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여러분이나 가족이 병원에 입원해있는데 기대와 다른 결과에 실망 또는 분노가 일고 있을 때 의료진이 사과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의사로써 진료에 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더 어려운 것은 의학적으로 있을 수 있는 기대와 다른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유감을 표하는 일입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것과는 달리 때로는 명백한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사만 그 차이를 알뿐 환자와 그 가족은 이 두 가지를 구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느낌에 의존합니다.

그런 이유로 의사들은 환자들이 치료 결과에 불만을 가질 때 유감을 표하는 것을 매우 꺼려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병원 위기대응은 법적인 해결으로 귀결됩니다. 하지만, 의사도 인간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고 좋지 않은 결과에 함께 슬퍼하고 유감을 표현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든 인간적 실수가 있었던 간에 말이죠. 하지만 현실은 이 두경우 모두 '의사 잘못'이라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 표현을 아끼고 심지어는 불만을 가지고 법적 대응 가능성이 높은 환자와 가족과는 대화도 하지 않으려는 것이 현실입니다.



청년의사에서 출간된 쏘리웍스는 진실말하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의료진이 사실을 말하고 유감을 표하는 것으로  의료분쟁을 줄일 수 있고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음을 실제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간된 사과 솔루션을 번역하신 THE LAB h의 김호 대표님과 의료계 내부의 자정을 주도하는 청년의사 박재영 편집주간님이 역자로 참여했습니다. 이미 지난번 닥블 모임에서 김호 대표님이 쏘리웍스를 강의를 들으신 여러 선생님들께 그 내용에 크게 공감하고 병원에 실천을 계획하고 계십니다.

우리 의료현실과 차이가 있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사들이 읽고 고민해야할 책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아래는 저자 서문입니다.



배드 뉴스, 그리고 굿 뉴스

세상에는 배드 뉴스(bad news)가 가득하다. 확인하고 싶다면 신문을 펴면 된다. 신문 일면 헤드라인에는 굿 뉴스보다는 배드 뉴스가 제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세상에는 배드 뉴스를 줄이고자 다양한 해결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보통 심야에 이루어지는 TV토론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이를 목격한다. 이런 자리에서 윤리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당위론이나 읊고 있는 사람을 보면 딱하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짜증이 난다.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어디 세상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쉽던가! '원칙을 지키자'라는 말은 현실 속에서 흔히 '손해를 감수하자'라는 말과 같은 말이다. 그래서 원칙을 지키고 사는 사람은 세상에 흔치 않고, 그런 사람들은 뉴스감이 된다.

그런데 이런 시대에 사과(apology)에 대한 책이라니? '진실 말하기(disclosure)'는 또 웬일인가? 또 하나의 '바른 생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본 책의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은 '원칙 지키기'와 '이익 지키기'가 반비례가 아닌 비례의 관계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배드 뉴스를 관리하고 줄여나가기 위한 목적을 위해 윤리적 행동을 취하면서 금전적 이득 뿐 아니라 명성까지 얻을 수 있는 방법론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우리 역자들이 이 방법론을 한국 내에 소개하기로 뜻을 모은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이 책의 핵심인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은 의료사고 시 환자와 병원과의 관계를 갈등과 법적 소송의 문제에서 소비자 서비스 마인드를 적용, 사과를 통한 갈등 해소로 전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이 미국 내에서 이끌어내고 있는 성취는 상당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하버드 대학병원을 비롯, 톱 클래스 병원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에 와서는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위기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을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잘 정리한 본 책자는 병원의 경영진 및 의사는 물론 웹 2.0 시대에 폭증하는 소비자 불만 처리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체 임원 및 실무자에게도 훌륭한 참고가 될 것이다.

배드 뉴스는 모든 조직에서 발생한다. 당연히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병이 걸린 사람, 생사를 넘나드는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치료를 받는 곳에 어찌 배드 뉴스가 없을까?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위기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고위험군에서부터 저위험군까지 구분을 하는데, 병원은 대표적인 고위험군 조직이라 볼 수 있다. 병원에서 환자는 물론 의사가 경험하는 최악의 배드 뉴스는 의료사고이다.

