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교수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들에게 중요한 치료제"
2022 ESMO에서 7년 추적 관찰한 데이터 SOLO-1 연구 발표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억제제의 개발은 난소암 치료 환경을 변화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소암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 등을 연장시켰기 때문이다. 

PARP 억제제는 BRCA(Breast Cancer Supceptibility gene)에 이상이 있는 암세포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막는다는 것이 알려지며, 미국암협회(ACS) 및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 등은 가족력으로 인해 난소암, 유방암 발병이 높아질 확률이 있는 경우 BRCA 유전자 검사를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 BRCA 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에게 사용되는 대표적인 PARP 억제제는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다. 린파자는 지난 2021년 10월부터 보험급여도 적용됐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김용범 교수(산부인과)를 만나 린파자의 등장이 난소암 환자들의 치료환경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들었다.

한편, 난소암은 1차 치료를 받은 상피성 난소암 환자의 85%가 재발을 경험할 정도로 재발률이 높고, 5년 생존율이 64.5%로, 유방암(93.6%) 및 자궁경부암(80.5%)에 비해 낮은 난치성 암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용범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용범 교수

- 국내 난소암 치료 환경이 궁금하다.

부인암 중 자궁경부암은 검진이 가능하다. 향후 암이 될 것 같다는 징후를 미리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난소암이나 자궁내막암은 조기검진 방법이 없고, 증상이 생긴 후 발견된다. 그나마 자궁내막암은 발병 초기에 질 출혈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발견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난소암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발견이 느리다. 3기 말쯤 돼서야 배가 부르는 등 증상이 나타난다. 

국내 진단 난소암 환자를 보면 첫 진단에서 3기 또는 4기인 환자가 60~70%를 차지한다. 말기에 발견되는 환자가 많다는 뜻이다. 치료가 어렵고 완치율이 매우 낮다. 3~4기 환자는 치료를 통해 깨끗하게 암이 없어졌다가도 다시 생길 확률이 높다. 

- 3~4기에 발견되면 수술을 할 것 같은데, 생존율이 낮다.

2000년 이전까지는 가능한 정도까지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고 항암치료를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생존율이 개선되지 않았다. 2000년 들어서면서부터는 수술로 암을 최대한 없애자는 쪽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그 이후 생존율 향상이 이루어졌다. 현재까지도 종양을 제거하는 종양감축술이 표준치료다.

문제는 수술로 암을 최대한 제거했지만 원하는 만큼 치료 성적 향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의 데이터를 보면,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5% 정도 밖에 개선되지 못했다. 그 이후 새로운 약을 찾기 시작했다.

- 그렇게 찾은 약이 PARP 억제제인 것 같다. 현재 난소암 치료환경에서 PARP 억제제는 어떤 역할을 하나.

1990년대까지는 백금 기반 항암제라고 불리는 독성항암제를 주로 사용했다. 이때 난소암의 치료 성적(객관적 치료 반응률)은 30~40% 수준이었다. 1990년대 초 '파클리탁셀'이라는 신약이 등장하면서 치료 반응률을 70%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그 약을 쭉 사용했으나 재발률까지 낮추지는 못했다. 2000년대 들어 '베바시주맙(상품명 아바스틴)'이라는 약이 등장하면서 반응률을 한번 더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재발이 잦았다.

3~4기 환자 100명 중 수술을 잘 하고 항암치료를 잘 하면 75% 정도는 치료가 된다. 그러나 5년 이내에 대부분 재발한다. 5년 동안 재발하지 않고 완치를 바라볼 수 있는 환자는 10%에 불과하다. 이 외의 환자들은 치료제가 안 듣거나 치료 이후 재발한 경우다. 난소암 치료 이후 2년 만에 재발했다면 2차 치료에서는 1년, 3차 치료에서는 6개월만에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나중에는 휴약 기간이 전혀 없어질 정도다. 때문에 난소암에서는 재발 억제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환경에서 PARP 억제제는 장기간 동안 억제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데이터로도 증명됐다. 

