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사뿐 아니라, 인터넷의 의료정보의 신뢰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아마 블로그를 시작하는 시점과 거의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감별 방법이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지만, 준 전문가의 수준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모든 정보를 감별할 능력을 갖췄다고 말하기는 힘들겁니다. 왜냐면 의료의 전문가인 의사조차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의사조차 거짓 정보에 속는 웃지 못할 일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순 제 기준이고 대부분의 의사 선생님들은 저보다 훨씬 나은 판단력을 가지고 계시죠. :)





그렇다고 포기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많은 언론사나, 인터넷 포털이 노력해줘야할 부분도 있겠지만, 결국 정보 소비자가 가릴 것은 가려야하는, 그런 능력을 요구받는 시대입니다. 끊임없이 뭔가 배워야하고, 때로는 상식과 달라 혼돈해야한다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지만 말이죠.








얼마전 한겨레출판사에서 나온 건강기사 제대로 읽는 법(Health Literarcy)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한겨레 신문에서 근무하는 의학전문기자 김양중 선생님이 쓴 책입니다. 지난 8년간 기자로 활동하면서 의료 정보, 특히 의학 기사에 종종 등장하는 함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의학 기사 중 상당 수는 자극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꽤나 거부감을 가졌는데 블로그를 하는 저도 그런 비판을 받기도 하고, 여러 기자분들과 이야기하면서 그 사정도 알게 되었죠. 다들 아시겠지만, 건강에 관해서는 이미 아는 평범한 진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금연과 절주 등등... 하지만, 이미 아는 내용은 관심을 받을 수 없기에 늘 새로운 이야기를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언론의 속성입니다. 때문에 늘 새로운 연구, 기존의 상식과는 다른 내용이 더 각광(?)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더 큰 이유로는 기자들이 자신의 기사가 지면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자극적인 표현을 쓰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김양중 기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일의 실적이다 보니 자연스레 편집자나 데스크의 눈에 들 만한 제목으로 기사를 쓰게 된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 속에 의학적인 연구방법론상은 전혀 진실, 혹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인양 소개될 수 있다고 고백을 하고 있습니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의료 정보, 기사 속 함정들에 대부분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워낙 중학생이 읽을 수 있게 쉽게 썼기에 읽는 것 자체에는 어렵지 않습니다만, 일부 내용에 있어서는 참고 문헌을 밝혀줬다면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부분과 다르거나, 제가 모르는 부분도 있었거든요. 이런 부분이 아쉽기는 하지만, 의사들이 읽기에도 유익한 내용들도 많이 있습니다.





갸우뚱했던 부분 중 하나는 '이뇨제보다 우수한 고혈압 약은 얼마나 될까?'에서 설명이 부족하지는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신약의 효과가 항상 과대하게 광고되고 냉정하게 과거에 있었던 약과의 비교를 통해 선택되지 않는다는 것을 꼬집으면서 나온 이야기라 이해는 되지만, 사례에 대해 오해가 있을 수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건강 검진에 관한 부분이나 새로운 수술법등에 대해서도 약간은 피상적으로만 적혀있다 싶습니다.





의료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있고, 지향하는 바도 다르겠습니다만 김양중 기자님은 병원의 상업화,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고가의 검진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에서 글을 서술했습니다. 아마 이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저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조금은 치우쳐 쓴 것 같다는 생각과 또 조금은 상세한 내용 없이 주장만 담겨있는 부분도 있다 싶었습니다. 사실 깊게 들어가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쉽게 쓰기 위해 그렇게 쓰시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일부 내용에 있어서는 의료인으로써 불편하거나, 조금 애매하게 기술되있다고 느껴지거나, 의도는 알면서도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의미있는 책이라 여겨집니다. 지금까지 국내에 이런 종류의 책이 없었다는 것만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흔하디 흔한 것이 건강 관련, 웰빙 도서입니다만, 사실 그 중 상당 수는 건강을 테마로 책을 팔기 위해 써진 것이지 내용이 가치있는 것은 얼마 안됩니다. 그런 책들보다는 '건강 기사 제대로 읽는 법'을 구입해 읽어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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