의료사고는 얼마나 벌어질까? 잠시 통계를 보자. 세계 역사상 최악의 테러로 영원히 기록될 9.11 사태로 숨진 사람은 3천명에 이른다. 미국 의학원(Institute of Medicine)의 1999년 보고서에 따르면, 물론 과장된 것이라는 반론도 많은 자료이지만, 매년 의료사고로 인해 미국에서 숨지는 인원은 무려 9만 8천명에 달한다. 9.11 사태의 서른 배를 넘어선다. 세계 최고의 의료 수준을 가진 미국에서 말이다.

우 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미국과 의료 수준을 동일하다고 보고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로 단순하게 따질 경우, 매년 1만 4천명이 의료사고로 숨진다고 추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에 비해 인구 대비 의료사고 발생률이 절반이라고 가정해도 7천명이며, 이는 우리나라 사망원인 5위인 교통사고(7,600여명)와 비슷한 숫자이다.

교통사고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갖는 관심에 비해 의료사고의 예방이나 시스템적인 대처에 대해 갖는 논의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그저 자기 가족이나 병원에는 그런 배드 뉴스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미국에서 의료사고 보상 금액으로 병원들이 1달러를 쓸 때 마다 그 중 절반 이상(54센트)은 의료사고 소송 등에 대처하기 위해 지불하는 변호사, 전문 컨설턴트 등의 비용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정도는 아니겠지만,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이 증가추세에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의료사고라는 장면 안에서 의사와 환자는 다소 극단적인 '색안경'을 끼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의사나 병원은 실수를 감추고 발뺌하려는 파렴치한 사람들로, 환자 가족은 보상금을 챙기려는 또 다른 파렴치한 사람들로 상대방에게 비쳐진다. 이런 구도 안에서 신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양자는 '색안경'을 통해 보이는 것처럼 나쁘지 않다. 서로에 대한 '약간의' 신뢰만 있다면 의사나 병원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 사과하고 용서를 빌며 적절한 보상을 할 의향이 있고, 환자 가족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슬픔에 대해 적절한 위로와 사과를 받고 싶어 하고, 더 나아가 같은 슬픔이 다른 사람에게 다시 일어나길 원치 않는다.

문제는 그 '약간의' 신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미국에서 NGO로 출발한 '쏘리웍스(SorryWorks! Coalition), 그리고 그들이 펴낸 이 책은 바로 그 신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쏘리웍스의 창립자인 더그 워체식은 PR 컨설턴트로, 1998년 그의 형을 의료사고로 잃는다. 병원 측의 실수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듣지 못했던 그의 가족은 병원 측과 지루한 소송을 벌이고, 결국 적지 않은 보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워체식이나 그의 가족들은 담당 의사로부터 어떤 사과도 받지 못했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의사와 병원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했더라면 굳이 소송까지 갔을까 라는 회의를 갖게 된다. 그들이 진정 원했던 것은 담당 의사의 책임 인정과 진심어린 사과, 그리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병원 측이 향후 같은 실수가 재발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답변이었다. 적절한 보상은 그 이후의 문제였다.

