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272쪽/문학수첩/13,000원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소시민의 기준으로 보면 유명한 대학을 졸업하고,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에 입사해서 높은 연봉을 받고, 서울에 살면서 매년 시세가 오르는 내 명의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가끔씩 남들이 부러워하는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는 인생을 살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일까?

언뜻 들어보면 더할 나위 없는 만족스러운 삶을 누릴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저자는 행복의 주체가 가 아닌 타인에게 비쳐진 나라면 경제적으로 풍요롭다 해도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우리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물질적인 요소를 하나하나 분리해서 그 속성을 파헤친다. 부동산연봉학력 등 우리 사회에서 개인을 타인과 비교하거나 평가할 때 활용되는 기준은 이 책에서 각각의 챕터가 된다.

저자는 이 요소들이 한국 사회에서 본래의 의미를 잃고 특권과 소유욕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일갈한다. 무엇보다 저자의 눈에 포착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병폐이자 개개인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은 서열에 익숙한 사고방식이다.

한국 사람들의 인식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의식에 잠재해 있는 것은 서열 문화. 저자는 한국만큼 순위서열에 민감한 나라도 드물다고 지적하면서 내 위치를 확인하고, 높은 위치에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상대적인 만족감을 누리는 것이 행복의 본질과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열에 대한 허상은 내 삶의 서사가 온전히 담겨야 하는 집을 재산 증식의 유용한 수단으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격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할 배움을 입시와 취직의 경쟁에서 남들을 제치기 위한 수단으로, 또 다른 자아의 실현이 되어야 할 직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저자는 예리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우리의 부조리한 편견과 사고방식에 일침을 가하는 한편,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통해 행복을 실현해 나가는 방법을 들려준다.

그가 제시하는 방법은 특별하거나 대단하지 않다. “낯선 곳에 가서 활력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맛있는 음식만 먹어도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있듯이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의 지점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타인과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나란 존재의 특성을, 그 본질을 제대로 깨닫고 도전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고 조언한다.

언뜻 평범한 말처럼 느껴지지만, 1990년대, “학문 선택이 자유롭고 존중받는 독일에서조차현실적으로 걱정이 되는 비주류 학문인 한국학을 주변의 걱정과 만류에도 꿋꿋하게 선택하고 지금까지의 삶을 개척해 온 저자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인생 이야기와 함께 전하는 메시지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저자 안톤 숄츠

독일의 항구 도시,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청소년 시절부터 격렬한 운동을 좋아하는 한편으로 동양의 철학종교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열여섯 살 때, 함부르크 시내 지하철역에서 우연찮게 본 태권도장 광고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신체적 기술뿐 아니라 정신 수양까지 강조하는 태권도에 흠뻑 빠져들었고, 몇 년 뒤에는 불교로 관심의 영역을 넓혔다. 때마침 한국에서 독일을 방문한 한 스님의 강연을 듣고 그 스님의 조언에 따라 한국에 들어와 수행을 시작했다. 1994년 처음 한국을 방문할 때만 해도 1년 정도만 머물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과 한국 문화에 매료돼, 일본 사찰에서 1년을 더 수행한 뒤 함부르크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20년 넘게 살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ARD 프로듀서와 비즈니스 컨설턴트, 교수, 다큐멘터리 제작자 등 다양한 직업인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경험했다. 특히 날카로운 분석력, 새로운 제3자적 관점, 직설적인 화법으로 여러 미디어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단골로 출연하기도 했다. 거침없는 발언은 때론 한국의 양쪽 정치 진영의 비난을 야기하기도 하고, 때론 참신한 의견으로 인정받으며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 책에서도 그는 한국 사회와 한국 사람들을 향해 가감 없는 비판과 끝없는 애정을 쏟아내며 진정한 행복에 닿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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