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뇌, 망각하는 뇌/252쪽/21세기북스/17,000원

인간의 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그래서 우리는 뇌에 관한 많은 환상을 품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소설 등에서 천재 주인공이 인간이 풀지 못한 난제를 풀며 활약하기도 하고, 인간의 기억과 의식을 지배하는 초능력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판타지에 열광하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이들의 환상 속에서 활약하는 뇌이지만, 사실 뇌는 우리 일상에 아주 밀접하게,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놀라운 활약을 하고 있다. 우리는 살며 항상 새로운 정보를 접한다. 이렇게 새로운 정보를 맞닥뜨렸을 때, 이를 어떻게 접하고, 기억하고, 뇌에 저장하고, 뇌에 저장한 정보를 미래의 행동이나 계획에 활용하는지에 대한 과정을 이 책은 면밀하면서도 명쾌하게 짚어내고 있다.

알지 못하던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게 된다. 무엇이 위험요소인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고 무엇을 취해야 하는지를 기민하게 아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경험한 기억을 학습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정보를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면 그에 대비하느라고 일생을 낭비만 할 것이다. 날씨와 밤낮에 따라 우리 주변은 끊임없이 바뀌니 말이다. 무엇을 기억하고 망각할지 자동 취사선택하는 우리 뇌의 탁월한 능력을 읽다 보면, 우리 뇌가 생존을 위해 최적화된 꽤 그럴듯한 자연지능 컴퓨터라는 저자의 표현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의 저자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이인아 교수의 설명을 따라가 보면, 우리가 이상하게 여겼던 행동들도 얼마나 놀라운 뇌 활동의 산물인지 깨닫는다. “뇌는 우리에게 완전한 기억을 제공한다라는 말에도 깊이 공감하게 된다.

진화를 거듭하며 업데이트해온 이 뇌를, 더 잘 이해하게 되면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보를 접하고, 기억하고, 뇌에 저장하고, 이를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알게 되면, 당연히 이 모든 행동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질 테니 말이다. 그러면 일상 속에서 학습과 기억을 더 잘할 수 있게 됨은 물론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기억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들이 기억되는 서술적 기억, 몸으로 체득해 얻게 되는 절차적 기억 등 이 책에서는 여러 종류의 기억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을 떠올릴 때와 운전운동악기연주 등을 할 때 쓰는 기억이 다른 것이다. 내 일상에서 어떤 행동을 할 때 어떤 기억을 쓰고 있는지 이해하면 더 잘 활용하거나 단련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내 일상에서 나아가, 자연히 타인이 어떤 이유로 저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어진다. 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 자체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도 가능케 할 것이다.

저자 이인아

기억의 메커니즘으로 인간성을 해부하는 뇌인지과학자.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뇌인지과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학과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1998년 졸업한 후 미국 유타대학에서 신경과학으로 2002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휴스턴에 있는 텍사스 의과대학 신경생물해부학과와 보스턴대학의 뇌-기억센터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2006년부터 미국 아이오와대학의 심리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했다. 박사학위 연구 시절부터 뇌의 해마가 학습과 기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해온 이 분야 세계적 전문가다. 특히 목표지향적 과제를 수행할 때, 해마를 비롯해 해마와 긴밀히 연결된 전전두피질과 해마 주변의 영역들의 인지적 기능을 세포 수준에서 연구하기 위해 신경생리학적 방법론과 가상현실 행동실험 패러다임을 활용했다. 이에 대한 우수한 결과를 국제 유수의 학술지에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뇌인지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들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한국뇌신경과학회의 총무이사와 학술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 한국뇌신경과학회로부터 연구의 우수성과 한국 뇌과학 커뮤니티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장진학술상을 받았다. 연구 활동 외에도 대중적 지식 전파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지능, 다음 50년의 행복(공저) 집필을 비롯해 네이버와 서울대 AI연구원이 추진하는 모두를 위한 AI강연 시리즈 등 대중 강연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 AI연구원의 실무추진위원과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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