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신종플루에 의한 사망자가 2명이나 발생하는 바람에 보건당국이 비상입니다. 그런 이유로 바쁠 것이라는 것은 짐작합니다만, 매스컴이나 질병관리본부나 너무 갈팡질팡 하는 것 같습니다.


어제 9시 뉴스는  "카더라" 통신과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였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전달한 지시사항이 맞는 이야기인지, 방송에 나오는 이야기가 맞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습니다.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저희가 알고 있는 사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소식이 마구 전해집니다. 그 중 몇가지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그동안 사망자가 나올 때까지 병원이 무책임했다는 주장

첫 환자는 병원 측의 실수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간과했으니까요. 그렇지만 두 번째 환자는 지금까지의 질병관리본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진단한다면 단순한 감기에서 폐렴으로 진행한 환자였습니다.

"해외여행을 최근 1주일이내 다녀오지 않거나 신종플루로 확진된 환자와 접촉한 사실이 없을 때는 단순감기로 치료하라"라는 지침이 유효했던 때였으니까요. 본인이 의심을 하든 의사가 의심을 하여 보건소로 보내면 전화가 왔습니다. "이런 환자 보내지 마세요. 의심되는 증례에 맞지 않잖아요." 지역사회감염이 발생되고 있는 시점이었고 이런 경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보건소에 계속 물어봐도 "아직 지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라는 말 뿐이였습니다.






2. 동네의원에서도 검사를 하고 약을 투여하게 하겠다는 보도
 
그동안 종합병원에서도 검사를 하지 못하고 타미플루를 처방하지 못 하게 한 것은 아시지요? 물론 한정된 약을 함부로 남용할 가능성이 있어 풀지 못 한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야 하구요. 그렇지만 지금도 보건소와 지역의 거점병원에만 타미플루를 공급한답니다. 동네의원 뿐 아니라 대부분의 종합병원에도 타미플루의 처방권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검사도 문제가 있는 것이 보건소에서 검사를 하면 2일만에 결과가 나오지만 개인의원이나 일반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하는 것은 외부검사기관에 의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약 5일정도가 되어야 결과가 나옵니다. 누가 여기다가 검사를 맡기려고 하겠습니까? 검사비용도 약 12만원...일시적으로 보험급여를 해 주겠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과연 보험청구코드는 만드셨나요? 환자에게 얼마를 받고 공단에는 얼마를 어떻게 청구해야 되나요? 구체적인 것은 하나도 없이 이렇게 뻥뻥 터뜨리면 병원을 찾는 환자들과 준비 안 된 병원직원과 의사들은 또 얼마나 다투어야 되나요?


3. 보건소로 가시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현실

자...이렇게 혼란스런 상황에서 보도를 믿고 의원이나 병원을 찾은 환자분들에게 뭐라고 대답을 하지요? 검사를 직접 할 수도 없고, 검사를 타 기관에 의뢰하여 해 봐야 5일 후나 결과가 나오며, 타미플루를 처방할 권한도 없으며, 처방을 해도 지정된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는데 그 약국도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물론 거점병원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저희 구에서는...) 제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은 의심환자가 있으면 보건소로 가시라는 것입니다. 보건소에서는 검사도 빨리 할 수 있고 약도 처방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지요. (물론 비용도 거의 안 듭니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4. 민간 병원에서 신종 플루를 맡을 수 있을까?

오늘 뉴스에도 나왔습니다. 병원에서는 환자를 맡으려고 하지 않고 떠 넘기기만 한다고 비난을 하더군요. 제대로 된 장비와 약, 그리고 처방권을 줘야 환자를 보든 말든 하지요? 아무런 대책없이 환자만 덩그랗게 받아놓고 어쩌라구요? 음압이 가동되는 격리병실도 없는 일반 종합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뿐이지요. 대책을 제대로 세우고 비난을 하더라도 하세요. 정부의 보건정책을 맡은 분들이 하는 일이란 이렇게 대규모로 일어나는 질병을 관리하는 그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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