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만 2명의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사망했습니다. 보건 당국과 시민들은 이와 같은 소식에 크게 동요하고 있습니다. 신종인플루엔자 확진환자가 18일 0시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총 2212명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사망환자 소식 이후에 자발 검사자가 늘어나는 현재 분위기로 볼 때 확진환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가을부터 늘어나기 시작하는 독감환자의 속성상 신종플루도 날씨가 쌀쌀해지는 계절에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어 우려가 높습니다. 확진환자가 2000명을 돌파했고, 사망환자도 발생한 만큼 지금까지의 문제보다는 계절적 유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 앞으로 다가올 사태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신종플루 감염 국내 두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16일, 전병렬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이 복지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당국의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 박상규


신종플루, 현재 대유행 상황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이미 지난 6월 10일에 신종플루 대유행을 선포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지난 주말에 첫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신종플루는 대유행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과거 스페인 독감과 홍콩 독감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켰지만, 현재에는 그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전 세계 사람들의 이동이 빈번하다는 것을 볼 때, 이와 같은 대유행은 앞으로도 개별 국가의 유행 여부와 상관 없이 급속도로 전파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사망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종플루의 유행에 비교적 둔감하게 반응을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종플루 환자의 사망률이 전 세계적으로 약 0.3%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신종플루 환자의 증가 속도로 볼 때 충분히 예상할만한 상황이었고, 이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대처가 좀 미흡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신종플루, 진단이 어렵다 그렇다면 왜 대처가 미흡할 수 밖에 없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신종플루 환자를 확진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방법이 까다롭습니다. 정희진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선에서 환자들의 증상을 듣고 '이 사람이 신종플루 환자다. 아니다'를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신종플루의 증상과 발생기전이 일반 독감의 그것과 똑같기 때문에 초기에 신종플루 환자를 가려내기란 매우 힘들다"고 설명합니다.


일반적으로 신종플루나 일반 독감은 고열과 함께 기침, 목의 통증, 몸살, 콧물, 코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얼핏 들어봐서도 심한 감기를 앓는 환자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일선에서도 환자를 한 번 봐서 구분하기가 불가능합니다. 현재까지의 신종플루 의심환자 진단지침을 보면 '7일 이내에 유행지역을 여행하거나 7일 이내에 확진환자와 접촉'한 기록이 있을 때나 '37.8도 이상의 고열이 동반될 때' 신종플루를 의심해 상위기관으로 전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상위 기관에서는 RT-PCR검사를 통해 신종플루 환자를 확진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번에 사망한 2명의 환자는 모두 이와 같은 진단지침에 해당되지 않은 환자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신종플루의 진단과 치료가 늦었고, 병세가 악화되었던 원인으로 생각됩니다. 이미 진단지침에 어긋난 환자가  2명의 신종플루 환자가 사망을 했기 때문에 진단지침도 바뀌어야 하지만, 문진과 진단만으로 신종플루 환자를 선별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신종플루 감염 국내 두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16일, 한 기자가 마스크를 쓴 채 보건복지가족부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오마이뉴스 ⓒ 박상규


신종플루, 지역사회 전파 이미 시작돼

그러나 아직까지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진단지침이 과거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진단지침과 다른 증상의 환자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예전의 의료 지침은 수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가 대유행 초기인 점을 고려해 만약 머지않은 시간에 신종플루가 창궐하게 되면 합병증의 위험이 높은 군의 사람들에게는 검사 없이 치료제인 타미플루(Tamiflu)를 투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신종플루로 진단이 되려면 상위 검사기관에서의 확진 검사를 통해서 신종플루 바이러스를 검출해야 하는데,  이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타미플루라는 치료제는 빨리 투여할수록 효과가 좋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처방전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인 타미플루는 현재 국내 인구의 10%인 531만 명분의 양만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초기에 검사 없이 투여를 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잘못하면 가을과 겨울의 유행시기에 정작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바닥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예방 백신, 맞을 수 있나?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올 가을과 겨울에 우리나라에서 예방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사람들은 최대 10명 중 3명이 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정부의 계획은 1300만 명(27%)에게 백신을 접종한다는 계획인데, 전 세계적인 백신 품귀 현상 때문에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량 확보와는 별개로 넘어야 할 산은 또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백신의 양은 500만 명 분. 나머지 800만 명 분에 해당하는 예방 백신은 전량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1회당 7천 원을 기준으로 1300만 명에게 접종한다는 가정하에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그러나 8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유재중 의원(한나라당)에 따르면 보건복지가족부는 다국적 제약사 4곳과 평균단가 1만8천 원선에 400만 명분의 신종플루 백신 공급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므로 현 예산만으로는 결국 500만 명분 선에서만 예방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예산의 증액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신종플루, 어떻게 예방하나?

신종플루의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국민들은 많이 잡아야 1300만 명. 그것도 지금 당장이 아닌 11월에야 가능한 상황입니다. 정부와 의료계에서는 11월경 백신을 투여하는 것이 늦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백신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그러나 신종플루 백신이 신종플루를 완벽하게 막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정희진 교수는 "비록 백신이 효과적이지만 100%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일반적인 감기나 독감의 예방책으로 신종플루를 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즉 감염예방을 위해 다른 사람의 분비물이 가장 잘 닿기 쉬운 손을 자주 씻고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는 것을 피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한편 감기증상이 있으면 지체하지 말고 병의원을 방문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맞는 치료를 받으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신종플루에 대한 지나친 공포도 해로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전문가들이 대유행의 양상에 대해서는 조금씩 이견이 있지만, 현재 유행하고 있는 신종플루는 일반 독감에 비해 독성이 약하다고 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면역력이 좋은 사람들은 일반 독감을 앓는 것보다도 쉽게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는 것을 기억하시고 생활한다면 신종플루의 공포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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