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전자 진단 시장 1위 도전하는 쓰리빌리언…진단 정확도 99.4%
금창원 대표 "희귀질환 신약개발 도전…내년 글로벌 사업화 주력"

누구는 키가 크고, 누구는 키가 작다. 피부색으로 나누면 한국‧중국‧일본 등 동양인들은 황인종이고, 미국을 비롯한 서양 사람들은 백인들이다. 아프리카에는 피부색이 검은 흑인들이 많이 산다. 이렇게 구별할 수 있게 하는 서로 다른 특징을 ‘형질’이라고 부른다. 서로 다른 형질은 유전자가 결정한다.

질병은 세포가 평소와 다르게 변하면서 생긴다. 세포의 항상성이 무너지거나 예정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결국 병에 걸린다. 한편 세포 속 유전자 변이로 일어나는 대표 질병이 암이다. 유전자 변이를 원인으로 증식하고 전이하는 세포가 나타난다. 그것이 암세포다.

헐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진단을 받고 자신의 BRCA1 유전자에 변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BRCA1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유방암이나 난소암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졸리는 암에 걸리지 않았지만 예방 차원에서 양쪽 가슴을 수술로 절제했다.

희귀난치성 유전질환 가운데 ‘헌팅턴병’이 있다. 환자는 자신의 근육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이 병은 헌팅턴(Huntington)이라는 단백질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나타난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타민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글루타민 사슬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서 굳어진다. 그 변이는 자손에게 유전된다.

그렇다면,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를 모으고 읽고 해석해서 그 사람 몸이 어떨지, 어떤 병에 걸릴지, 혹은 뭘 하면 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알 수 있다면 질병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희귀질환자, 평균 병원 8곳 돌면서 진단받기까지 5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7,000여 종이 넘는 희귀질환이 있다. 75억 인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전 세계에 4억명의 희귀질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희귀질환을 정의한다. 국내 희귀난치질환 환자수는 2016년 80만명을 넘어섰으며 실제는 100만명 이상의 환자가 1,200여종의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질병을 진단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쓰리빌리언은 희귀질환 진단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알려져 있는 모든 희귀 유전질병을 타깃으로 한다. 

하지만 희귀질환은 질병 개수가 워낙 많다보니 희귀질환자들은 진단을 받기가 쉽지 않다. 쓰리빌리언 금창원 대표는 “희귀난치 유전병 환자들은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기까지 평균 5년 동안 병원을 8번 정도 방문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30% 정도는 5년이 걸려도 미진단으로 남아있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진단에 성공하더라도 제때 정확한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쓰리빌리언 금창원 대표가 코리아헬스로그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희귀질환 진단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쓰리빌리언 금창원 대표가 코리아헬스로그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희귀질환 진단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I 기반 진단 기술…99.4%의 정확도

쓰리빌리언은 한번에 알려져 있는 모든 유전질병을 검사한다. 인간 유전자 한 개에서 나오는 유전변이 숫자는 평균 2개 이하이다. 기존의 유전자 검사방법으로는 한 개의 유전자 검사에서 변이를 해석하는 데만 2~3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인간의 유전자 2만개에서 나오는 모든 유전변이를 해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쓰리빌리언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희귀질환 진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따라서 7,000개의 유전자를 한번에 검사하더라도 최종 진단에 걸리는 시간은 1달이면 충분하다. 환자당 10만개 유전변이 해석은 인공지능이 담당함으로써 5분이면 가능하다. 이 프로세스를 통해 희귀유전질병 진단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99%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는 게 금 대표의 설명이다.

“한 환자의 2만여개 유전자에서 발견되는 변이개수는 10만개다. 10만개를 변이 해석하더라도 실제 유전자를 망가뜨려 질병을 일으킬 만한 유전변이로 예측할 수 있는 변이는 500개, 5% 내외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성 유전변이인지를 판별해 내는 게 중요하다. 쓰리빌리언은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어 병원성이 있는지를 판별하고, 해당 유전변이가 유발할 수 있는 질병의 증상이 환자의 증상과 일치하는지를 판별해 최종적으로 진단한다.”

쓰리빌리언 제공.
쓰리빌리언 제공.

금 대표는 쓰리빌리언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유전 변이 해석 과정에서 10만개의 변이들이 실제 유전자의 증상을 망가뜨려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Pathogenic 변이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시스템의 정확도가 무려 99.4%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의 정확도는 물론 진단율 또한 세계 최고 기업들보다 우수하다.

