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대만의 한 병원에 응급 환자가 실려 왔습니다. 그는 한국인 윤아무개(22)씨로 호텔에서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의료진은 응급 처치 후 X-선 검사를 했는데, 뱃속에 작은 덩어리 60여 개가 찍힌 것입니다.


뱃속에 있던 작은 덩어리 60여 개는 콘돔에 싸인 5g의 헤로인 덩어리들이었고, 이 중 2개가 뱃속에서 터졌던 것입니다. 응급 치료를 받고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긴 윤아무개씨는 의사의 신고로 이달 초 현지 경찰에 구속되었고,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도 23일 윤씨와 함께 1.3kg의 밀봉한 헤로인을 삼켜 운반한 혐의로 우아무개(23)씨와 박아무개(25)씨를 구속기소했습니다.

 

헤로인, 중독성 강한 아편류 마약

▲ 헤로인은 중독성 강한 마약으로 주사를 통해 몸 속으로 투여됩니다. ⓒ 엄두영


비행기 옆 좌석에서 어딘가 모르게 불편해하는 사람들을 본다면 한 번 쯤 이번 사건을 떠올려 봐야 할까요? 아니면 공항에 알몸 투시기 뿐만 아니라 X-선 검사기도 설치를 해야 하는 것일까요? 얼핏 보면 미련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번 사건은 실제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사건입니다.
 

지난 2004년에는 50대 초반의 대만인 남성이 뱃속에 헤로인을 숨겨 들어오다가 태국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고, 지난 2005년에는 헤로인을 채운 콘돔 수십 개를 삼킨 말레이시아 남성 3명이 방콕 공항 검색대에서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헤로인, 중독성 강한 아편류 마약

 그러나 이와 같은 콘돔으로 포장한 마약 삼키기는 이번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매우 중대한 의학적 문제를 일으킵니다.
 

헤로인의 경우 아편류의 마약성 진통제에 속합니다.
 

청나라에서 '인민의 종교'라는 칭호를 받았던 아편도 강력한 신체적 의존 증상과 중단 시 나타나는 심각한 금단 증상 때문에 청나라를 좀먹었고, 지난 2007년 대상포진 환자이기도 한 가수 전인권씨가 진통 효과를 얻기 위해 복용한 '옥시콘틴'도 아편류의 마약성 진통제였습니다.

 

헤로인 과다 투여, 생명 앗아갈 수 있어

▲ 헤로인을 과량 투여받게 되면 혈압과 호흡 기능이 모두 떨어지는 등 전형적인 응급상태로 더 심하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헤로인의 경우 정맥주사를 통해 투여가 됩니다. 그러나 이번에 운반된 1.3kg의 헤로인(4억4천만 원 상당) 양이 4만여 명에게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입니다. 이를 역으로 계산한다면 1인 투여 기준 적정량은 약 0.03g으로 10g의 지용성 물질인 헤로인이 뱃속에서 흡수되지 않는 양을 고려할지라도 엄청난 양의 헤로인이 몸속에 흡수되는 것입니다.
 

선진국에서 헤로인 남용이 많은데, 미국에서는 평생 유병률이 2%나 될 정도라고 하니 미국에서의 헤로인 문제는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는 아편류 물질의 남용자가 일부 의료인에게서만 종종 발견되는 등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은 헤로인에 대해서는 비교적 깨끗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헤로인 과다 투여, 생명 앗아갈 수 있어
 
헤로인의 일반적 중독 증상은 주사로 투여할 때 즉시 극도의 쾌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성적 극치감과 비유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용량이 늘어날수록 주의력 장애와 기억장애 등 여러 부작용들이 나타납니다.
 

다량의 헤로인을 투여 받은 경우 혈압과 체온, 맥박, 호흡 기능이 모두 떨어지게 됩니다. 병원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응급 상태로 응급 증상에 대한 치료가 들어가게 됩니다. 더 심하면 몸에 경련이 오고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이번 사건의 주인공 윤아무개씨는 본의 아니게 다량의 헤로인을 투여 받고 위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났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아편계 마약 해독제를 투여하면 증상이 호전되지만, 헤로인에 중독된 경우 심각한 금단 증상이 나타나므로 완치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편계 마약 중독자들의 경우 아편계 약물을 투여받기 위해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약은 정신을 좀먹는 것은 물론이고 신체에도 큰 위협이 됩니다. 심지어 이번 사건의 경우와 같이 다량의 마약을 투여 받게 되면 목숨이 위태로운 응급 상황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운반책으로 활동했던 3명이 4억4천만 원 상당의 헤로인 운반을 위해 받은 돈이 고작 1인당 150만 원에서 530만 원이었다고 하니 '목숨 건 대가 치고는 너무 초라한 것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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