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종이를 대체해 모니터로 신문 기사를 읽거나, 이메일을 보내는 수단으로만 여겼으나 이제는 웹브라우저가 운영체제를 대체해나가고 있어 파워포인트나 엑셀, 워드 작업을 인터넷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


또 다른 변화로 인터넷이 만든 가상공간에서 사람들이 사회성을 가지고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터넷 동호회와 블로그, UCC 사이트에는 자신만의 닉네임을 가지고 인격체로써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월드와이드 웹(World wide web)에서 각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하고 사회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을 두고 소셜 웹이라고 부른다.


이런 소셜 웹(Social Web)의 특징은 참여하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의 정체성(identity)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과 함께 대화(conversation)를 나누고 이를 통해 관계(relationship)를 형성하며 정보를 공유(sharing)하고 사람이나 제품에 대한 평판(reputation)을 형성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든다면 육아, 교육 카페에 가보면 수많은 아이 엄마들이 ‘OO문화회관에서 뽀로로 공연이 있답니다’라며 공연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OO 소아청소년과 직원들이 너무 친절해서 좋아요’라고 평판을 형성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소셜 웹을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와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미디어의 뜻은 과거 언론 미디어가 아닌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써 미디어를 뜻하는 것으로 소셜 미디어는 기성미디어와는 달리 소셜 웹 기반의 새로운 미디어란 의미로 주로 쓰인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네티즌(Net + Citizen 합성어)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을 따로 불렀지만 이제는 이런 분류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국민 대다수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바야흐로 네티즌이 시민과 거의 동의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웹의 발전은 정보 소비자들의 역할을 바꾸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정보 전달체계를 보면 기업, 기관, 전문가들이 언론 미디어를 통해 청중에게 정보를 전달했지만 지금은 상당수의 기업과 기관 그리고 전문가들이 자신만의 홈페이지, 블로그 그 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마이크로 블로그 등의 서비스를 이용해 직접 소비자와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과거에는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던 단순한 청중이 이제는 소셜 웹의 도구들을 활용해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대가 이렇게 변하다보니 소셜 웹이 기업과 병원에게 새롭게 떠오르는 중요한 마케팅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메릴랜드 병원(the University of Maryland Medical System)의 웹 매니저로 근무하는 Ed Bennett의 조사에 따르면 2009년 10월 4일 기준 미국의 병원 중 소셜 웹을 활용하는 기관이 391개로 최근 통계 추이를 보면 2006년 이후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병원들의 홍보에만 소셜 웹이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공중보건, 건강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서도 이런 소셜 웹 도구들은 매우 유용한 마케팅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건강 마케팅은 건강 정보를 생산하고 소통하고 유통을 포함하며, 각계각층의 시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보호하기 위한 과학적 기반의 소비자 중심의 전략을 수립하고 중재하는 것이다. (질병통제센터, 2005)


'건강 분야에도 마케팅이 있는가?' 궁금해 할 수도 있겠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는 건강 마케팅(Health Marketing) 부서가 별도로 존재하며 자국민 공중보건 증진을 위해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질병통제센터(CDC)의 건강 마케팅(Health Marketing) 정의는 다음과 같다.


Health Marketing involves creating, communicating, and delivering health information and interventions using customer-centered and science-based strategies to protect and promote the health of diverse populations (CDC, 2005).


건강 마케팅은 건강 정보를 생산하고 소통하고 유통을 포함하며, 각계각층의 시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보호하기 위한 과학적 기반의 소비자 중심의 전략을 수립하고 중재하는 것이다. (질병통제센터, 2005)


영리 기업의 마케팅이 회사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교환을 창조하기 위해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개념 설정과 가격 설정, 판매 촉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강 마케팅 역시 자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 이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판매촉진(promotion)을 통해 건강 정보를 접해서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삶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의 보건당국에서 소셜 웹을 활용하는 이유는 공중 보건과 건강 증진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로써도 훌륭할 뿐 아니라 쌍방향 소통을 통해 정보 유통을 촉진(promotion)하기에도 최적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매스 미디어를 통한 일방적인 건강 증진 캠페인, 질병 캠페인의 효과가 일시적인 환기를 주는데 그치고 행동의 변화까지 이끌어 내는데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측면과, 최근에 기성 미디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고 인터넷이 새로운 정보 유통 채널이자 미디어로 자리 잡고 있다는 측면을 보더라도 소셜 웹 활용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소셜 웹이 의료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서는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이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데, 최근 동향을 보면 불과 10여년 사이에 웹 이용자들의 의료정보 활용은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Pew Internet & American Life Project의 최근 보고서인 The Social Life of Health information (2009년 6월 11일)의 발표 결과를 보면 2000년도에는 성인 중 25%만이 온라인 건강 정보를 보고 있었으나 현재에는 미국인들의 61%가 온라인 건강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도 비슷한 결과의 자료가 보고되었는데 Ogilvy Health의 2008년 여성 패널 조사(WPP Omnibus survey, 2008)결과에 따르면 질병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을 때 60.5%에서 인터넷을 통해 검사한다고 한다.


이들 정보 이용자들의 인터넷 이용 방식을 보면 단순히 건강 뉴스를 읽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질병 및 의학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질병이나 약물에 대해 검색을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운동이나 미용 관련 약물에 대한 정보 이용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의료 정보를 취득하는 사람들을 e-patient로 부르는데 이들이 선호하는 정보 출처를 보면 놀랍게도 오픈 백과사전으로 알려진 위키피디아(Wikipedia)가 53%였고 MySpace나 Facebook과 같은 (국내 싸이월드와 유사한 사이트)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활용하는 경우가 39%, 기타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경우가 37% 이었다 (복수 응답). 이뿐 아니라 e-Patient들은 자신이 직접 정보를 생산한다고 하는 경우도 25%에 이르렀다.