현재 글로벌 유전자 진단 시장은 미국 유전자 데이터 플랫폼기업 인비테(NVTA)와 독일 진단 기업 센토진(CentoGene)이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병원들과 임상검증을 거친 결과, 쓰리빌리언의 진단율은 52.4%인데 반해 미국 인비테는 28.8%, 독일 센토진은 36%로, 적게는 10% 많게는 20% 이상 진단율에서 차이가 났다. 특히 의료진들이 쓰리빌리언의 진단에 동의하는 비율은 무려 97%에 달했다.

인비테·센토진 등과 어깨 나란히…글로벌 시장 1% 점유

비용과 성능에서의 이같은 우위를 기반으로 5년 내 글로벌 시장 1%를 점유하겠다는 게 쓰리빌리언의 목표다. 현재 세계 45개국 160개 기관에 유전자 검진 분석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데 지금껏 의뢰된 유전자 진단 건만 2만5,000건이 넘는다. 작년에만 1만건을 넘겼다. 연간 1만건이면 인비테와 센토진 등 글로벌 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금 대표의 설명이다.

금 대표는 “OECD 국가 기준 유전자 진단은 연간 700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쓰리빌리언의 경우 연 7만~10만건 유료 고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연 매출이 1,000억원 정도 된다”며 “따라서 향후 5년 글로벌 유전자 진단시장에서 점유율 1%를 달성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전자 검진 시장이 조만간 재편될 것이라고도 했다. 유전자 검사 기법이 지금까지는 'Panel Test'가 중심이었는데 점차 '전엑솜분석(Whole Exome Sequencing)'과 ‘전장유전체 염기서열분석(Whole Genome Sequencing)’ 시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쓰리빌리언은 홀엑솜과 홀지놈으로 유전자를 진단한다.

금 대표는 “패널은 대상이 되는 표적유전자들만 분석하지만 홀엑솜과 홀지놈의 경우 모든 유전자를 검사하면서도 비용이 패널보다 저렴하다”며 “궁극적으로 홀지놈이 시장을 수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Top tier’로서 AI 기반 희귀질환 신약 개발 도전

희귀질환 진단시장은 반도체나 바이오제약, 체외진단보다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쓰리빌리언은 희귀질환 진단시장에서 세계 최고 기업들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글로벌 ‘Top tier’가 되는 게 목표다. 글로벌 ‘Top tier’로 성장할 수 있다면 글로벌 희귀질환 환자들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고, 이걸 기반으로 희귀질환 신약개발이나 데이터 플랫폼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신약개발에 도전, 환자 게놈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약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했다. 쓰리빌리언의 신약개발 플랫폼은 ▲특정 질병 타겟을 발굴하는 ‘치료제 타겟 발굴 및 효과검정’ ▲타겟을 적절하게 컨트롤해서 실제 신약으로 개발될 수 있는 후보물질을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생성하는 ‘신약 후보물질 생성’ ▲후보물질이 임상 1상에 해당하는 안정성을 갖고 있는지 검증하는 ‘약물 안전성 검정’ 등 3요소로 나뉘어 있다.

금 대표는 “현재 5개의 희귀유전 질병을 컨트롤 할 수 있는 후보물질까지 추출해낸 상태다. 밸리데이션 직전 단계까지 왔다. 따라서 올해는 찾아낸 후보물질의 실제 기능 확인에 주력하고 단계별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밸리데이션’이란, 의약품의 제조 공정, 설비·장비·기기, 시험방법, 컴퓨터 시스템 등이 판정 기준에 맞게는 결과를 도출하는지 검증하는 절차를 말한다. 즉, 의약품의 품질, 안정성, 유효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요소에 대해 제품이 의도된 품질 규격에 ‘적합’하도록, ‘일관’되게 제조되는지 증명하는 절차이다.

금 대표는 또 “올해 임상 전 단계까지 성공하면 내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특허와 파트너사를 찾아 라이센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상장 후 글로벌 사업화 주력…첫번째 목표는 미국 시장

쓰리빌리언은 내년 1분기 최종 코스닥상장을 위해 조만간 IPO(Initial Public Offering) 예심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기술성 평가와 pre-IPO는 통과했다.

쓰리빌리언은 상장 후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업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주요 국가에 지사를 설립하고 각국의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첫 번째 타겟은 미국 시장이다.

금 대표는 “유럽과 중동도 주요 타겟 국가이지만 아무래도 미국이 제일 큰 시장이다보니 상장 이후에는 우선 미국에 집중하게 될 것 같다”며 “미국에 지사를 설립하는 것을 비롯해 미국 보험사들이 커버해주는 서비스가 되기 위한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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