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창원 쓰리빌리언 대표

희귀질환 혁신 기술을 통해 최초로 진단된 희귀질환 환자였던 니콜라스 볼커는 2살 때 증상 발병 후 4년이 지나서야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희귀질환 환자들이 진단 받는 데까지 평균적으로 5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발병하고 병원에 가면 쉽게 진단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희귀질환 환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왜 희귀질환 환자들이 빠르게 진단을 받지 못할까? 환자가 갖고 있는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하는 희귀질환의 숫자가 너무 많은 것이 핵심적인 문제다.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는 수백, 수천개의 질병이 있다면, 이 중 몇몇 질병의 진단을 시도하는 것만으로 빠르게 진단을 해낼 수 없다. 그래서 희귀질환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적으로 8개의 병원을 전전하게 된다. 진단 받지 못한 환자들은 각기 다른 전문성과 관점을 가진 의료진의 시각으로 다양한 의심 질환군에 대한 진단을 시도하는 노력을 하게 되기에, 이렇게 다양한 병원들에 내원해 진단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희귀질환 환자들이 진단 받기까지의 이런 고생스러운 과정을 진단방랑( Diagnostic odessey)’이라고 표현한다.

희귀질환 환자들이 고통스러운 진단방랑에 빠지지 않고, 빠르게 진단을 받는 방법이 없을까?

한번에 알려진 모든 희귀질환을 한번에 검사한다면 여러 병원을 방문하면서 각기 다른 질환군의 질병을 진단하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급격히 발전한 인간 유전체 해독 기술(Genome sequencing)은 인간 유전자 2만여개 전체를 읽어, 알려진 7,000여종의 희귀유전질환의 진단을 가능케 한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환자의 2만개 유전자 전체를 빠른 시간 내에 분석하고 해석해 환자의 질병을 유발한 원인 유전자 변이를 찾아 내야 하는 새로운 숙제가 주어졌다.

기존의 유전자 진단 검사는 대게 의심되는 소수의 유전자에서 원인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는 문제였다면,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 검사는 질병이 특정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인간 유전자에서 원인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야 하는 문제로, 기존의 유전자 진단에서는 필요하지 않던 대규모 데이터 분석 기술과 빠른 시간 안에 수십, 수백만개의 유전자 변이를 해석해 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게 되었다.

유전자 2만개에서 발견되는 수십, 수백만개의 유전자 변이를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해석하고 진단해 낼 수 있을까?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은 대규모 유전체 정보 분석과 해석이라는 유전자 진단에서 풀어야할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고, 글로벌 유전자 진단 기술 혁신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환자 한명 당 수십 기가바이트에 이르는 빅데이터인 유전체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 데이터 관리, 처리의 기술, 환자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고, 발견된 유전자 변이가 환자의 질병을 유발한 원인 유전변이 인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판별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이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 기술 혁신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기존의 데이터를 학습해 미지의 문제에 대한 답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예로 유전자 변이 병원성 예측문제를 들 수 있다. 유전자 변이 병원성 예측 인공지능 모델은 기존에 알려진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 변이들과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유전자 변이들을 학습하고, 질병 유발 가능성이 알려진 바 없는 미지의 유전자 변이가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 유전변이인지 아닌지를 판별한다.

선진 각국의 연구소와 기업들은 높은 정확도의 인공지능 유전변이 병원성 예측기를 만들 정도로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필자가 근무하는 쓰리빌리언이 개발한 인공지능 유전자 변이 병원성 예측 모델인 3cnet도 미지의 유전변이의 병원성을 세계 최고 수준인 93% 라는 높은 정확도로 예측 할 수 있다.

이렇게 구축된 인공지능 모델은 질병 유발과 상관성이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 변이가 환자에게서 발견되었을 때도, 질병 유발 가능성을 정확히 판정해 환자가 진단될 수 있는 확률을 높인다. 현재 쓰리빌리언을 통해 진단되는 희귀질환 환자의 50%는 이렇게 기존에 질병 발병 근거가 없었던 신규 유전자 변이로 인해 진단이 된다.

희귀질환 진단 문제 해결을 위해 발전되고 있는 유전자 변이 병원성 해석 기술은 희귀질환 뿐만 아니라, 암환자 원인 유전변이 규명이나 액체생검을 통한 암 조기 진단 등 유전자 변이의 병원성 해석이 필요한 모든 문제에도 적용되어, 진단 성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유전자 기능의 이상을 유발하는 유전자 영역을 예측해 내는 기술은 신약개발에서 타겟을 발굴하고 후보 물질을 선정하는 단계의 효율을 극적으로 높여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신약개발 기술을 혁신하는데도 큰 역할을 해 낼 것으로 기대된다.

희귀질환 진단을 위해 필요했던 범용 유전자 해석 기술의 혁신이 8,000여종의 희귀질환을 넘어 암 진단과 신약개발 까지 혁신을 가능케 하는 기반 기술이 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종양학자이자 의학 저술가인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저서 의학의 법칙들에서 정상적인 것들은 규칙을 가르쳐 준다. 하지만 법칙을 가르쳐주는 것은 예외들이다'라고 논한다. 8,000여종의 희귀질병들은 정상 의학이 이해하지 못한 예외를 가르쳐 주고, 예외를 학습한 의학 지식이 희귀질환을 넘어 다양한 의학 문제에 대해 범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의학의 법칙이 되어, 그 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하는 혁신의 근원이 되고 있다.

쓰리빌리언 금창원 대표

쓰리빌리언은 인공지능 유전변이 해석 기술을 기반으로 희귀질환 유전자검사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현재 50개 이상의 국가에 인공지능 기반 희귀질환 유전자 진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창원 대표가 지난 2016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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