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블로그에 제약사 후원으로 포스팅 문의가 들어옵니다. 그렇다고 유치하게 '우리 약이 최고'라는 식의 포스팅을 의뢰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분야, 예를 들면 진통 소염제에 대한 오해에 대해 포스팅하면서 사진이나, 자사 제품명을 언급정도 해달라는 것이죠.





여러 오해 소지가 있기 때문에 헬스로그에서는 이런 후원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제약 관련뿐 아니라 식품에 대한 포스팅 요청도 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거절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기업들의 노력이 잘못되었다거나 이에 응하는 블로거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처음부터 만들어진 헬스로그의 방침일 뿐이죠.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하는데 투자하는 돈이나 연구를 위해 투자하는 돈이 의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연구가 편향된다는 지적도 유효합니다만, 결과적으로 본다면 분명 새로운 치료법의 등장으로 혜택을 받게
됩니다. 가끔 이렇게 비싼약 차라리 없다면 고민이라도 안하겠다는 분들도 계시긴 합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제약사와 의사와의 관계에 대해 몇차례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의사의 입장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직접, 간접적으로 약을 선택할 때 제약사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의사 고유의 판단 권한이 침해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증거는 미비합니다만, 우려스러운 것만은 사실이고 때문에 제약사와 병원, 의사의 유착에 대해서는 다른 분야와 달리 더 엄격한 잦대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제약사 R&D 파트에서 함께 임상연구에 참여한 의사들에게 제공한 내역에 대해 공개하는 추세에 있으며 그렇게 하므로써 의료소비자의 신뢰를 지키겠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에도 과거 주먹구구식의 리베이트 마케팅에서 벗어나야하고 연구비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개선의 의지가 얼마나 되는지까지는 모릅니다만, 국내의 경우 단순히 관행이라 리베이트가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고 의료제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동시 다발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변화가 생기기엔 어려워 보이는 것은 분명한 듯 합니다.





제약사들의 입장에서는 분명 변화의 시점에 온 것 같습니다. 정부의 약가 인하 조치나 세무조사, 공정거래 위반으로 인한 벌금등을 감당하기엔 어려워졌습니다. 때문에 자사 홍보의 방식이 변화되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이미 많은 제약사들이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고, 그 중에서는 직접 대중에 다가가는 방법도 택하고 있습니다.





전문의약품의 경우 대중지에 광고하는 것은 의료법에 의해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발기부전제에 대한 간접적인 홍보가 문제가 된 것이 좋은 사례라 할 수 있겠죠. 해외와 달리 국내의 이런 제한은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만, 경제적으로 본다면(비보험 제품은 해당 안됨), 전국민 건강보험의 재정과도 연관 있는 문제로, 만약 거대 자본의 제약사가 비슷한 효과들의 저렴한 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싼 자사의 약을 효과적으로 홍보해 대중이 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의사를 통한 처방도 늘어날 경우 건보 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규제를 풀어버리면, 지금은 병원을 대상으로만 관리 규제를 하면 되던 것이 걷잡을 수 없게 되버리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아마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의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의학적인 근거에 따른 처방이 아닌 홍보에 따라 생긴 약물 선호도로 인해 합리적인 처방이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는 결과적으로 환자의 건강과도 연관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제약사는 어떻게 의사와 환자에게 약에 대한 정보나 자기 회사에 대한 홍보를 해야하는 것일까요? 홍보가 아니더라도, 정보를 제공할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홍보 말고 위기관리 차원에서 본다면, 계속되는 의약품 안전성 논란에 있어 제약사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식약청 발표만 기다리는 것이 소비자나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매우 단순한 질문이지만,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방법들 중 상당 수는 항상 논란이 되왔고, 또 일부는 실효성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가는 것이 의료 소비자, 의료 제공자, 제약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지 고민해볼 문제죠.





그렇다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제약사들이 블로거들에게 컨텐츠를 생산하도록 유도하고, 간접적인 홍보를 하거나 입소문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떻게 봐야할까요? 저는 나름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 회사의 측면에서 본다면 자사 제품이 홍보가 되면 좋겠다는 욕구를 표면적으로 채워주기는 쉽습니다. 구독자 수나 방문자 수가 많은 블로그를 통해 자사 제품이 직, 간접적으로 홍보된다면 과거 홍보의 방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최근 트랜드인 블로그 마케팅과도 맞아떨어지고, 클라이언트에게 설득하기도 쉬울겁니다. 하지만, 의약품의 경우 상당히 신중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부작용이 없는 약이 없다는 측면에서 객관적인 기술이 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 윤리적인 논란이 생길겁니다.





블로거이자 의사니까 의학적으로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글을 쓸 수도 있겠다 싶지만, 저 스스로 그런 시험대에 오를 용기는 생기지 않네요. 앞으로 헬스케어 PR에 있어서는 제약사 R&D 파트와 연동해서 자사 제품에 대해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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