만성 담즙정체질환으로 중년 여성에서 많이 생긴다.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 치료하지 않으면 5년 내 15%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한다.

환자의 80%는 염증성 장질환을 동반하는데 대부분이 궤양성 대장염이다. 담관암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자가면역담관염은 주로 60대 중반 남성의 발병률이 높고, 췌장이나 신장 등 간 외 장기 침범이 흔히 생긴다.

자가면역 간질환은 각 질환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가령 자가면역간염은 스테로이드에 의해 뚜렷한 호전을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원발담관간경화증처럼 스테로이드의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질환도 있다.

전문의들은 자가면역 간질환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자가면역 간질환 항체검사를 추천한다. 이 검사는 수검자의 혈청 또는 혈장에서 자가면역 간질환 진단에 필요한 자가항체 8종을 정밀면역검사방법으로 검출하는 패널 검사다. 분리 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일 항목 검사보다 효율적이다.

GC녹십자의료재단 권애린(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자가면역 간질환은 별다른 증상이 없고 건강검진에서 발견하기 어려워 중증질환으로 진행된 후에야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자신의 간 건강에 관심을 갖고 간질환이 의심될 경우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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