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 되면 국민 보건을 책임지는 보건당국은 바빠집니다. 날씨가 덥고 습한날이 계속 되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전염병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 하나가 흔히 콜레라라고 부르는 질병이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여름철을 맞아 국내 콜레라 집단 발생 시 조기발견 및 대응을 위해 전국 해안지역 82개 보건소를 대상으로 7월13일부터 9월20일까지 약 2달간 보초감시체계 가동에 돌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콜레라는 법으로 신고가 의무화된 법정전염병 중에서도 제1군에 속하는 질병입니다. 다행히도 2003년 이후 국내 발생사례는 없고 해외 여행을 통해 감염되어 귀국한 환자만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콜레라의 역사는 참 깁니다. 기원전 인물인 히포크라테스(BC460-375추정)도 탈수를 동반하는 심한 설사병에 대해 기술되있는데 의학자들은 콜레라를 처음으로 기록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가르시아(1490-1568)란 의사가 인도의 벵갈지방 등에서 국지적으로 유행하던 질병을 콜레라(cholera morbus)라는 이름으로 유럽에 처음 소개하게 됩니다.




이 콜레라는 집단 발병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도에서 1563년 집단 발생을 한 이후 지금까지 500여년간 지속적인 집단 발생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대유행은 1816년에 인도를 중심으로 중국과 동남에에 확산된 것이 시작입니다. 이를 1차 콜레라 대유행이라고 합니다. 이후 1829년에 이차 콜레라 대유행이 있었는데 이때는 콜레라가 파리, 영국 독일 등 유럽까지 확산됩니다. 유럽 각국에서 최소 몇 만명씩 사망자가 속출했으니 얼마나 지옥 같았을까요? 인구가 많은 인도에서 콜레라로 사망한 사람을 추정하기로는 1817년부터 1860년까지 1500만명이 사망했고 1965년에서 1917년 사이에 2300만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봅니다.




이후에도 거의 10년 단위로 콜레라의 대유행이 계속 됩니다. 처음 콜레라는 나쁜 공기로 인한 전염병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1849년 유럽 유행때 영국의 존 스노우(John snow)란 의사가 세균에 의한 수인성 전염병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주장했고, 질병의 진원지로 추정되는 우물을 폐쇄해 확산을 막았습니다.





 

[물펌프 주위로 사망자가 많다는 사실을 밝혀낸 역학 지도, 사망자의 주거지를 점으로 찍어 점이 밀집한 곳을 찾아낸 결과 물 펌프가 있는 곳이였다는 것을 밝혀냈다. 존 스노우는 이를 통해 콜레라가 수인성 질환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렇게 맹위를 떨친 콜레라의 정체는 1883년 의사이자 미생물학자인 코흐(Koch, 1843-1910)에 의해 밝혀지게 됩니다. 콜레라의 원인 균을 비브리오 콜레라라고 부르는데 하나의 편모를 가진 세균입니다. 하프킨(Waldemar Mordecal Haffkine,1860-1930)이 콜레라 백신을 개발하면서 콜레라는 과거의 질병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콜레라는 존재하고 가끔은 집단 발생을 해서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물에서 콜레라 균을 처음으로 발견한 코흐(좌)와 하프킨(우)




비브리오 콜레라는 끓는 물에서 쉽게 죽고 산에 약해 약간의 세균을 먹어도 산에 의해 대부분 죽습니다. 이 세균은 오염된 식수나 음식물, 과일, 채소, 특히 연안에서 잡히는 어패류를 먹어 감염됩니다. 국내에서 감염된 사례를 보면 장례식과 같이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경우 오염된 음식을 먹고 집단 발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의 구토물이나 분변에는 콜레라 균이 상당히 많은데 이를 통해 전파되는 것도 가능합니다. 19세기에 대유행이 있었던 이유는 이런 감염 경로를 모른채 오염된 물을 함께 마셨던 것이죠.




19세기부터 100여년간 6번 범세계적인 유행이 있었고, 20세기인 1961년에도 일종의 변이 주인 엘토르형에 의한 제7차 콜레라 대유행(7th cholera pandemic)이 발생했습니다. 콜레라는 현재에도 여전히 위협이 되는 질병이라 할만 한 것이죠. 우리나라 콜레라 유행 역사를 보면 1963-1995년까지 7회의 집단발생이 있었는데 1969년에 1538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1970, 1980, 1991년에 각각 1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거의 10년 간격에 유행이 있다고 10년 주기설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95년에도 환자가 발생하기도 해서 정확히 맞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콜레라가 감염이 현재에도 일어나는 이유는 콜레라 예방에 중요한 위상 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위생적이지 않은 지역을 여행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로 지구온난화와 해수온도 변화와의 연관성도 주장되고 있습니다. 콜레라균이 있는 강 하류와 그 주변 바닷가를 상상해보면 좀 쉽습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하류의 물 흐름이 느려지고 또 해수 온도가 높져 균이 살기 더 좋아질 것이고 그 외 염도나 산도 등도 더 적당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 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콜레라의 유행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이야기하다보니 최근에 개봉한 트랜스포머 속편 패자의 역습이 떠오르네요. 인간에 의해 정복된 듯한 과거의 질병 콜레라가, 지구온난화와 함께 다시 역습하려고 하는 것이 말이죠.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철저한 개인 위생, 외출 후 손씻기, 물 끓여 마시기 등만 잘 지키면 콜레라를 이길 수 있습니다.




* 위 글은 한국창의재단의 청소년을 위한 사이트 사이언스 올에도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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