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녹내장 환자 10명 가운데 8명은 ‘정상 안압 녹내장’

 

세계보건기구(WHO)는 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과 함께 녹내장을 사람들에게 실명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3대 실명 안과 질환에 올리고 있다. 녹내장 유병률은 성인 100명 가운데 4명으로 높다. 유병률은 나이가 많을수록 더 가파르게 오른다.

녹내장이 생기면 시야가 점차 좁아져 실명에 이른다. 시야가 먼저 좁아지고 나중에 시력이 떨어진다. 주변부 시야가 서서히 좁아져 녹내장을 조기에 빨리 알아채기 어렵게 한다. 주변부 시야 가운데 아랫부분 시야가 먼저 좁아지면 계단을 내려갈 때 발을 헛딛기도 한다.

녹내장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높은 안압은 녹내장을 일으키고, 진단하는 대표 지표다. 녹내장은 결국 높은 안압이 시신경을 손상시켜 시야를 좁아지게 하는 질환으로 정의할 수 있다.

눈에 있는 방수는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빼주는 물이다. 방수는 매일 일정량이 만들어지고 빠져나간다. 이때 빠져나가는 길에 저항이 높아지면 안압이 오르면서 시신경을 손상시킨다. 안압이 오르면 일상생활에 눈이 묵직해지는 느낌과 두통충혈, 각막이 부어 시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한편 높은 안압은 특정 수치가 아닌 개개인의 시신경이 견딜 수 있는 적정 안압보다 높은 수준을 의미한다. 안압이 정상이라도 녹내장에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안압은 정상이지만 녹내장인 ‘정상 안압 녹내장’도 있다.

우리나라 정상 안압 녹내장환자 비율은 77%에 이른다. 녹내장 환자 10명 가운데 8명 정도는 안압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인종적 특성에 따라 서양 사람들에 비해 높은 비율이다.

고도근시도 안압을 올린다. 고도근시가 있으면 안구 길이는 상대적으로 길어진다. 이때 시신경을 지지하고 있는 구조물의 두께는 얇아지고, 안압을 견딜 수 있는 힘은 약해진다. 높은 안압을 견디기 어려워지고 녹내장으로 이어지는 위험은 커진다. 노인성 질환이었던 녹내장이 최근 모바일 기기에 노출이 많아진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발병이 늘고 있는 이유다.

녹내장 위험인자에 가족력도 있다.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도 녹내장 위험인자다.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은 안압을 상승시켜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는 주사와 연고 등에도 들어있다.

고혈압당뇨병이 있거나 과거 안압이 올라간 병력 등이 있어도 녹내장 발병 위험이 높은 편에 속한다. 눈 쪽에 외상을 입은 경우에도 홍채와 각막 사이 방수가 빠져나가는 곳인 전방각에 상처가 생기면 녹내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건양대학교 김안과병원 정종진 교수는 건강정보 유튜브 <나는의사다 984안압이 정상이어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편에 출연, 녹내장은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 불리지만, 조기 발견으로 빠르게 치료하면 불편감 없이 생활할 수 있다특별한 질환이 없지만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녹내장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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