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성교육 때문에 골치를 앓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어쩌면 일부 부모님은 '내 자식은 그런 걱정 안해도 된다.'라고 믿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부모님들의 인식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통계로 본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의 성인식은 급속도로 개방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청소년들의 성인식의 변화는 건강의 측면에서 본다면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전한 성관계에 대한 교육도 부족하고, 또 이에 대해 알고 있어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여러 여건들 때문에 원치 않는 임신이나 성병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최근 일부 단체에서 콘돔 나눠주기 행사를 하기도 합니다만,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이를 보는 시각도 다양해서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부시행정부에서 실시한 금욕주의 성교육






이런 고민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 청소년들의 성교육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보수적인 정권이었던 부시대통령 재임 시에는 금욕주의 성교육을 미국 전역에서 실시했습니다. 금욕적인 성교육(abstinence only program)의 내용으로는 순결서약, 성관계의 절제 등을 가르치는 것으로 우리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하는 것과 개방적인 나라인 미국에서 하는 성교육이 비슷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성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2007년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진들은 그동안 발표된 금욕주의적 성교육의 효용성에 대한 논문 13편을 분석한 결과 금욕과 절제를 근간으로 하는 성교육이 성병의 확산이나 원치 않는 임신을 막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미국 국민들이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죠.





이런 금욕주의적 성교육을 밀어붙였던 부시행정부를 비꼬아서 뉴욕타임즈에서는 부시의 섹스 스캔들이라는 칼럼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금욕만 가르치는 것으로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금욕과 절제의 정신이 가치가 없다는 것일까요?









 미국에서 금욕주의 성교육에 대한 캠페인 광고






금욕(abstinence)이라는 것만 가지고 청소년들을 보호하자는 금욕주의 성교육(abstinence only program)에서 조금 변형시켜 금욕적인 교육과 더불어 안전한 성관계에 대한 교육을 더불어 하는 것 (abstinenece plus program) 이 더 실용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상당히 모순적인 교육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금욕이 성공적이라면 안전한 성관계에 대한 교육이 도대체 왜 필요할까요? 때문에 많은 성직자, 교육자, 부모님들이 갑론을박 논쟁을 해왔던 것이겠죠.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다 큰 성인도 실수를 하고 사는 세상에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아이들이 불완전한 존재이며 실수 할수 있다는 것을 인정 못할 것도 없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 드리면, 전쟁에서 고지를 지키기 위해 1차 방어선, 2차 방어선을 설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들에게 금욕과 절제에 대한 교육이 1차 방어선이라고 한다면, 1차 방어선이 무너졌을 때 지켜야할 2차 방어선은 안전한 성관계에 대한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욕주의 성교육에 쓰인 책자






그렇다면 안전한 성관계에 대한 교육은 어떤 것일까요? 만약에라도 성적인 관계를 가지게 된다고 해도 사랑하는 한 사람과의 관계에 충실할 것(Being faithful to one partner)과 성관계 시에는 콘돔을 사용할 것 (Condom use)입니다. 금욕(Abstinence)과 더불어 이런 부분을 교육에 추가해야한다는 것이 최근의 견해입니다. 영어 앞 글자를 따서 성교육의 ABC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청소년들 중 피임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요? 최근 미혼모가 국내에서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그 원인중 하나인 피임에 대한 인식을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에서 조사한 바 있습니다. 전국 37개 청소년 보호시설에 입소해 있는 여자10대 가출 청소년 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모 시설에 입소한 42명 중 전원이 성관계와 임신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피임률은 21.4%에 불과했다는 놀라운 통계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물론 전국 청소년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성에 대해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 중 피임률이 이렇게 낮다는 것은 성교육과 안전한 성관계에 대한 지원이문제가 있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어른들 중에는 이런 문제를 문제 청소년만의 개인적 문제라고 치부하기도 하는데, 이런 미혼모 문제 또는 치명적인 질병(예를 들면 HIV) 전파는 결국 사회적인 부담이 되어 국가와 국민이 부담해야하는 것이기에 남의 일이 아닙니다.





때문에 국제보건기구나 각 국의 보건당국에서 청소년의 원치 않는 임신과 질병 전파에 신경을 쓰고 돈을 투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미국 질병통제 센터(CDC)에서 10대 여성의 임신은 경제적인 측면으로 환산 시 보건비용이1,203만 불 소모되었는데 이중에서 480만 불은 출산연령이 적어도 20세 이상이었다면 줄일 수 있는 비용이었다고 보고하고 있으니 제 말을 믿으셔도 됩니다.





우리 청소년들에 비해 성교육에 대해 잘 받고 있는 해외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 조사결과가 나옵니다. 미국 뉴욕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면, 10대 청소년 48% 가량이 성관계 경험이 있지만, 이 중19%만이 피임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미국 뉴욕의 청소년들의 성 경험에 대한 통계. 조사 대상의 48%가 성에 대한 경험이 있고 지난 3개월간 성에 대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도 30%나 된다.





이런 차이는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유교 문화권에서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되었기 때문에 부모가 자식에게 교육하기도 어렵고, 심지어 교육을 담당한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전 세계 청소년들에 비해 가장 성에 대해 보수적인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 개봉한 제니, 주노라는 10대들의 임신을 다룬 영화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의 반응이 그렇듯, '네가 미쳤구나!', '나가라! 너는 내 자식이 아니다.'라는 대사들이 나옵니다. 더 심한 부모님들도 실제로는 계실 겁니다.





이에 반해 같은 주제의 미국 영화 주노를 보면 아주 다릅니다. 임신했다는 딸도 당당하고, 부모님들도 차분합니다.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것들도 클 겁니다. 이런 문화는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그 중에서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콘돔 사용에 대한 광고






생물학적으로 16세부터 18세 사이의 청소년들은 인생에 있어 성에 대한 욕구와 호기심이 가장 왕성할 때입니다. 옛날 이 도령과 춘향이가 사랑을 나눈 것도 16세 때 일이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도 16세 때의 일입니다. 동서를 막론하고 과거에는10대의 사랑과 결혼이 흔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죠.





이런 차이를 경제 구조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과거의 10대는 가정을 꾸리고 경제생활을 할만한 교육을 일찍 마칠 수 있고 독립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최소한 고등학교를 졸업해야하고 대다수는 대학, 대학원을 마치고 취직해 독립하는 길을 희망하기 때문에 10대들의 사랑은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해외 선진국의 경우에는 10대들의 동거와 출산에 대해 우리보다는 관대합니다. 그 이유로 국가의 경쟁력과 사회안전망의 차이를 꼽기도 하는데, 일찍 독립을 하는 개인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원, 교육에 대한 지원이 국가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관대한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분명 우리 현실과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또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는 앞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나가야할 부분이라 예단할 수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아직 우리는 이런 여건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며, 때문에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성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더 중요시 된다고 역설적으로 말할 수 있겠습니다.






* 이 글은 격월간 서울우유 3/4월에 기고된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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