- 올라파립 급여 이후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1년여 간 진료 현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일단 올라파립을 사용하려면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 BRCA 변이 환자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피성 난소암에서 BRCA 변이 환자의 비율은 15~20%다. 결국 난소암 환자 중 15~20%만 이 약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환자 중에서도 1차 또는 2차 항암치료에 반응하는 환자만 사용할 수 있다. 치료에 반응하는 3-4기 환자는 65%~70% 정도이기 때문에 전체 환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진행성 난소암, 한마디로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들에게 치료제가 생겼다는 점이다. 

- 올라파립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의 반응과 실제 효과가 궁금하다.

난소암 4기로 폐와 기관지 주변 림프절까지 암이 전이된 환자가 있다. 항암치료를 했음에도 암이 다 사라지지 않고 부분 관해를 보인 경우다. 그 이후 올라파립 유지요법을 시행했는데 14개월차에 접어든 현재 시점까지 암이 더 진행되거나 전이되지 않고 여전히 잘 유지한 상태로 생활하고 있다. 올라파립 유지요법이 아니었다면 재발했을 확률이 높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현재의 급여 기준 이외에 올라파립을 적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군이 있나.

현재는 BRCA 변이가 있는 환자만이 올라파립 급여 대상이다. 하지만 BRCA와 유사한 유전자 변이가 있다. 바로 HRD(상동재조합결핍)다. HRD 양성 환자도 PARP저해제의 효과를 볼 수 있다. BRCA 변이처럼 확실하고 강력하진 않지만 이에 버금가는 수준의 효과를 보인다. 실제로 HRD 양성 그룹에 속하는 환자에게는 PARP저해제를 사용했을 때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들 환자에게 올라파립 급여가 적용되려면, 우선 HRD 검사에 대한 급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BRCA 변이 환자는 전체 환자의 15~20% 정도지만 HRD 양성 환자까지 포함하면 50%가 넘는다. 그럼 진행성 난소암 환자의 50%가 이 약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PARP저해제 단독 유지요법을 HRD 양성 환자군에도 적용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베바시주맙과 PARP억제제를 병용했을 때 효과가 더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이 또한 급여 대상은 아니다. 현재 베바시주맙+올라파립 병용요법은 환자 본인 부담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필요하다면 보험 급여가 확대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최근 유럽종양학회에서 올라파립 신규 데이터가 발표됐다고 들었다.

SOLO-1 연구로 올라파립 환자를 7년 추적 관찰한 데이터다. 결과에 따르면 환자 2명 중 1명은 연구 시작 7년 이후에도 재발로 인한 후속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성적을 비교할 때는 생존곡선이라는 것을 사용한다. 100명을 줄세우고 환자가 사망하면 그래프가 떨어지는 형태다. A그룹과 B그룹을 비교해서 천천히 떨어지는 약제의 약효가 더 있다고 판단한다. 지금까지 살펴보면 재발까지의 평균 기간은 벌어지는데 최종적으로는 둘이 만나는 곡선을 그린다. 최종 생존기간은 같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바나나 모양의 생존곡선이라고 한다. 그러나 특이하게 올라파립 연구에서는 아직 바나나 모양이 나타나지 않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런 그래프는 거의 보지 못했고, 정말 드문 경우다.

- 난소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과거에는 '공포의 난소암'이었지만, 요즘 난소암은 아주 심각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지가 가능한 질병으로 변하고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조절하며 살아가듯, 난소암도 잘 조절하면서 살 수 있는 질환이 돼가는 거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열심히 치료에 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담당 의료진도 한 가지 방법으로만 치료하지 않는다. 난소암 치료에도 여러 옵션이 있기 때문에 담당 전문의와 많은 논의를 통해서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 잘 고려해 결정을 내리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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