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H1N1 인플루엔자 (신종 플루)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일상화되면서, 체온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오가는 것 같습니다.

"진단 기준에 37.8도 이상의 고열"이 있기 때문인데,

사람들끼리 투덜대듯 하는 말로

'37.7도면 괜찮다고 하다가 열이 오르길 기다려서 37.8도가 되어야 신종 플루라고 진단해 주는거냐고, 뭐 이런 바보같은 경우가 다 있느냐'고 합니다.

정-말, 일리 있는 말이고, 37.8도라는 체온의 기준은 진단의 알고리즘상의 최소 조건일 뿐, 이 온도를 기준으로 무 자르듯 신종 플루냐 아니냐를 가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선에서 환자들을 많이 접하는 보건의료 당국이나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조차 명확한 기준 없이 갈팡질팡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체온이 그나마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되면서 임상적인 진단 기준으로서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져 버린 것입니다.

이런 혼란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당연히 감기 증상이 있을 때 열이 나는 것이 아닌가 많이 걱정하게 되고

체온계도 좀 더 많이 구비하게 되었는데 (이건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체온을 측정하면 아침저녁, 혹은 오후와 밤이 다 다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서 하루 종일 체온때문에 신경 많-이 쓴 회사원 김모 팀장님의 이야기를 살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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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목이 칼칼하고 좀 찌푸둥하더니 아침에 회사에 출근할 때는 기침도 나오고, 열도 좀 있는 것 같았다.





마침 사무실에 새로 사다 둔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했는데





두둥, 37.5도!




이럼 차~암 애매하다.

왠지 조퇴하기도 좀 눈치보이고 그래서 '그럼 좀 기다려 보는거다' 하고 마음 먹고는 콜록거리며 버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래도 왠지 열도 좀 더 나는 것고 식은땀도 나는 것 같고, 목도 점점 더 아파 오는 것 같은 게 꽤 신경 쓰인다.






점심시간에 밥먹으러 가기 전 다시 체온을 측정했더니 37.3도! 오히려 내렸다.

뭔가..아까는 올랐는데 지금은 내린 건가? 하는 혼란도 생기고

어쨌든 열은 더 오르지 않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고는 밥을 먹고 와서 슬쩍 다시 체온을 측정.

헐- 37.5도로 다시 올랐다.

 - _ -;;

뭔가 이유를 찾아 본다. 매운 걸 먹어서 그런가? 바깥에 다녀와서 그런가?..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는 없다.

일에 집중해야 할 시간, 어쩔 수 없이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며 회의도 하고 일하다 보니 퇴근시간이다.

병원에 가야 하나..생각하면서 체온을 다시 측정했더니! 37도까지 내려 버렸다.

= _ =;;

아까 옆 자리 직원에게는 나 아픈 것 같다고, 열 난다고 그랬는데..

그 직원이 나 이제 열 안 난다고 하니까, "다행이네요"라고는 말해 주었지만 표정은 이미 '이 엄살쟁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모두들 건강하게 이 환절기를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런 젠장. 나 아픈 거야? 안 아픈거야? 약을 먹어야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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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분이 지금 뭔가 목감기(인후의 염증이 있다거나) 증상으로 약간의 미열을 경험할 수는 있습니다.

이것도 아픈 거라면 아픈 것이 맞죠.

하지만 이렇게 체온이 변화한 가능성중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정상적으로도 우리의 체온은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변화한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체온의 일중 변화(circadian variation in human thermoregulatory response)라고 하는데

우리 몸의 체온은 생리적 변화나 조절에 의해서 대체로 오전과 낮에 높아지고 밤시간동안에는 낮아진다고 합니다.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위키피디아의 "정상 체온"에 대한 설명도 참고로 읽어 보세요.)

그러니 미묘한 증상이 있어서 체온을 측정할 때는 밤과 낮에 차이가 있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고막체온계(귀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하는 올바른 방법"에 대해서도 기억해 주세요!

환절기 감기+비염+애매한 인후통 증상과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가 겹쳐서 다들 땀 삐질 삐질 하는 계절입니다.

모두들 건강하게 이 환절기를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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