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박지은 교수에게 듣는 노인 우울증 증상‧치료법

2020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8134,674명이었다. 이 가운데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는 약 84만 명이다. 65세 이상 인구 10명 가운데 1명은 치매 환자다. 노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치매 환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오는 2030년에는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가 약 136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최근 치매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비교적 젊은 사람들도 치매가 온 것 같다또는 치매에 걸릴까 봐 걱정된다라며 병원을 찾는다. 이들 가운데 치매보다는 우울증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상당수다. 우울증은 경우에 따라 치매로 진행할 수 있는 위험요인 또는 전조증상으로 나타난다.

치매와 우울증이 우리 사회에 흔한 질환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이에 비해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고령사회로 노인인구가 늘면서 치매 증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건강관리는 필수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지은 교수와 우울증의 증상과 치료법, 그리고 치매와의 구분법에 대해 알아봤다.

Q1. 우울증이란?

우울증은 의욕 저하와 우울감, 그리고 다양한 정신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2~3명이 경험한다고 알려진 흔한 정신건강 문제다.

노년기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자주 호소한다. 마치 치매에 걸린 것처럼 인지기능의 문제를 심하게 느낀다. 이때 가성 치매로 불리기도 한다. 진짜 치매는 아니지만 치매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Q2.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증이 있으면 인지기능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매사에 관심과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또 입맛이 줄고 잠을 잘 못 자는 등의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특히 몸이 여기저기 아프거나 기운이 없고, 소화가 잘되지 않아 가슴이 답답한 상태 등의 신체증상을 자주 호소한다. 노년기 우울증의 특징이다.

한편 우울증이 있는 노년층에게 요즘 기분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잘 모르겠다또는 그냥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나라 노인들이 본인의 감정 상태에 대해 직접적으로 표현해 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년층에서는 우울한 기분을 분명하게 호소하지 않더라도 그 이면에 우울증이 숨어있을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Q3. 우울증은 치료가 가능하다?

노년기 우울증은 전체 노인의 약 10~20%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치료를 받는 비율은 매우 낮다. 우울증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낮아지고, 신체 질환에도 영향을 준다.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노년기 우울증은 항우울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고 좋아질 수 있다. 항우울제는 수면제나 안정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다른 약물과 함께 사용해도 안전하다. 따라서 고령 환자에서도 대부분 불편함 없이 복용가능하다.

앓고 있는 신체 질환이나 복용하는 약물, 최근의 스트레스 사건, 불안정한 환경요인 등도 노년기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원인들에 대해 포괄적으로 평가하고 개입하는 것 또한 치료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Q4. 치매로 이어지는 우울증?

노년기 우울증을 잘 진단하고 치료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치매로 진행 가능성때문이다. 치매로 이어지는 우울증은 인지기능 변화가 동반되기 때문에 인지 기능 이상 여부를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

노년기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 그룹은 20~30대 젊은 나이에 우울증이 발생해 나이 들어서까지 지속되는 조발성 우울증이다. 두 번째 그룹은 젊었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가 중년 이후 우울증이 발생하는 경우다 만발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뇌의 퇴행성 변화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의 깊게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또 우울증 초기부터 인지기능 문제가 동반되거나 치료 중 우울 증상은 좋아졌지만 기억에 호전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우울증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으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신경퇴행성 질환이 동반됐을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Q5. 우울증과 치매를 구분하는 방법은?

우울증과 치매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여러 질문이 필요하고, 인지기능검사나 MRI와 같은 뇌 영상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우울증과 치매를 구분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인지 기능이 어떻게 나빠져 왔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의 80% 이상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이러한 퇴행성 질환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빠지는 것이 특징이다. 우울증 환자는 기억력이 갑자기 나빠졌다또는 기분 상태에 따라 기억력이 좋았다 나빴다 한다라고 보고한다.

이에 비해 퇴행성 치매 환자는 기억력이 조금씩 점차적으로 더 나빠진다라고 보고한다. 따라서 현재의 인지기능뿐만 아니라 2~3년 전 기억력에 대해서도 파악이 필요하다. 또 작년과 올해의 기억력도 비교해 봐야 한다.

Q6. 예방이 중요한 우울증과 치매

우울증이나 치매에 의해 일상 활동이 줄어들 수 있다. 이때는 우울증으로 인해 의욕이 없고 귀찮아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고 실수가 생겨 하는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치매는 예방이 중요하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우울증을 잘 치료하는 것이다. 특히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우울 증상이 있으면 치매 진행이 더 빠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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