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 선언/544쪽/생각의힘/22,000원

완경에 대해서는 끔찍한 이야기만 돌아다닌다. 모든 여성에게 일어나는 보편적 현상인데도 많은 여성들은 완경기의 증상과 신체적 변화, 의학적 문제, 혹은 치료 방법에 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러한 정보 공백은 환자들의 교육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의료진들과 의학적 여성혐오, 즉 남성 중심적인 의학계의 오랜 전통이 유해하게 결합해 탄생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완경과 관련된 증상이나 건강 문제를 날조된 어떤 것, 중요하지 않은 어떤 것, 혹은 그저 여성으로 존재하기의 일부’, 즉 견뎌야 할 어떤 것으로 일축했다. 우리 여성들의 용감한 수호자, 제니퍼 건터는 이러한 오명과 비극에 반기를 든다.

완경 선언은 여성이 완경을 경험하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키는 책이다. 팩트와 페미니즘을 무기로 내 몸과 마음을 지키는 방법을 한 권 빼곡히 담았다. 토론의 부재와 잘못된 정보의 범람, 경멸적인 언어 사용, 의료계의 무관심, 무엇보다 가부장제의 지배에 맞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산부인과 의사제니퍼 건터가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제니퍼 건터는 자신의 몸에 어떤 일이, 왜 일어나는지 이해하고 스스로에게 맞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팩트페미니즘을 갖추는 여정으로 독자를 이끈다. 정확한 정보를 손에 쥐고 힘을 갖추기 위해, 또 모든 것을 지배하는 가부장제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책은 완경과 갱년기를 둘러싼 오랜 신화와 오해 그리고 침묵에 관해, 과학역사적 근거와 의학 지식을 토대로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완경 전후기, 발열감, 심혈관 건강, 수면장애, 우울감과 기분 변화, 피부와 모발 문제, 유사과학과 민간요법, 방광 건강, 호르몬 요법, 피임과 다이어트 등 정서적으로 또 실용적으로 여성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두루 살핀다.

제니퍼 건터는 강렬한 오프닝인 선언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계 각국의 여성들로부터 완경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말들을 거듭거듭 들으면서 나는 점점 모든 여성이 완경에 관해서 만큼 산부인과 전문의 정도 수준의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집착적으로 하게 됐고, 그런 내 염원을 이 책에 담았다.”

지금껏 많은 여성이 마음속에 떠올랐던 질문을 입 밖에 꺼내지도 않고 삼켜왔다. 완경을 경험하는 여성들, 다시 말해 이 경험을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의학적 담론의 장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해온 까닭이다.

건터는 완경이 여성들에게 수수께끼 같은 일이 되어서는 안 되고, 완경에 따른 증상 또한 소수가 겪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고 목소리 높여 강조한다. 완경기 건강관리는 곧 여성 건강을 위한 의학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자기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고, 그에 대처할 수 있는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일 자체가 약이 될 수 있다는 다정하고도 간명한 진리를 설파한다. 완경 선언은 바로 이 여정을 함께하는 안내서이자 설명서이며 파트너이자 동맹군이다.

저자 제니퍼 건터(Jennifer Gunter)

30년 넘게 질외음 전문가로 활동해온 산부인과 전문의다. 성매개 감염 전공으로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다양한 부인과 질환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통증의학과 피부과학, 물리치료와 재활의학까지 섭렵했다. 조산아를 출산하면서 양질의 의학 정보를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감한 후, 거짓 정보와 싸우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학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고정 필진으로 여성 건강 칼럼을 쓰고 있다. 그 밖에 의학 저널 <랜싯>부터 여성 잡지 <코즈모폴리턴>까지 다양한 매체에 글을 실었고, 자신의 이름을 딴 CBC TV시리즈 <젠스플레이닝(Jensplaining)>을 진행하며 잘못된 건강 정보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리는 데 힘써왔다. 2020년 북미폐경학회 미디어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거침없는 부인과 의사”(가디언)로 불린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