그 후 워체식은 의료사고에서 사과가 소송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접하게 되고 결국 쏘리웍스를 설립, 사과의 기술을 통해 환자와 의사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진실 말하기(disclosure)' 프로그램의 확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 프로그램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기 전에 이것이 만들어내고 있는 결과부터 잠시 살펴보자.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의 가치는 현재 미국의 대통령과 국무장관인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상원의원 시절이었던 2005년 의료과실 공개 및 배상법안을 제안하면서도 인용했던 미시건 대학병원의 케이스에서 대표적으로 찾을 수 있다. 미시건 대학병원은 프로그램 도입 전인 2001년과 도입 후인 2005년을 비교한 결과 의료소송 건수는 262건에서 114건으로, 연간 소송 비용은 30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로, 평균 소송 해결 기간은 20.7개월에서 9.5개월 등으로 줄었다. 건수, 비용, 기간이 모두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무엇일까? 먼저 의료사고가 소송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사고 자체에서 환자들은 커다란 놀라움과 실망을 느낀다. 물론 실수나 잘못의 종류에 따라 분노를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의료사고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 측의 분노를 가중시키는 것은 병원이나 의료진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이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갑자기 커다란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거나 은폐를 시도하는 듯한 태도를 목도할 경우 환자나 가족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된다. 의료사고 소송 전문 변호사인 데이비드 패턴은 “사람들은 절대로 자신의 실수를 뉘우치고 사과하는 선한 의사를 고소하는 일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환자를 고립시키고, 무시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의사들 때문에 환자나 가족들은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다”고 알려준다.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는 2006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기고한 칼럼에서 의료사고가 소송으로 이어지는 큰 이유가 바로 의료사고 후 병원과 환자 측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환자측의 분노를 가중시키고, 이것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가장 커다란 요소라는 것이다.

하버드, 스탠포드, 버지니아, 렉싱턴 등 '진실말하기' 프로그램을 도입한 대학병원들은 의료사고가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먼저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환자측 관계자들과 만나 신속하고 투명한 조사를 약속한다. '투명하다'는 것은 환자측에서 의사나 변호사들도 조사에 함께 참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는 의료진의 실수나 잘못이 있었는지가 아직 밝혀진 시점이 아니므로 환자의 놀라움과 상실감 등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며, 환자측 관계자들이 병원측과 편하게 접촉할 수 있도록 숙소에서부터 회의실 마련까지 세밀한 배려를 한다. 조사를 통해 의료진의 실수나 잘못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 의료진은 신속하게 환자측 가족들과 만나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사과를 하게 된다. “저희 잘못입니다”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병원측에서 보상책에 대해 제안을 한다. 여기에는 물론 보상금과 함께 향후 방지책, 환자의 이름을 딴 병원 시설물 설치 등도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환자측과 적절한 선에서 합의할 수 있도록 조정을 한다. 만약 의료진의 실수나 잘못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지면 어떻게 할까? 이 때 병원 측에서는 환자측의 슬픔에 대해 공감 표시와 배려는 하되 보상은 하지 않는다. 이미 조사과정에 투명하게 참여했던 환자측 가족들의 이해도나 수용도는 훨씬 높기 마련이다.

여기에서 독자들이 눈여겨 볼 것은 ‘사과(apology)’가 갖는 엄청난 힘이다. 사실 사과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파워풀한 갈등조정 도구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사과는 푸대접을 받아왔다. ‘패자’들의 언어로 인식되어 온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과가 민주화나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컬하기까지 하다.

왜 그럴까? 과거의 권위주위가 점차 사라져가면서, 소비자의 권리는 증가되고, 블로그와 같은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언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직접 뉴스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과거에는 사과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던 사안들도 사과를 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가고 있다.

의사이면서 사과에 대한 전문가인 아론 라자르에 따르면,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 기사에서 사과(apology)나 사과하다(apologize)로 검색을 했을 때, 1990~1994년에는 1,193건의 기사가 검색되지만 1998~2002년에는 두 배 가까운 2,003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역자들이 '사과하다' 혹은 '공개사과'로 중앙일보 기사를 검색해 본 결과, 1990-1994년에는 단 한 건도 검색이 되지 않았지만, 1998~2002년에는 공개사과로 1,200건, 사과하다로 약 9,000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사 과에는 몇 가지 단계가 있다. 보통 우리가 사과로 알고 있는 '미안하다' 혹은 '유감이다'는 진정한 사과로 볼 수 없다. 본 책에서는 이를 '공감'의 표시로 인정하고 있다. 진정한 사과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때에 비로소 시작한다. 즉, “제가 잘못했습니다” 혹은 “제 실수였습니다”라는 것이 진정한 사과의 표현이다.

사과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를 시작으로 최근에 와서 점차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 책의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 역시 사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 사과는 패자의 언어에서 진정한 리더의 언어로 변신중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진정한 승자이기 때문이다.

