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명 당 1명 꼴 발생…악성암으로 발전하기도
조기 발견해 관리·치료를…최근 고가 신약 나와

몸에 흔히 나타나는 커피색 반점이 주요 증상 중 하나인 희귀질환이 있다. 국내 1만5,000명이 넘는 환자가 있는 것으로 예측되는 희귀질환 중 다발질환으로 알려진 '신경섬유종증'이 그것이다. 국내 환자 절반 이상이 진단·치료 받지 못한 채 병원 밖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 골격계, 신경계 등에 다양한 이상을 유발하는 희귀 난치성 유전질환인 신경섬유종증에 대한 모든 것을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사진=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엔젤스푼TV 캡쳐
사진=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엔젤스푼TV 캡쳐

▶신경섬유종증이란 어떤 질환인가?

신경섬유종증은 1형하고 2형이 있는데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질환이다. 1형이 2형보다 10배 정도 더 많다. 신경섬유종증 1형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유전 질환 중에서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다. 3000명 당 1명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대표적 증상은 피부에 손톱 크기 만한 커피색 반점 6개 정도가 띄엄띄엄 생기면서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부위에 조그마한 주근깨 같은 반점들이 있으면 의심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몸의 표면 또는 심부(몸 깊은 부분)에 양성이긴 한데 신경섬유종들이 생길 수 있다. 

▶3,000명 당 1명이면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등록되어 있나?

우리나라에 신경섬유종증 1형으로 산정특례 등에 등록된 환자는 6,000~7,000명 정도라고 알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신경섬유종증 환자들이 병원 밖에 있는 것이다. 

▶발병률보다 신경섬유종증 환자 수가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

진단이 안 돼서 그런 경우도 있고, 신경섬유종증 환자는 외모적인 이상이 있다 보니 고립돼 지내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병원 진료를 잘 안 받고 집에서만 지내는 분도 꽤 있는 것 같다. 

▶신경섬유종증 발병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

빠르면 사춘기 때 신경섬유종이 보이는 아이들도 있고 심한 아이들은 한두 살 때도 보이기도 한다. 어렸을 땐 좀 작다가 신경섬유종이 점점 커지면서 이상을 일으킨다. 이때 호르몬 변화가 좀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사춘기 때 일차적으로 또 한 번 더 커지고 여성의 경우 임신하거나 출산할 때 또 커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호르몬을 조절하면 치료 가능한가?

호르몬 조절은 주의해야 된다. 가령 생리가 나오는 걸 막는다든가 하면 또 다른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치료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현재 신경섬유종증이 생기는 원인이 밝혀져 있나?

원인은 NF1이라는 유전자의 이상이다. 그 유전자를 막대기로 생각하면 막대기 두 개 중에서 하나가 고장 나서 생기는 병이다. 선천적으로 아기가 만들어질 때부터 그 유전자 막대기 하나가 고장나는 건데, 그 원인까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유전자 검사로 이 병을 예방할 수 있나?

자녀가 환자인 경우 다음 아이를 임신할 때, 착상 전 유전 진단(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PGT) 검사를 해서 괜찮은 배아를 엄마 배 속에 넣어주는 방법이 있다. 

▶신경섬유종증 진단을 받으면 어떤 검사들이 이뤄지나?

신경섬유종증 환자들은 첫 번째로 발달체크를 해야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반 정도 된다. 그 다음에 아주 어렸을 때는 시신경 교종이라고 해서 시신경이 두꺼워지고 나중에 시력 상실 위험이 있는 양성 혹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또 뼈 특히 다리뼈가 약한 경우가 있다. 뼈가 부러지면 잘 안 붙고 관절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은 가관절증 같은 것도 발생할 수 있다. 또 심장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도 봐야 하고, 혈액 검사를 해서 백혈구 수치 등을 정기적으로 봐야 한다. 

전신 MRI를 정기적으로 찍을 필요가 있다. 이 질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총상신경섬유종이라는 것이다. 섬유종들이 신경이나 여러 개의 신경축을 따라 확산되는 것인데, 심경섬유종증 1형의 약 1/3에 발생한다. 신경섬유종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를 할지 봐야 한다. 또 신경섬유종증 환자들은 뇌혈관질환인 모야모야병 위험성도 있어서 뇌혈관은 괜찮은지 MRI를 통해 체크를 해아 한다. 또 성인기로 넘어 가면 골다공증 검사와 청력 검사를 한다. 여성의 경우엔 유방암 검사도 조기부터 해야 한다. 또 위내시경 검사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위나 십이지장 쪽에 섬유종 같은 것이 생겨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 알아두기 =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의 80%는 인지 및 행동 결함을 경험하며, 약 38%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21~40%는 자폐 증상 등의 문제 행동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악성신경교종, 위장간질종양, 갈색세포종과 같은 신경내분비 종양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 1형 환자의 50세 미만 원발성 유방암 발생 가능성은 일반 인구 대비 4~11배이며, 소장 종양은 15배, 골암 발생 위험은 20배까지 올라간다. 이외에도 관련 질환으로 인해 1형 환자의 평균 수명은 약 15년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MRI 검사를 어느 정도 간격으로 해야 하나?

