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PD수첩과 관련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PD수첩이 다룬 내용 가운데 과학적 사실에 대한 언급이 근거가 확실한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한 증언을 듣고자 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검찰측과 PD수첩측 변호인의 심문이 한 시간이 넘게 이어졌습니다. 지난 해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PD수첩의 내용 가운데 아쉽다고 생각되는 점을 포스팅으로 올려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적이 있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9780781).

공판에서 집중적으로 질문이 이어진 쟁점부분은 아레사빈슨의 사인이 되었던 베르니케뇌병증을 진단하는데 문제가 있었는가 하는 점, 한국인 대부분이 인간광우병에 특히 취약하다는 코돈 129의 유전형이 MM형이라는 것에 대한 해석, CJD가 vCJD의 상위개념이라는 점, 그리고 눈초가 프리온질환에 대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데 집중되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브릭에서는 아레사빈슨의 사망원인이 되었던 베르니케뇌병증에서 MRI를 찍었을 때 vCJD와 구분이 어렵다는 주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MRI를 찍어보면 vCJD 환자의 75%에서 시상베게라고 하는 뇌줄기 부분이 강조된 영상을 보이기 때문에 vCJD를 의심하는 중요한 검사소견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프리온질환을 확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부검을 통하여 얻은 뇌를 면밀하게 조사하여 현미경변화를 찾아야 하고 변형프리온의 존재가 확인되어야 합니다. 생전에 이루어지는 검사실검사 혹은 영상검사는 사망전 진단을 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상베게징후는 vCJD에서만 특이하게 나오는 소견이 아니고 베르니케뇌병증, 중추신경계 림프종, 후맥락동맥 경색 등에서도 일부 드물게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http://www.cdc.go.kr/contents/health/dii/a/k/cdc08020050.html). 아레사 빈슨이 고도비만으로 위절제수술을 받고 3개월 정도 뒤에 뇌신경장애의 증상을 보인 것이므로 수술과정의 오염으로 인한 의인성 CJD의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베르니케뇌병증의 가능성을 고려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생전에 MRI를 찍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설사 시상베게징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vCJD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하겠지요.

MM형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에도 정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http://blog.joins.com/yang412/9859572), 코돈 129의 유전형이 MM형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vCJD에 취약하다고 하는 주장에 대하여 변호인측에서는 김용선교수님의 논문을 제시하였습니다. 2004년 가정의학회지 제25권에 실린 “광우병과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이라는 제목의 논문은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살펴보는 종설입니다. 이 논문 말미에서 김용선교수님은 “…변종 CJD의 경우 코돈 129번 유전자 다형성 중 메티오닌 동질접합체에만 100%변종 CJD가 나타나기 때문에 국내 정상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변종 CJD에 걸릴 확률이 전 세계적으로 제일 높아질 가능성을 암시함으로써…”라고 적고 있습니다(김용선; 2004). 이 구절의 문제점은 이미 MV형과 VV형을 가지는 vCJD 사례가 보고되고 있음이 반영되지 않았으며, 광우병과 vCJD를 일으키는 원인체는 주로 SRM에 분포하고 있으며, 쇠고기에서는 검출한계 미만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쇠고기를 먹었다고 변종 CJD에 걸릴 확률을 논의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김용선교수님이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자료에서는 “한국인 및 중국인, 일본인, 대만인 95% 이상이 MM형이고 백인은 MM형이 50 2004, Byung-Hoon Jeong; 2005). 특히 2005년 논문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서 코돈 219의 글루타메이트와 글리신을 같이 가지고 있는 EK 이형접합의 빈도를 조사하고 이 유전형이 프리온질환에 저항하는 형질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변호인은 코돈 219의 EK이형접합이 vCJD에서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에 vCJD에 저항하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만, 이는 프리온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Shibuya가 일본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더니 일본인 가운데 12 1998). 김용선교수님의 조사에서 한국인은 8%정도 된다고 합니다.

vCJD 환자에서는 EK형이 없었기 때문에 vCJD의 방어효과를 언급할 수 없다는 PD수첩측 변호인의 주장은 대부분의 vCJD 환자가 코돈 219의 EK형이 나타나지 않은 유럽 쪽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적용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프리온질환 일반에서 코돈 129 MM형의 빈도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코돈 219의 EK형은 vCJD에 대하여도 방어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에 코돈 129 MM형의 위험을 논할 때 코돈 219 EK형의 방어효과를 같이 언급함이 옳다고 봅니다.

