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자유무역협정)가 지난 13일 오후 타결되면서 내년 상반기 중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제약업계는 관련 산업이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정부에 제약산업 지원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EU는 27개 회원국에 인구 5억 명, 국내총생산(GDP) 규모 17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단일 시장입니다. 특히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대한(對韓) 교역규모가 큰 지역으로, FTA가 발효되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됩니다.







<(C) 중앙데일리 - 한 -EU FTA>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는 이번 한-EU FTA 타결로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등 지적재산권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로 인해 제약산업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의약품 허가-특허가 연계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는 미국, 유럽 등의 제약사들이 국내에 진출할 때 특허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오리지널 의약품의 제네릭(복제약) 생산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의 제품 허가가 현재보다 지연되고 결국 관련 시장 진입 시기가 늦춰져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EU FTA 협상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제약사들에게 독소 조항으로 작용할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조항은 없다고 정부측은 밝히고 있습니다. 외교통상부 이혜민 통상교섭본부 FTA 교섭대표는 지난 13일 브리핑실에서 한-EU FTA 타결에 따른 향후 전망을 설명하며 "한-미 FTA 체결 시 의약품 분야에서 논란이 일었던 ‘허가-특허 연계’ 조항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제약업계의 시각은 다릅니다. 한-미 FTA에서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가 발효되면 EU에도 적용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제약협회는 14일 ‘한-EU FTA에 대한 제약협회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한-EU FTA에서 의약품 분야는 ‘피해산업’이라고 단정지었습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가족부 통상협력관 하태길 사무관은 지난 6월말 가진 설명회에서 ‘현재 진행 중인 FTA의 진행 상황 및 제약관련 주요 내용’을 주제 발표하며 “한-미 FTA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허가-특허 등)의약품 관련 조항들은 처음 거론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와의 후속 FTA에서 협상 모델이 될 수 있고 다른 국가가 우리나라와 FTA 협상 시 이같은 의약품 협상내용을 근거로 무임승차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경제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것 이외에도 소비자들의 부담도 늘 수 있는 가능성은 있어보입니다. 제약협회에서는 다국적 제약기업의 국내 의약품시장 점유율 확대로 인해 비싼 오리지널의약품 이용률 증가로 약값 부담 상승될 것으로 내다보고 국내 제약산업 후퇴에 따른 실업률 증가 등의 폐해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복제약가를 높게 잡아줬다는 것은 다들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 사이에 경쟁력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할 기회를 충분히 줬다고 생각해야하는 것인지, 아직 더 기회를 줘야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으리라 봅니다. 어쩌면 그간의 기회를 리베이트 마케팅으로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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