역자들이 이 책을 번역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것은 몇 가지 중요한 용어들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이었다. 먼저 ‘sorry’ 를 번역하는 데 가장 큰 고민을 했으나, 일관되게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우리말을 찾지 못했다. 고육지책으로 ‘미안하다’, ‘안타깝다’, ‘유감이다’, ‘공감을 표현하다’ 등 다양한 용어를 문맥에 맞게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이유로 ‘apology’도 번역하기 어려웠는데, 이 역시 문맥에 따라 ‘사과’, ‘미안’, ‘유감 표명’ 등으로 다르게 옮겼다.

또 한 이 책이 제시하는 프로그램의 이름인 ‘disclosure’도 번역하기가 쉽지 않았다. 단순히 ‘공개’로 번역할 경우 그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고, ‘디스클로저’라고 그냥 두는 것도 적절치 않아 보였다. 고심 끝에 ‘진실 말하기’라는 용어로 의역했음을 밝힌다. 투명한 프로세스, 사실에 근거한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 '소비자'로서 환자나 그 가족에 대한 배려 등의 의미를 모두 전달하는 데에는 ‘진실 말하기’라는 용어가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 ‘Sorry Works’는 원문 그대로 ‘쏘리웍스’로 옮겼다. ‘쏘리라고 말하기 운동’과 ‘쏘리가 중요하다’는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는 말을 적절히 우리말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미 ‘쏘리웍스’는 미국에서 하나의 브랜드처럼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다 보니 같은 영어 단어를 다르게 옮긴 경우와 다른 영어 단어를 같은 우리말로 옮긴 경우가 모두 발생했는데, 앞뒤 문맥을 최대한 고려하여 그때그때 가장 적절한 용어를 사용하려 애쓴 결과이니, 독자 여러분들의 해량을 바란다.

배드 뉴스 관리를 통한 위기관리에 주력해온 컨설턴트(김호), 의사로서 의학전문신문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널리스트(박재영), 의사이자 변호사이면서 대학에서 의료법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박형욱), 그리고 역시 의사이면서 병원과 제약회사를 거쳐 현재는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강희)인 우리 네 사람이 이 책을 번역하고 이 프로그램을 확산시키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매우 윤리적이고, 둘째 환자나 병원 측의 고통을 동시에 줄여주며, 셋째 환자나 병원측의 불필요한 자원(소송 등을 위해 쓰는 시간, 비용 등)을 상당 부분(절반 이상) 줄여주기 때문이다. 환자와 의사 양측의 윈-윈(win-win)을 이끌어내는 매우 윤리적이고 합리적인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2007 년 더그 워체식을 직접 만나 트레이닝과 인터뷰를 하던 중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의료사고에서 감정적인 환자 측과 권위적인 의사들 사이의 조정을 위해 이 프로그램이 한국 문화에서는 잘 맞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는 미국에서도 똑같은 회의와 저항이 있었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진실말하기’ 프로그램의 정신에 동감한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보여준 결과들은 결국 더 많은 병원이 도입하게 만드는 확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한국 내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한국적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을 어떻게 적용시켜나갈지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이 더 건강하다고 우리 역자들은 믿는다. 그리고 이런 한국적 적용에 대한 논의에 대해 역자들은 언제든 환영한다.

진실 말하기의 구조는 간단하다. 의료사고 발생 시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사건 조사를 진행하는 것, 평소와 마찬가지로 의료사고 시에도 환자를 소중한 소비자로 존중하는 것, 의사와 병원측의 잘못이 있다면 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보상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꾸준히 배우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의료사고는 배드 뉴스 중에서도 최악의 것 중 하나다. 하지만 그런 배드 뉴스를 사과를 통한 진실 말하기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분명 굿 뉴스이다.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더 좋은 뉴스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진실 말하기' 프로그램의 확산을 통해 굿 뉴스가 퍼져갈 수 있기를, 그리고 이 책자가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기를 우리 역자들은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역자들을 대표하여, 김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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