코돈 MM형이 vCJD의 감수성에 관한 유전형질이라기 보다는 잠복기를 짧게 하는 형질과 관련이 있다는 실험증거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Bishop et al.). Bishop 등은 사람의 프리온단백을 결정하는 유전자 코돈 129번을 구성하는 MM, MV, VV형을 마우스에 이식하여 만든 유전자변형 마우스와 소 프리온단백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이식하여 만든 유전자변형 마우스를 이용하여 코돈 129번의 다형성은 단지 잠복기의 기간을 결정하는 요인이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사람의 프리온단백 유전자를 심은 유전자변형 마우스에 vCJD 환자의 뇌를 갈아 만든 현탁액을 우측 대뇌에 접종하여 역시 600일 동안 관찰하였더니 MM형의 마우스는 17마리 가운데 11마리, MV형은 16마리 가운데 11마리, VV형은 16마리 가운데 1마리에서 양성 반응이 관찰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MM형에서는 2마리가 400일 이전에 양성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여 다시 500일째 1마리, 600일째 3마리 그리고 600일 이상 생존한 마우스 5마리 모두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시험기간 600일 이내에 다른 원인으로 폐사한 6마리는 음성이었습니다. MV형는 501~600일 사이에 4마리가 양성반응을 보였고, 600일 이상 생존한 마우스 가운데 7마리가 양성반응을 나타냈고, 501~600일 사이에 폐사한 3마리와 600일 이상 생존한 2마리는 음성반응을 나타냈습니다. VV형은 600일 이상 생존한 마우스 1마리가 양성반응을 나타냈을 뿐이며, 401~500일 사이에 폐사한 1마리, 501~600일 사이 폐사한 5마리, 600일 이상 생존한 9마리는 음성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이 실험결과를 보면 코돈 129의 유전적 다형성은 잠복기의 길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MM형이 잠복기가 가장 짧고 MV형이 중간에 해당되며, VV형은 매우 긴 잠복기를 가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CJD가 vCJD의 상위개념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문제도 지난해에 정리를 했던 사안입니다(http://blog.joins.com/yang412=9863885). PD수첩측은 아레사의 어머니가 vCJD와 CJD를 혼동하여 사용하였기 때문에 번역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함인 듯 보였습니다. 이날 변호인은 눈초가 2003년 일본 동경에서 열린 프리온질환 국제심포지움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CJD라는 제목 아래 sCJD, iCJD, fCJD, vCJD, nvCJD 등을 열거한 것을 내놓으며 CJD를 상위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질병을 분류하는데 있어 중요한 점은 임상양상 혹은 형태학적 공통점이 있는 질환들을 묶는다는 것입니다. 당시 발표자료는 sCJD와 vCJD의 특징을 비교하여 대비하기에 앞서 CJD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질환들을 모아본 정도의 자료였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vCJD는 임상증상, 검사소견, 병리소견 등에서 sCJD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CJD라고 부르는 질환은 전통적으로 sCJD를 지칭하는 것입니다. vCJD는 BSE로부터 기원하여 인간에 질병을 일으킨 것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한다면 BSE가 상위개념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아니면 BSE로 인하여 발생한 TSE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용선교수님도 앞서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전염성 해변상 뇌병증(TSE)의 종류를 나누면서 인간의 TSE에 쿠루, CJD(sCJD, iCJD, fCJD), 변종CJD(vCJD), GSS, FFI 등이 속한다고 정리하였습니다.

변호인측은 미시시피주정부의 문건 등에서 a variant of CJD라고 적은 것이 vCJD를 이름하는 것이라던가 CJD(mad cow disease)라고 적고 있는 문건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vCJD가 확인되었던 초기에는 과학적인 사실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빚어진 혼란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같은 개념인 vCJD와 nvCJD를 CJD군에 포함시키는 우를 범하였겠습니까?

a variant of CJD라고 하는 문장이 반드시 vCJD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iCJD나 fCJD 역시 a variant of CJD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저 의미없는 문제제기였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상이 지난 주 심리에서 주고받았던 논점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의학분야는 매우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입니다. 옛날에 발표된 자료를 근거로 내세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교과서에 실려 있는 내용이 지금까지의 정설일 수 있습니다만, 최근의 연구성과로 얼마든지 새로운 관점과 해석이 가능한 것입니다. 새로운 관점을 부정해서는 학문의 발전이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김용선. 광우병과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가정의학회지 2004;25:509-518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관리대책.(2008년 5월 5일)
Bishop MT, Hart P, Aitchison L, Baybutt HN, Plinston C, Thomson V, Tuzi NL, Head MW, Ironside JW, Will RG, Manson JC. Predicting susceptibility and incubation time of human-to-human transmission of vCJD. Lancet Neurol. 2006 May;5(5):393-8.
Byung-Hoon Jeong et al. Polymorphism of the prion protein gene (PRNP) in a Korean population. J Hum Genet 2004;49:319-324
Byung-Hoon Jeong et al. Association of sporadic Creutzfeldt-Jakob disease with homozygous genotypes at PRNP codons 129 and 219 in the Korean population. Neurogenetics 2005;6:229-232
Shibuya et al. Codon 219 Lys alles of PRNP is not found in sporadic CReutzfeldt-Jakob disease. Ann Neurol 1998;43:826-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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