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감염자가 5천명이 넘어선 가운데, 보건당국이 전염병 위기 단계를 '경계 2단계'로 격상했다고 합니다. 고위험군 중증환자의 조기치료를 강화하겠다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이전과 달라지는 것은 항바이러스제 투약 기준이 완화돼 처방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죠. 자주 지침이 바뀌다보니 일선에서는 고생이 많습니다. 혼선도 빚어지고 있고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40대 여성이 신종플루 양성 판정 후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합니다. 의학적으로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뇌사와 직접 연관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언론에서는 신종플루 -> 뇌사로 공포를 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폐렴으로 치료 중 뇌부종, 뇌출혈이 있었으며 그 이후 상태가 악화되어 뇌사상태라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신종플루 공포 속에 보건당국이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말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원론적인 이야기를 자꾸 하게 되죠. 특히 손씻기를 잘 하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헬스로그에서도 개인위생에 대해 자주 강조하고 있습니다. 분명 손씻기는 호흡기 감염질환에 있어서도 전염을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임은 의학적으로 분명합니다. 하지만, 손씻기만 잘한다고 예방할 수 있는 것만은 분명 아닙니다.





주말에 전국에 다양한 행사가 열렸는데요, 이런 행사장에 손 소독제가 등장한 곳이 많았나봅니다. 제가 간 교회 입구에도 손 소독제가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손 소독제를 사용해 손을 씻은 뒤에 입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손씻기만 한다고 질병 전파가 예방될까요? 이점에 있어서는 회의적입니다. 분명 안하는 것보다 낫겠습니다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나가는 것 자체도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니까요. 흡연자가 운동한다고 흡연의 위험이 사라진다고 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1918년 유행한 스페인 독감의 경우 미국에서 55만명의 사망자가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이 독감을 대응한 방법이 일률적이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footnote]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s Implemented by US Cities During the 1918-1919 Influenza Pandemic Howard Markel, MD et al. JAMA, August 8, 2007Vol 298, No. 6[/footnote]미국 43개 도시에 취해진 조치, 예를 들면 학교 폐쇄, 군중이 모이는 집회 취소, 질병에 감염된 사람의 격리 등을 기준으로 해당 도시와 사망자를 조사한 것이죠. 학교 폐쇄와 집회등을 취소시킨 도시에서는 그 시점부터 사망률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고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늦춘 도시에서는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C) Jou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JAMA,
-1918년부터 1919년 사이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십만명당 사망자수) 추이>



그나마 정말 다행인 것은 이번 신종플루가 적어도 지금까지 상황만 본다면 그렇게 독한 녀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100년전과는 달리 의학의 발달도 있었음도 사실이고요. 때문에 공포감을 가지고 신종플루를 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건강한 분들은 신종플루에 감염되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대증요법만으로도 회복가능합니다.


하지만, 경각심은 가지고 있어야합니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면서 이 신종플루 감염자는 더 급격히 늘어날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으며, 계절성 독감도 함께 유행할 것입니다. 감염 위험을 줄이고자 한다면 개인위생과 더불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나가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고열과 기침이 있는 독감 의심환자는 병원 진료도 중요하지만, 사회 활동을 중단하고 외부 접촉을 줄여야 합니다.


신종플루에 대한 두려움에 편승해 면역을 증강시켜준다는 일부 식품이나 건강 보조제들이 날개돋힌 듯 팔린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아이들 먹는 초유제품들도 판매가 늘었다고 하는데, 이런 것들을 복용하는 것보다는 개인위생과 번잡한 곳을 피하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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