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178쪽/유유/10,000원

우리나라에는 대략 263만 명의 장애인이 있다. 전체 인구의 약 5%에 해당한다. 스무 명 가운데 1명 정도가 장애인이라고 보면 된다.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 인구도 전체 인구의 약 5%. 그런데 왜 길을 가다 보면 초등학생은 보여도 장애인은 좀처럼 보이지 않을까?

사회생활하는 장애인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장애인 가운데 약 99%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2020년 장애실태조사) 우리 사회가 아직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생활할 만한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과거에 비해 많은 이들이 장애인권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장애감수성의 필요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전히 각각의 장애인이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함께 살려면 무엇보다 서로의 일상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성숙한 친구보다 힘들고 좋았던 일을 시시콜콜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곁이 되고 이웃이 되듯,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려면 더 소소한 이야기를 터놓고 나눌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 책은 인권과 감수성보다 장애인의 일상에 주목한다. 아무리 입장 바꿔 생각해 보려고 해도 떠오르는 상대가 없어서 그려지지 않던 장애인의 일상을, 동료로 가족으로 함께 살며 깨우친 저자가 알려 준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에서 장애인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장애인 친구와 여행을 가거나 식사 약속을 잡으며 한번쯤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직장에서 장애인 동료와 함께 일하며 가져야 할 태도나 준비해야 할 것,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저자의 목소리는 비관적이지도 낙관적이지도 않다. 호소나 고발도 아니고, 고통과 슬픔을 묘사하지도 않는다. 알기만 해도 의미 있을 일을 담담히 보여 주며 멀게만 느껴졌던 장애인의 삶을 성큼 가까이 가져온다.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쪽은 언제나 공부보다는 소통이라며, 더 소소한 일로 더 자주 소통할 때 몸이 만든 경계가 무의미해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만큼 이 책은 장애인을 이해하고 장애를 공부하는 데 가장 좋은 디딤돌이 될 것이다. 다양한 사회적 차별에 반대하면서도 유독 장애만은 멀게 느껴 왔던 분들, 혹여 무지가 무관심으로 비춰질까 봐 장애인 친구와 관계 맺고 소통하기를 조심해 왔던 분들께 함께 읽기를 권한다.

저자가 전하는 동료와 가족의 이야기 속에는 장애인의 삶을 먼저 살아 본 사람들의 목소리가 녹아 있다. 장애인이 되어 새롭게 마주한 직장과 집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어떤 문제를 마주했고 어떻게 풀어 나갔으며 어떤 식의 지원을 요구해야 했는지, 주변 사람들과는 어떻게 새롭게 관계 맺었고 혼자 풀 수 없는 문제를 누구와 어떻게 해결했는지. 그렇기에 이 책은 장애인과 함께 살고자 하는 비장애인뿐 아니라 불현듯 찾아온 장애를 마주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 백정연

장애인 가족과 함께 살고 장애인 동료와 함께 일하는 사회적기업가. 어린 시절 우연히 사회복지사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사회복지사를 꿈꾸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발달장애 관련 기관에서 일하다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쉽게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을 설립했다. 척수장애인 남편과 함께 살며 비장애인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차별을 거의 매일 겪는다. 장애인과 결혼하고 장애 관련 분야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착하다, 대단하다, 멋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 칭찬의 이면에 자리 잡은 더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에 대해 더 자주, 더 널리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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