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지연되면서 두통 강도 세지고 불안‧우울증‧자살충동까지 느껴

군발두통은 아주 센 강도의 두통이 한쪽 머리에 찾아오는 질환이다. 한번 생기면 15분에서 3시간까지 지속된다. 하루 8번까지도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군발두통으로 인한 극심한 고충과 함께 군발두통 환자들의 진단이 늦어지고 있는 문제 또한 심각하다. 군발두통은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생체지표인 바이오마커가 없어서 병력청취와 임상적 증상에만 의존하고 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와 분당제생병원 신경과 김병수 교수 등 공동연구팀은 군발두통의 진단 지연 및 예측 요인(Diagnostic Delay and Its Predictors in Cluster Headache)’을 주제로 한 연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20169~202012월까지 15개 대학병원에서 진료받은 군발두통 환자 445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진단 지연기간에 따라 전체 환자를 1그룹(발병 후 1년 내 진단) 135, 2그룹(1~6년 내 진단) 148, 3그룹(7년 이후 진단) 3그룹으로 구분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군발두통 발병 후 진단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7년으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 가운데 69%1년 이상, 36%7년 이상 진단이 지연됐다.

젊은 군발두통 환자의 진단 지연이 심각했다. 19세 이하 청소년기에 처음 군발두통이 나타난 환자의 90% 이상이 1년 이상 진단이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다. 7년 이상 진단이 지연된 3그룹의 연령별 비율은 20세 미만이 60%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40세가 넘는 환자는 9%에 불과했다.

진단 지연기간이 늘면서 군발두통 환자들의 정서적 측면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증가했다. 1년 내 조기진단을 받은 환자군을 제외하고, 3그룹에서 불안과 우울 등 정신과적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의 비율이 점차 늘었다. 자살충동 등 진단지연이 길어질수록 지속적으로 증가해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청소년 군발두통 환자들의 진단 지연은 심각하다. 군발두통을 편두통으로 오진하기 쉽고, 청소년들은 본인의 두통을 제대로 호소하지 못하거나, 학부모나 교사들에게 학업스트레스 등으로 오해받기 때문이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조수진 교수는 군발두통 진단 지연은 성인에게도 흔하고, 진단 지연기간이 늘어날수록 정신과적 동반질환 비율이 높아졌다결과적으로 군발두통 진단이 지연될수록 정신과적 측면에서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이 지연된 군발두통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정신과적 동발질환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의 이번 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인 프론티어인뉴롤로지(Frontiers in Neurology)’(Impact Factor 4.003) 2월호에 실렸다.

한편, 321일은 세계군발두통 인식의 날이다. 이 날은 봄철 증상이 심해지는 군발두통 환자들의 고충을 공유하기 위해 영국에서 처음 시작했다.

봄이 되면 일조량 변화와 같은 계절적 특성으로 군발두통을 포함한 두통 발작이 증가하거나 군발기가 시작한다. 이로 인해 많은 군발두통 환자들은 두통 발생을 걱정하여 중요한 일정을 미루거나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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