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수면 중 불빛에 노출되면 비만, 고혈압, 당뇨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김민지 교수 연구팀은 63~84세 남녀 5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수면 중 조금이라도 어떤 불빛에 노출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비만하거나 혈압이 높거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일주일 동안 수면 중 불빛 노출량을 측정하는 장치를 손목에 착용하고 자도록 했다.

밤에 불이 켜져 있을 경우(황색), 불이 없는 경우(청색) 비만, 당뇨, 고혈압 비교  / 논문 발췌
밤에 불이 켜져 있을 경우(황색), 불이 없는 경우(청색) 비만, 당뇨, 고혈압 비교  / 논문 발췌

그 결과, 매일 완전하게 깜깜한 어둠 속에서 5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255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297명은 수면 중 조금이라도 불빛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두 그룹의 비만, 당뇨, 고혈압 유병율을 분석했는데 먼저 매일 5시간 깜깜한 곳에서 수면하는 그룹의 비만 유병률은 26.7%인 반면 불빛에 노출된 그룹은 40.7%였다. 당뇨 유병률은 각각 9.8%, 17.8%였고 고혈압은 59.2%, 73.0%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특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횡단연구(cross-sectional study) 결과이기 때문에 수면 중 불빛 노출이 비만, 당뇨, 고혈압을 촉진한 것인지 아니면 비만, 당뇨, 고혈압이 불을 켜고 자게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비만, 당뇨 또는 고혈압이 있는 사람이 생리적 이유로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면서 불을 켜거나 하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침실 밝기가 체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는 불빛이 낮과 밤의 대사를 조절하는 우리 몸의 생체시계를 교란하여 호르몬(멜라토닌) 생성이 억제되거나 하부 전두엽의 기능에 영향을 미쳐 면역력, 기억력, 사고력, 식욕조절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면 중 빛 노출은 조명 뿐 아니라 알람시계, TV 등 전자기기의 스탠드바이 불빛 또는 거리 불빛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취침 전에는 불빛을 모두 차단하는 것이 좋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 수면 연구학회(Sleep Research Society) 학술지 '수면'(Sleep) 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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