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모교인 S대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로 계시는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바로 받지 못하고 전화해 달라는 전갈을 받고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전화를 했더니 "xxx 환자가 니네 병원에 다녔던 모양이다. 부정맥으로 나한테 왔는데...글쎄 심전도는 정상이고..니네 병원에서 진단명이 뭐였냐? 심전도를 찍었었냐?" 라는 실망스런(?) 용건이었습니다..^^ 아무튼...그래도 하늘같은 선배의 요청이라 "이거 환자의 서명이 있는 동의서 없이 진료기록 알려 드리는 것은 불법이거든요?"라는 약간의 반항을 해가며 찾아서 봤습니다.

그 환자는 심방세동이 발작성으로 오는 환자였더군요. 저희 병원에 오랫동안 다녀서 심전도를 자주 찍었는데 정상이었다가 갑자기 심방세동이 오고 또 정상이 되곤 하더라구요. 그러니 환자는 또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려서 대학병원을 방문했는데 도착해서 찍은 심전도에서는 정상...이렇게 된 것이지요. 선배의 요청에 따라 저희 병원에 보관되어있던 환자분의 심전도 (즉, 심방세동이 일어났던 때 찍었던)를 팩스로 보내 드렸습니다. 진료에 많은 도움이 되었음이 틀림없겠지요...^^

그런데 이런 일은 조금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심전도라는 것은 가슴에 전극을 붙여서 심장이 뛰는 양상을 알아보는 검사방법이라는 것은 다 잘 아시겠지요?


이런 심전도로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질환들도 알 수 있지만 역시 부정맥의 진단에는 정말 필수적인 검사방법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부정맥은 항상 일정하게 부정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가끔 정상인 상태에서 심전도를 찍어도 부정맥의 원인을 알 수 있는 WPW 증후군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발작성으로 아주 잠깐씩 부정맥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심전도를 찍는 것은 하루 10만번 이상 뛰는 심장의 박동중에 기껏 20회남짓...이 심전도로는 환자가 호소하는 심계항진 또는 서맥의 원인을 찾기란 조금 과장하면 로또 당첨될 확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24시간동안의 심장박동을 기록할 수 있는 기기입니다.


심전도 전극을 가슴에 붙이고 이런 저장기구를 차고 다니다가 24시간후에 병원에서 해체한 후 약 10만번의 심장박동을 분석하는 방법이지요. 이것은 비교적 심계항진의 이상을 잡아내는 데 유용합니다. (최근에는 72시간까지 기록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하는데 제가 그 것까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렇지만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다보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1주일에 한 두번, 한달에 한 두번 올 때도 있다고 하는 환자도 꽤 있고...이럴 때는 참, 답이 없습니다. 하루종일, 또는 3일을 기록해도 그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허탈하지요...

그래서...저는 이런 환자에게 이런 조언을 해 드립니다. (저는 순환기내과가 아니어서 이런 환자를 많이 보지는 않지만)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자주 나타나지 않고 병원에 가서 심전도를 찍어보면 정상이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면....그런 증상이 생기면 무조건 가까운 의원이나 밤에는 병원 응급실에 찾아가시라구요. 심전도는 그리 비싸거나 어려운 검사가 아니므로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증상이 나타날 때 빨리 가까운 곳에서 심전도를 찍어 그 때의 심전도를 기록만 할 수 있으면 병의 진단에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답니다. 처음에 예를 든 그 환자도 저희병원에서 기록된 부정맥이 발생할 당시의 심전도가 있어서 아주 쉽게 진단을 할 수 있었던 경우이지요.

그러니...심장은 가끔 콩닥콩닥 뛰는데 병원에서 심전도를 찍어보면 정상이라고 하거들랑..증상이 생겼을 때 가까운 의원이나 응급실을 찾으세요. 그리고 말씀하세요. "제가 부정맥이 있는 것 같은데 심전도가 정상이라고 하네요. 지금 가슴이 뛸 때 심전도를 좀 찍어봤으면 합니다."라구요..그리고 그 심전도의 사본을 가지고 주치의나 심장전문의를 찾아가 보세요...

물론 심장이 뛰는 느낌이 있다고 모두 다 부정맥은 아닙니다. 불안장애나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과적인 질환, 갑상선기능항진증등 다른 원인에 의해 심계항진을 느끼는 경우도 있답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도 본인이 심계항진을 느낄 때 심전도를 찍어보니 정상이더라...하는 것도 도움이 되긴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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