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이 '치료제(타미플루)가 부족해지면 특허정지 조치를 내린뒤 국내에서 복제약을 대량생산토록 허용하겠다.'고 인터뷰를 하였다. 하지만 특허정지 조치는 국제사회에서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과연 현 시점에서 한 나라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써 이 발언이 적절했을까?
 
전세계적으로 타미플루란 약이 턱없이 부족해서 한국에서 타미플루가 없는 것이라면, 자국민 건강을 위해 특허정지 조치는 응당 맞는 처사이다. 그런데 문제는 약의 공급 부족만이 현 상황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이미 다른 나라는 적정한 약값을 협상하고 구입을 했는데, 한국은 약값이 비싸다고 수입을 안해온 것이 더 큰 문제며 이는 보건 당국의 책임이 있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무런 말 없이, 문제가 되면 특허정지 조치를 내리겠다고 일국의 보건을 책임진 수장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아니고, 자동차/반도체 수출 등 지적 재산으로 먹고 사는 무역국이 아닌, 북한이나 이디오피아, 쿠바 같은 사회주의국가라면 이와 같은 조치를 이해를 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정보화 사회에 뛰어든 선진국이고 우리 역시 지식 산업을 기반으로 타국에 수출을 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다른 선진국들은 비용을 지불하고 수입한 약을 이제까지 별다른 대책 없이 수입하지 않고 있다가 약이 필요하니까 국제특허권 무시하고 국내에서 찍어내겠다는 것이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일인가 생각해 볼 노릇이다.

 
백신도 마찬가지다. '정부, 신종플루 백신 확보 노심초사' 란 뉴스를 보자.
 
대부분의 해외 백신 생산업체들이 신종플루 백신을 올해 처음 만드는 바람에 최근에서야 임상시험을 시작했고 생산수율도 계절인플루엔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초기단계에서의 공급부족 사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선진국은 앞서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4-5년전부터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비해 선구매 협상과 선투자를 많이 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최소한 한두달 전에는 구매협상을 마무리 했어야 하는데 이미 늦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5월 2일 신종플루 첫 감염자가 나온 뒤 백신확보 예산을 짜는데 두달이 걸렸고 그나마 백신 1도스당 구매가격도 7천원이라는 헐값에 책정, 해외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경쟁입찰에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았다.
구매가격을 낮게 잡는 바람에 다시 이를 국제시세 수준으로 올려 예산을 추가 확보하는데 또 두달이 걸렸다. (연합 뉴스 인용)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한국은 국제적인 약값(백신 포함)을 지키지 않고 그저 싼 값에 사려고 버티다가 대책 안서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며, 여기에 여차하면 국제특허권을 무시하고 약을 찍어내겠다고 장관이 공언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우리 신뢰는 바닥을 칠 것이며 지금껏 고부가가치 제약산업 육성을 운운한 것이 다 빈말이 되는 셈이다.
이번 사태는 백혈병치료제인 푸제온 사태와 동일한 전철을 밟고 있다. 남들은 100원주고 사먹는 약을 우리나라 혼자 50원 주고 사먹겠다고 하여 국내 시장에 들여놓지 않는 것이며, 환자가 자기돈 80원내고도 사먹을 수 없도록 법으로 묶어 놓고 있는 것과 같다. 민간회사들에게 맡겨 놓으면 훨씬 싼 값에 협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일을 단일 보험자인 정부(건보공단)가 모든 통로를 막아놓고 독점하고 있다보니 생기는 문제다.
 
신종플루의 대유행은 자연재해와 같이 피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백신과 타미플루 부족은 한국에서 겪는 인재임이 분명하다. 통제중심, 관료중심의 사회주의식 의료체계의 폐해가 그대로 나타나는 한국적 현상이다. 게다가
보건복지부는 한술 더떠 보건소에서는 집단발병만 '관리'하고, 신종플루 의심 및 신종플루 환자는 민간의료기관에 떠넘겼다.
한국의 공공의료는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군병원, 국립의료원, 수많은 보건소 등은 이런 비상사태에 대비하라고 있는 '공공의료기관'이다. 일반환자진료를 민간에 위임하고, 신종플루환자 진료와 치료에 전념하여야할 기관이란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그 반대다. 공공의료기관이 공공의 안녕을 위한 본연의 임무는 방치하고, 강제로 민간에게 떠넘기고 있다. 지금 한국은 테러로 수많은 환자가 발생하였을 때, '대량 환자의 '관리'만 공공기관이 하고, 치료는 개인병원가서 알아서 하세요.'라는 꼴이다.
 '공공'이란 탈을 쓴 획일적 의료시스템이 전혀 공공의료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계속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공공의료란 공무원/공사원의 양반신분을 늘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것도 이번 기회에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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