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호르몬 치료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

# 중년여성 A씨는 출산과 양육‧생리통으로 고생하다가 이제 드디어 월경이 끝나는데 이젠 갱년기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호르몬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부작용도 있다고 들어 선뜻 나서기가 망설여진다. ‘한 2~3년 참의면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시간이 지나도 고통은 여전했다. 그 사이 이해해 주지 못하는 가족에게 서운한 마음만 더 커졌다.

여성은 누구나 폐경을 겪는다. 하지만 A씨처럼 폐경 증상에 대해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 보다는 참고 지내는 경우가 더 흔하다.

폐경은 난포 기능의 소실로 월경의 영구적인 중지를 의미한다. 자연 폐경과 유도 폐경으로 구분한다. 자연 폐경은 특별한 병리적, 생리적 원인 없이 지난 1년 동안 무월경 상태가 지속된 경우를 말한다. 대부분의 폐경은 노화 현상의 하나로 초래되는 자연 폐경이다. 대개 50세 전후에 생긴다.

유도 폐경은 양측 난소 제거 수술로 인한 수술적 폐경이 가장 흔하다.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로 오는 경우도 있다. 또 40세 이전에 폐경이 되는 조기 난소 부전은 염색체 이상, 자가 면역 질환을 원인으로 들 수 있으나 원인 불명인 경우도 있다.

여성은 40세를 전후로 난소 기능이 떨어진다. 점진적으로 폐경을 향해 호르몬이 감소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를 폐경이행기라고 한다. 주폐경기는 폐경이행기에서 폐경 후 1년까지를 의미한다. 난소 기능 저하와 이에 따른 에스트로겐 결핍 현상들이 나타나게 되고 이 기간은 평균 4~7년 정도다.

가장 흔한 증상은 생리가 불규칙해지는 것이다. 여성호르몬 결핍으로 대략 75%에서 안면 홍조와 발한‧불면증‧전신통증 등 급성 증상을 겪는다. 이 가운데 홍조는 특히 밤에 더 자주 심하게 나타난다. 심하면 불면증과 함께 불안감‧초조‧근심‧우울증‧기억력 감퇴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여기에 질건조감과 성교통, 성욕 감퇴, 반복적임 질 감염, 방광염 등 비뇨생식기 위축 증상, 피부관절계 변화(피부 건조와 위축, 근육통, 관절통) 등이 생길 수 있다. 만성 증상으로는 심혈관 질환과 골다공증 등이 있다.

폐경 증상은 난소 기능의 소실로 인해 여성 호르몬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아 생기는 증상들이기 때문에 약물로 만들어진 ‘여성 호르몬’을 외부에서 보충해 주는 ‘호르몬 대체 요법’이 치료 방법이다.

가장 이상적인 치료 시기는 폐경이 임박한 시기이면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날 때 또는 폐경 초기다. 여러 종류의 치료제가 시판되고 있으나 대개 1판에 28알의 약물이 들어 있어서 하루에 1알씩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면 된다. 여성 호르몬 결핍에 따른 증상들이 좋아지고 폐경에 의해 생기는 질환들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르몬 치료를 5~10년 이상 장기적으로 하면 유방암 발병률이 경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은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인 단계이다. 여성 호르몬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 발생되는 유방암은 대개 조기이고, 악성의 등급이 낮아서 자연적으로 발생된 환자에 비해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한국 여성의 유방암 발생 빈도는 미국의 1/5 정도이고, 그 중에서도 2/3는 폐경 전에 발생하기 때문에 이전에 유방암 병력, 가족력이 없는 사람의 경우 매년 정기적으로 유방암 검진을 받는다면 안전하게 약물을 복용할 수 있다.

심혈관 질환과의 관계도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갱년기가 시작되는 시기부터 호르몬제를 복용한 여성은 오히려 심혈관 질환의 발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뒤늦게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미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반면 호르몬 치료에 따라 대장‧직장암 발생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자궁내막암도 일반적인 호르몬 치료인 황체 호르몬 복합 제제 복용시 암 발생률이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고혈압에 대해서도 호르몬 보충 요법으로 혈압에 영향을 주지 않거나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산부인과 김수미 교수는 “단순히 유방암이 위험하다더라, 고혈압 환자들은 복용하면 안 된다더라 등의 단편적인 이야기들로 호르몬 치료를 기피하면서 몇 년간 고통을 참다 병원을 찾는 여성들이 있다”며 “산부인과 의사와 본인의 상태를 잘 상담하고 정기적인 검사를 하면 안전한 치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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