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위치도 뒤쪽에 숨어있어…치료법 개발로 절망은 금물

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이다. 치료가 어렵기로 유명한 췌장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과 생존율이 높아진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암이 잘 생기는 위험군을 정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조기 발견 할 수 있는 진단 방법도 필요하다.

췌장암은 암 발생 위험군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암 조기진단을 위한 스크리닝 검사가 없다. 실제 임상에서 병으로 일어난 육체적 또는 생리적인 변화를 조기에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다. 종괴가 어느 정도 커져야 비로소 복통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여기에 췌장암은 발병빈도가 많지 않아 의사들도 배가 아프면 위염위궤양 또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먼저 생각한다. 췌장암 진단이 지연되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이유다.

췌장암 조기 발견율은 10% 이하로 낮은 편에 속한다. 그렇다고 췌장암을 의심할 만한 전조증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복부에 통증이 있고, 소화불량과 현저한 체중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난다. 60대 이후 당뇨병을 진단받거나 음주를 하지 않고, 담석이 없는데도 장염이 생겼다면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

췌장이 후복막 장기라는 점도 진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췌장이 자리한 위치 때문이다. 췌장은 위()와 간() 뒤쪽에 숨겨져 있다. 몸속 가장 깊은 곳에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어 복부초음파를 할 때도 췌장 꼬리부분이 장관 내 가스에 가려 진단 정확도가 낮은 편이다.

1이상의 췌장암은 보통 복부 CTMRI로 진단 가능하다. 진단이 애매하면 내시경초음파를 시행한다. 내시경초음파는 췌장 종괴에 대한 조직검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췌장암에도 진단키트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아직 상용화가 가능한 단계는 아니다.

또 동네 의원에 널리 보급돼 있는 내시경과 초음파로 췌장암을 진단하기 어렵다. 종합병원 이상급에 있는 CTMRI를 통해서만 췌장암의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이 췌장암 조기진단의 걸림돌이다.

췌장암은 크게 수술이 가능한 단계와 그렇지 않은 단계로 나뉜다. 복부 CTMRI에서 췌장종괴가 췌장주변 동맥을 180도 이하로 침범하면 경계성 절제가 가능하다. 췌장 종괴가 동맥을 180도 이상으로 둘러싸면 국소진행 췌장암으로 분류한다.

췌장 종괴가 동맥이나 정맥을 침범하지 않으면 절제가 가능한 췌장암이다. 전이 췌장암은 CTMRI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에서 간복막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전이 췌장암은 수술이 어렵지만 치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항암치료를 진행한 뒤 수술이 가능해지는 환자도 있다. 항암치료 자체로 생존연장에 도움되는 경우도 있다.

췌장암을 유발하는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는 가족력이다. 서양에서는 ‘1차 친족가운데 췌장암 환자 수에 따라 췌장암에 걸릴 확률을 추정한다. 1차 친족은 부모와 형제자매자녀가 해당한다. 우리로 따지면 1(부모, 자녀)2(형제·자매)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 범위에 해당하는 사람 가운데 췌장암 환자가 1명이 있으면 향후 췌장암에 걸릴 확률은 4배 높아진다. 2명이면 6, 3명이면 32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일부에서는 가족 가운데 췌장암 환자가 있으면 만50~55세부터 매년 1CT 또는 MRI를 통한 췌장암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태윤 교수는 췌장암은 사망률이 높다는 인식으로 진단 후 깊은 절망에 빠지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새로운 항암제와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며 췌장암의 치료성적은 점점 향상되고 있다췌장암에 걸렸다고 절망하기 보다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치료를 잘 받아 보길 권유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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