정해져 있지 않다. 조금 주의해야 될 환자들은 일 년에 한 번씩 찍고 좀 더 위험한 경우에는 6개월에 한 번 찍는다. 괜찮다 그러면 2~3년에 한 번 찍기도 한다. 

▶신경섬유종증 중 총상신경섬유종이 되게 위험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총상신경섬유종은 무엇인가?

총상신경섬유종은 섬유종 알맹이들이 포도처럼 여러 개가 붙어 있다. MRI를 찍어 보면 그 알맹이들이 여러 개 연결돼 있고, 그것을 보고 의사들도 진단을 한다. 신경섬유종 중 악성 말초 신경초종은 총상신경섬유종 안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다.  악성 말초 신경초종이 의심 되면 빨리 제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악성 말초 신경초종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항암치료 등도 굉장히 어렵다. 이 같은 악성 종양이 드물게 있기 때문에 정기 검진이 굉장히 중요하다.

▶신경섬유종증 발생 위치 별로 치료법이 다른가? 

다르다. 피부에 생기는 신경섬유종은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 제거하면 된다. 몸 안에 있는 경우가 문제인데 특히 목이나 얼굴 쪽에 생기는 신경섬유종이다. 뇌로 가는 혈관이나 얼굴에 표정을 관리하는 신경들에 있으면 함부로 못 건든다. 또 어떤 경우에는 척추뼈 옆 신경을 따라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잘못 제거했다가 뼈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고 신경에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 신경섬유종이 대동맥을 감싸는 경우도 있고 간으로 들어가는 혈관 주변으로 퍼져있는 경우도 있고 방광이나 직장 항문에 생길 수도 있다. 몸 깊숙이 있는 경우는 신경섬유종은 건드리기 굉장히 어렵지만, 아주 급할 때는 빨리 수술을 해서 제거해야 한다. 

▶제거하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나?

다 제거하지는 않는다. 신경섬유종 주변 조직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든지, 악성화 위험이 있을 때 제거한다. 섬유종이 점점 커지면서 비균질적으로 보일 때가 그런 경우다. 최근 나온  셀루메티닙이라는 신약이 나왔는데, 섬유종 때문에 아파서 진통제를 항상 달고 살았던 한 환자는 그 약을 먹고 일주일 만에 통증이 없어졌다. 신경섬유종 때문에 앉지를 못했던 환자는 이 약을 일주일 복용하고 통증이 다 사라졌다.  

총상신경섬유종이 있는 환자에게 수술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 셀루메티닙이라는 신약이 효과적이다. 이 약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미 판매 중인 약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식약처 허가까지 났다. 그런데 급여가 아직 안 돼서 지금 치료를 못 받고 있는 환자들이 너무 많은 상황이다.  

▶셀루메티닙 처방 대상은 어떻게 되나?

일정 크기 이상의 총상신경섬유종이 있으며 그것이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을 때다. 그 약을 복용하면 섬유종이 줄어든다. 또 임상에서 관찰한 결과 사춘기 이전 아이들은 성장도 좀 회복되는 느낌이 있고 커피 반점도 조금 연해지는 등 여러 측면에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셀루메티닙이 비급여이면 약값이 어느 정도 되나?

30kg 정도 되는 아이일 때 연간 1억~2억원 정도 될 거다. 성인 같은 경우 최대 용량으로 먹을 때 약값만 1년에 4억원이라고 들었다. 평생 먹어야 하기 때문에 환자 개인이 제 돈으로 복용하기 힘든 약이다. 나라에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제일 오래 셀루메티닙을 복용한 사람이 3년간의 임상 연구 대상자인데, 끊고 싶지 않아 한다. 또 이 약은 미국 임상 연구 데이터보다 우리나라 데이터가 더 좋다. 우리나라 환자 데이터를 보면 부작용도 별로 없고 효과도 더 좋다. 

▶셀루메티닙 복약을 중단하면 어떻게 되나?

아직 그에 대한 경험은 없다. 다만 신경섬유종증 1형은 신호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건데, 약을 먹는 동안엔 이 신호체계가 교정이 된다. 때문에 약을 끊으면 교정됐던 신호체계가 다시 나빠진다. 이게 다시 나빠지면서 생각 못 했던 이상한 현상이 세포 내에 발생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부작용들이 생길 수가 있다. 그러니까 이 약을 함부로 끊는 거는 위험할 수 있다. 

▶신경섬유종증 관리 방법으로 추천할 만한 것이 있다면? 

이 질환 자체가 뼈가 약하고 되게 빠른 연령에 골다공증이 오기 때문에 비타민D 섭취가 중요하다. 커피 반점 때문에 자외선 노출을 좀 피해야 해서 실내 생활을 많이 하기 때문에 비타민D가 부족할 수 있어 정기적으로 체내 비타민D 농도를 검사하고 섭취하도록 권한다. 또 척추측만증 등도 잘 오기 때문에 자세 교정도 신경써야 한다. 

※ 이 콘텐츠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유트브 채널 엔젤스푼TV를 통해 영상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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