과거에는 정보를 소비할 수밖에 없었던 청중이 이제는 자기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는 정보 생산자가 되었다는 것은 최근 Web 2.0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인터넷 회선 보급률의 증가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하락하는 컴퓨터와 디지털 디바이스 그리고 복잡한 프로그래밍을 모르더라도 누구나 자신의 웹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준 블로그,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해준 팟 캐스트, 유튜브와 같은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온라인 커뮤니티, 트위터와 같은 마이크로 블로그, 그 외 수많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들은 누구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정보를 생산해 저장할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유통의 기능까지 제공했다.


이 같은 변화가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 예외일리 없다. 대표적인 사례로 블로거들이 작성한 콘텐츠를 유통하는 서비스인 다음 뷰(View)를 꼽을 수 있다. 2007년 초에 모든 블로그가 가입할 수 있도록 변경된 이후 6개월 만에 일반 미디어들의 UV(unique visitor counter, 쉽게 방문자 수)를 초과했다는 것은 이미 웹 종사자들에게는 고전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2007년 11월 기준 중앙일보 조인스와 조선일보 조선닷컴이 주간 평균 UV 400만대로 측정되었으나 블로거들이 만드는 뉴스들의 UV 총 합이 500만을 돌파한 것이다.


의료 건강 분야만 보더라도 의사 블로거들의 네트워크인 닥블(코리아헬스로그의 메타블로그)에 참여하는 의학 블로그들의 지난 2년간 총 방문자 합산이 3000만을 넘었으며 2008년에는 그 사회적인 공헌을 인정받아 넷티즌과 전문 심사위원들이 참여한 다음(DAUM) 블로거 뉴스 대상에 의사들이 만드는 소셜 미디어 코리아헬스로그가 선정되었다.


이런 소셜 웹의 성장은 과거의 공중보건 활동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을철 발열성 질환 주의가 필요할 때 보건당국에서는 언론 미디어를 통해 보도 자료를 제공하고 보건소와 같은 유관 기관에 포스터를 붙이며 일선 공중보건 담당자들을 통해 주민 교육을 하는 것이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의 대다수는 낮 시간에 일하기 때문에 보건소의 직접적인 교육 및 홍보를 접하기 어렵고 참여하는 사람의 수에도 제한이 있으며 교육하는 사람의 인력에도 한계가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온라인으로만 정보를 습득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서 기성 미디어를 통한 질병 홍보에도 제한이 있다.






때문에 미국 질병관리센터는 소셜 웹을 통해 직접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신종플루 대유행에 시민들이 알아야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마이크로 블로그인 트위터를 활용해 80만(2009년 9월 기준) 미국시민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트위터의 경우 정보를 재전달하는 리트윗(Retweet)을 통해 정보 유통이 급속도로 확산되기 때문에 실제로 질병관리센터의 메시지를 듣는 시민들의 수는 80만에 수십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도 의사 블로거들이 공중보건에 도움이 되는 여러 정보를 블로그를 활용해 제공하고 있다. 코리아헬스로그에서 재작한 잇솔질 동영상은 비디오 유통 사이트인 다음 TV 팟을 통해 6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재생했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온라인 이웃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퍼갔다. 이 동영상에 출연했던 치과 공중보건의사가 한해에 직접 만나서 잇솔질 교육을 할 수 있는 인원이 수백 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작은 노력으로 소셜 웹을 통해 건강 정보를 제공하고 유통시키는 것의 파급력이 어마하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쉽게도 국내의 경우 보건당국이 소셜 웹을 활용한 공중보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문적이고 양질의 콘텐츠를 많은 비용을 들여서 생성하지만 기관 홈페이지에 담아 놓고 방문자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 병원의 홈페이지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온라인 건강 마케팅 측면에서 본다면 이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과도 다르지 않다. 수많은 온라인 정보 속에 시민 건강에 중요한 정보가 눈에 띄고 읽고 싶도록 재미있게 가공하고 노출시키기 위해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소셜 웹을 활용한 공중보건 증진이라는 것은 개념적인 문제로 큰 비용을 수반하지 않는다. 이런 변화에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것과 같은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기자들에게 보도 자료를 배포하듯 시민들이 언제든 RSS(Really Simple Syndication, RSS 리더기를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배포되는 글들을 받아 볼 수 있음)를 통해 최신 뉴스를 받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개인 웹사이트나 블로그에 보건당국의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위젯을 개발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거기에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정보 전달체계를 벗어나 조금 더 친근하고 매력적이며 소통 가능한 웹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New information technology in an aging population, Roger W. Morrell, 2002



앞으로는 소셜 웹이 의료 소비를 결정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소비자 중심의 의료에 소셜 웹이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커질 것이란 이야기는 의료정보학에서 수년 전부터 예측된 이야기다 (New information technology in an aging population, Roger W. Morrell, 2002). 이다. 과거에 이웃과 가족의 경험 및 조언, 그리고 얼마 되지 않는 건강 정보지에 의지해 병원에 가던 시대가 아닌 광범위한 인터넷 건강정보 데이터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수 많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의료를 이용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인터넷 시대에 의료전문가들과 보건당국이 해야 하는 일은 건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런 정보가 잘 유통 될 수 있도록 온라인 채널을 확보해나가는 것에 있다. 이런 활동이 합리적인 의료소비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들에게는 소셜 웹을 통한 활동이 환자들에게 현대 의학에 대한 이해를 높여 치료의 순응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술에 경도된 기계적인 의사 이미지를 탈피하고 사회적으로 팽배한 불신을 벗을 수 있는 1석 3조의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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