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기 위해 입원한 분들이 입원후 저녁 회진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것이 내일 몇시에 수술 받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개인
병원이나 준 종합병원등에서는 수술 스케줄이 간단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하게 말할 수 있으나 대학 병원에서는 오전, 오후 정도만
가늠할 뿐 정확한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응급수술이 생긴다면 그 전날에 계획한 수술 순서는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의사는 진료만 보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행정 업무도 꽤 많은데 전공의 4년차가 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의학 지식의 부족보다 수석 전공의(취프, chief)로 과업무를 관장하는 일이다. 물론 병원마다 시스템의 차이는 있어서 의국장 업무를 가장 젊은 교수가 맡기도 한다. 이 의국장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수술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의국장은 다음날 수술 순서를 저녁 회진후 정하게 된다. 해당 파트마다 그 날 타과에서 협진 수술을 요청한 경우와 당일 입원하여 내일 수술하는 환자등이 있기 때문에 외래와 저녁회진을 마친후에 스케줄을 정하게 된다. 수술 스케줄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교수와 전공의, 간호사들의 인력을 어떻게 최적의 상태로 활용하는가가 정해진다. 저녁 식사 전에 정규 수술을 마쳐서 따뜻한 밥을 먹게 하느냐 아니면 불어터진 자장면을 먹게하는가가 의국장의 손에 달려있다.


병원 경영 측면에서 본다면 정규시간에 수술을 마치지 못하면 추가 보조 인력을 넣게 되므로 인건비 문제도 걸려 있는 중요한 사한이다. 따라서 수술 스케줄은 의국장의 능력이 어떤가 평가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대학병원에서는 수술실이 한 과에서 3-4개는 기본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보조 인력의 효율성과 집도의가 최대한 뜨는 시간 없이 수술할 수 있도록 수십 건의 수술을 퍼즐 조각 맞추듯 두뇌를 돌려 맞춰야한다.



수술하는 날과 수술하지 않는날


외과계 의사들은 외래보는 날과 수술하는 날이 따로 정해져 있다. 일종의 규칙인데 수술을 하는 날에도 우선권(priority)이 분배되어 있다. 따라서 외래에서 수술을 정하게 되면 그 우선권이 있는 날에 주로 수술을 잡게된다. 우선권이 없는 날 수술을 하게 되면 우선권이 있는 의사가 먼저 수술을 하고 난 뒤에 수술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런 원칙이 없다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거나 직위가 높은 사람의 수술 위주로 수술실이 배정되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우선권이 없는 날에는 큰 수술 보다는 간단한 수술을 잡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다면 정규 수술은 어떤 순서로 계획 하게되는가?


우선적으로 수술을 해야하는 경우가 몇 가지가 있다. 통원수수술 환자와 소아환자, 노약자순이다.

최근에는 통원수술 또는 일일수술(day surgery)이라고 하여 아침에 입원하여 오후에 퇴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대부분 수술후 자가치료가 가능한 간단한 수술을 위주로 환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만든 제도다. 이들 환자들도 마취 후 회복하는 것을 확인한 뒤 이상 없다는 것을 보고 퇴원해야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입원조취를 해야하므로 대체적으로 오전 일찍 수술을 하게된다.

소아환자와 나이가 많은 환자의 경우 금식 시간이 길어지면 체력적으로 힘들어하기 때문에 가급적 일찍 수술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타과의 협진으로 같이 수술하는경우



특히 대학병원에서는 신장이식이나 암 전이로 타과와 함께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 비재하다. 소위 Co-op (코오피라고 부른다)인데 이 경우에는 타과의 교수와 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해당 수술이 타과 교수의 집도가 가능한 시간에 맞춰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타과 교수가 수술을 하다가 그만 두고 협진을 위해서 달려 올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국장은 타과 교수의 수술 스케줄 역시 계산해 둬야한다.

만약 그 앞수술이 길어지거나 타과 교수가 해당 과에서 하던 수술이 길어지면 수술실은 돌아가지 않고 멈추게 된다. 정해진 정규 수술이 있는데 이렇게 수술실이 멈추게 되면 수술실을 관장하는 마취과에서는 수술을 하지 않는 수술실에 타과 환자가 수술하도록 배려하게 된다. 물론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해당과 의국장은 해당의 과 수술이 지연되게 한 셈이 되므로 본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책망을 듣게 된다.



응급 수술이 생긴 경우


해당과에서 수술중 응급 수술이 생긴다면 정규 수술 일부를 계획 수정해서 원래 정규 수술을 하게된 수술실에서 응급수술을 하게된다. 응급 환자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계획 수정은 불가피하게 되나 여러 수술실에서 수술중이라면 어느 수술실에서 응급 수술을 해야하는가는 무척 고민되는 일이다. 같은 과지만 각 수술하는 집도의는 자신의 환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그 경중을 가려서 엄중한 잣대로 결정하여 추진해야하기 때문이다.  응급수술이 생기면 오전에 들어가기로한 환자분들도 오후 늦게 들어가는 일이 생겨 양해를 구해야하는 일도 왕왕 벌어진다.



언제 수술 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계절중 여름에는 수술을 피하는 것이 좋지 않냐며 수술을 미루시는 분들도 종종 있다. 과거 30년 전에 에어콘이 없을 때에는 맞는 이야길 수 있으나 요즘은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다.

또 하루 중 언제 수술하는 것이 가장 좋냐고 물어 보시는 분들이 있다. 아침 첫 수술이 집도의의 피로도가 낮기 때문에 가장 좋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사실 수술 결과는 수술 순서와는 무관하다. 그리고 집도의의 컨디션이 아침 첫 수술에 가장 좋다고 이야기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부분 정규 수술은 체력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환자는 다르다. 의학적인 결과는 차이가 없으나 아침에 일찍 수술하고 일찍 나온다면 금식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고 대기하는 보호자들도 편하다. 하지만 모든 환자를 아침에만 수술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금식하는 모습을 수술 당일날에도 지켜봐야하는 것이 맘이 아프지만 이 글을 읽은 뒤에는 본인 보다 더 체력적으로 힘든 사람이나 응급환자들이 먼저 수술한다는 사실에 "양보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외래에서 수술 날자를 정하는 것은 병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순서대로 정하게 됩니다. 암에 대한 수술인 경우에도 양성 질환 보다는 우선시 하나 같은 암환자들은 순서대로 하게 됩니다. 최근 교통의 편리함으로 일부 대학에 쏠림 현상이 있어 한달 이상씩 대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대 의학은 각자의 술기의 차이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 결과를 두고 보면 굉장히 미미합니다. 오래 대기해야하는 일부 대학병원보다 지역내에 있는 대학병원을 활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할 것입니다.

관련글 : 선생님, 수술 빨리 받게 해주세요.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