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 유전상담사

린치 증후군(Lynch Syndrome)은 클리닉에서 유전 유방 난소암 증후군(Hereditary Breast and Ovarian Cancer Syndrome) 다음으로 자주 환자분과의 대화에서 거론되는 질환이다. 유전성 대장암과 관련된 유전 질환 중 제일 흔하게 발견되는 증후군인데, 1900년도 초반에 미시간 주립대의 한 병리학자에 의해서 처음 형용이 되었고 관련된 유전자는 1990년도 초반부터 하나씩 발견이 됐다. 

몇 년 전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미국에서 진단되는 대장암 중 2~4%의 환자들이 린치 증후군을 가졌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꽤 희귀한 증후군이라고 생각이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략 300명 중 1명꼴로 린치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BRCA1이나 BRCA2에 유전변이를 가진 사람은 400명 중 1명꼴로 발견되는 것에 비하면 훨씬 흔한 유전변이인 것이다.  

린치 증후군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는 총 5개로 MLH1, MHS2, MSH6, PMS2, 그리고 EPCAM 유전자들이 있다. 또 흥미로운 것은 다섯 유전자 모두 해로운 변이가 있으면 린치 증후군을 일으키는데, 어떤 유전자에 변이로 인해서 발병된 린치 증후군인지에 따라 연관된 암 발병률이 다르다는 것이다. 

린치 증후군에 연관된 암은 기억해내려고 하는데도 오래 걸릴 만큼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중에는 대장암과 자궁내막암 발병률이 다섯 개 유전자 전반에 걸쳐 제일 높고, 그 이외에도 난소암, 수뇨관암, 신우암, 방광암, 위암, 소장 암, 췌장암, 담도암, 전립선암, 뇌종양, 그리고 피지 선종 등이 발병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암들에 대한 발병률이 모두 엄청나게 높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MLH1 유전변이 보인자의 경우 뇌종양 발병률이 0.7~1.7%로 예상되는데, 이는 일반 대중에서의 발병률인 0.6% 보다 높기는 하지만 그래도 발병률이 낮은 편이다.

다섯 개의 유전자 중에서는 MLH1, MSH2, EPCAM 유전자에 변이를 가진 환자들이 MSH6 나 PMS2 유전자에 변이를 가진 환자들보다 전반적인 암 발병률이 더 높다. 그래서 클리닉에서 환자들을 볼 때에는 앞서 말한 세개의 유전자에 변이를 가진 환자들이 더 눈에 띄는 가족력을 보고할 때가 많다.

최근에 MLH1 유전변이를 가진 가족을 만난 적이 있는데, 많은 친지들이 30~40대에 대장암에 진단됐다고 했다. 내가 만난 환자 역시 30대에 대장암 진단을 받아 유전 상담을 받으러 온 분이었다. 이에 반해서 PMS2 유전 변이는 정말 린치 증후군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가족력이 없는 환자들에게서 더러 발견되곤 한다. 

린치 증후군은 역사적으로 대장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지금의 자료를 봐도 대장암 발병률이 다른 종류의 암 발병률 보다 훨씬 높다) 대체적으로 대장암 쪽으로 개인병력이나 가족력이 의심되어 클리닉에 검사를 받으러 오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위에 말한 것처럼 린치 증후군은 대장암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암과도 연관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대장암보다 훨씬 희귀한 암 들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린치 증후군 환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된다.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NCCN)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린치 증후군을 가진 환자들은 어린 나이부터 대장 내시경을 받도록 권고 받는다. 일반 대중의 경우 45세부터 대장 내시경을 시작하고 용종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는 10년에 한 번씩 반복하도록 권고된다.

MLH1, MSH2, EPCAM 유전변이 보인자의 경우 20~25세 사이 (25세 전에 대장암 진단을 받은 친척이 있을 경우에는 그보다 2~5년 정도 이전부터) 대장 내시경을 시작하고, 1~2년에 한 번씩 대장 내시경을 받도록 권고된다.

MSH6 나 PMS2 유전변이 보인자의 경우 30~35세 사이 (30세 전에 대장암 진단을 받은 친척이 있을 경우에는 그보다 2~5년 정도 이전부터) 대장 내시경을 시작하고, 1~3년에 한 번씩 반복하도록 권고 받는다. 대장암의 경우 이렇게 뚜렷한 권고사항이 있는 반면에 다른 암 종류의 검진 권고사항은 그만큼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수뇨관암이나 신우암의 경우에는 정기 검진을 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명확한 증거가 지금 시점에서는 없기 때문에 강력하게 권고하기는 어렵다고 기재되어 있다. 가족력이 있는 환자분이나 MSH2 유전변이 보인자의 경우에는 (MSH2 유전변이 보인자가 이 종류의 암들 발병률이 조금 더 높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특별히 소변 검사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위암의 경우에도 최근 NCCN 가이드라인 버전 1.2022 업데이트 이전에는 뚜렷한 권고 사항이 없었다가 이제야 드디어 식도와 위내시경에 대한 권고사항이 더해졌다. 

최근 CGA IGC (Collaborative Group of the Americas Inherited Gastrointestinal Cancer)라는 단체에서 주최하는 학회에 다녀왔다. 비대면 학회는 2019년 이후 처음 가는 거라 설레었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학회에서 이루어진 왕성한 논의와 여러 그룹에서 선보인 새로운 데이터에 참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오랜만에 참 꿈만 같은 유익한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미국 뿐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뛰어난 의료인/연구자들, 연구 기관들이 열성으로 연구를 진행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직 알아내야 하는 부분이 참 많이 남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소화기관계 암 유전 증후군에 집중된 학회인 만큼, 그 중 제일 잘 알려진 린치 증후군이 많이 거론되었는데, 린치 증후군과 관련된 여러 가지 암 종류 중 검진 권고사항이 잘 규정되지 않은 암들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많은 다른 유전 암 증후군들보다도 훨씬 오랫동안 알려져 있고, 연구되어오는 질환인데도 아직도 우리는 이 환자분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암 발병률, 검진 방법과 빈도수, 그리고 치료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겠구나 생각이 들엇다. 

그리고 또 하나 든 생각은, 아무리 우리가 린치 증후군에 대해서 검진과 치료방법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낸다 하더라도 린치 증후군을 가진 환자들을 찾아내지 못하고, 알맞은 상담을 해 드리지 못하면 무용지물 아닌가였다. 가족력이 명확하지 않아서 본인이 린치 증후군 환자라는 것을 알지 못했던 환자분들도 많지만, 안타깝게도 너무나 뚜렷한 가족력과 개인병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늦게 발견되는 환자들도 많다보니 유전상담사로서 이런 환자들을 만날 때가 제일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 더 많은 환자들을 늦지 않은 시기에 도와드릴 수 있도록 유전 암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또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박민선 유전상담사
박민선 유전상담사

박민선 유전상담사는 시카고에 위치한 Northwestern University 대학원의 유전상담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2018년 미국 유전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졸업 후 같은 지역의 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에서 암 유전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Northwestern University의 faculty로서 유전상담 석사과정 입학 심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전상담 석사과정 학생들 실습과 논문 지도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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