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턴병 유발 돌연변이 질병 일으키지 않는 형태로 전환
KAIST 송지준 교수팀 등 4개국 공동연구…치료제 개발 기대

유전성 희귀질환인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헌팅턴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단백질을 고유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형태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헌팅턴병은 희귀 유전성 질환으로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는 다르게  근육 간 조정 능력 상실과 인지능력 저하, 정신적인 문제가 동반되는 신경계 퇴행성 질환이다. 헌팅턴병은 약 1만~3만 명 중 1명으로 발병된다. 10여 년의 퇴과정을 거친 뒤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헌팅턴병에 대한 치료제는 없었다. 

아미노산이 3,000개 이상 연결돼 만들어지는 거대 단백질인 헌팅틴(Huntingtin) 단백질은 질병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생체기능에 필수적인 단백질이다. 정확한 생체내 기능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뇌의 뉴론의 기능과 배아발달등 정상적인 생체기능에 필수적으로 알려져 있다. 

헌팅턴병은 헌팅턴 단백질에 글루타민 아미노산이 여러 개가 연속적으로 확장되는 돌연변이로 인해 발병된다. 질병유발 헌팅틴의 아미노 말단 부위가 잘려지고, 잘려진 아미노 말단 부위 조각발생하는데, 이러한 조각의 생성이 헌팅턴병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병을 일으키는 형태의 단백질만을 치료 표적으로 골라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송지준 교수 연구팀은 네덜란드, 프랑스, 스웨덴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헌팅턴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헌팅틴 단백질을 고유 기능을 유지하면서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형태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안티센스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ntisense oligonucleotide, 이하 AON) 유도되는 헌팅틴 단백질(HTTd12)이 이러한 아미노 말단 부위 조각형성을 막아 주는 동시에, 정상 헌팅틴 단백질 기능을 유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AON를 이용해 HTTd12를 생성하는 방법이 향후 헌팅턴병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KAIST 생명과학과 송지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을 포함한 4개국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질병을 유발하는 헌팅틴 단백질을 정상상태로 유도하는 방법이 헌팅턴병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ˮ이라고 설명했다.

‘헌팅턴병’ 환자의 뇌기능 장애 원인 찾아

한편, 헌팅턴병 환자가 뇌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도 국내 연구진이 발견했다.

KAIST 뇌과학연구소 성지혜·류훈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헌팅턴병 환자 뇌 조직에서 신경돌기 운동성과 정상적인 시냅스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FAK(Focal adhesion kinase) 단백질 활성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FAK 단백질은 신경돌기 운동성과 정상적인 시냅스 형성에 필수여서 뇌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헌팅턴 세포·동물모델과 실제 헌팅턴 환자 뇌 조직에서는 FAK 단백질 활성이 현저히 감소했다.

연구팀은 형광 공명 에너지 전달 현상(Fluorescence Resonance Energy Transfer, FRET) 기반 형광분자센서를 통해 살아있는 세포에서 FAK 활성을 정확히 측정해 이같은 사실을 검증했다..

FAK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세포막에 존재하는 인지질 중 PIP2(phosphatidylinositol 4,5-biphosphate)가 필수지만 헌팅턴병 세포에서는 비정상적으로 분포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초고해상도 형광 현미경(Super-resolved structured illumination microscopy)을 이용해 헌팅턴병 세포에서 PIP2가 돌연변이 헌팅턴 단백질과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결합하면서 세포막 내 정상적으로 분포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

헌팅턴병에서 이러한 비정상적 PIP2 분포는 FAK 단백질이 활성화 되는 것을 저해하고, 감소된 FAK 단백질 활성은 결국 정상적인 시냅스 기능을 방해해 헌팅턴병 초기 뇌기능 장애의 원인이 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성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낸 헌팅턴병 환자의 시냅스 기능장애 병리기전은 헌팅턴병 진행 과정에서 뇌기능 장애 회복을 위한 치료 타깃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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