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에 출간된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보셨나요? 전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였고 국내에서도 상당히 많이 팔렸습니다. 이 소설을 최근에 영화로 만들어 화제가 되고있는데요, 사실 이 소설은 일본에서 2년전에 이미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에 한국 영화배우 이완씨(김태희씨의 남동생)가 출연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화 배경이 일본에 맞게 각색이 돼서 주인공 이름이 '베로니카'가 아니라 '토와'고 코믹한 요소도 많이 가미되었습니다. 최근에 개봉된 미국판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나 원작 소설과 비교하면서 보신다면 재미가 더하실 것 같습니다.


⑥ 자살을 시도했을 땐, 즉시 앰뷸런스를 부르고 응급처치를 시도한다.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20대 젊은 여주인공 토와가 약물을 복용하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자살에 실패 후 부작용으로 7일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그 가운데 살아야하는 이유를 찾고 살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느낀다는 교훈적인 내용에 소설과 마찬가지로 반전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베로니카는 자살하려고 했을까요?

자살은 생물학적인 요인, 정신적 요인,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달리 말하면 한 개인의 자살의 원인에 대해 딱 이것이 원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될 것 같습니다. 자살의 위험인자 질병으로 알코올, 정신분열, 우울증을 꼽는데요, 우울증이 있는 경우 정신과적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비극적인 결말을 예방하는데 중요하다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의 심리적 원인은 여러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욕구 좌절에 의한 자살이 있습니다. 영화 킬미에서 처럼 사랑의 실패로 인해 자살하는 것도 여기에 들어가고, 중요한 관계의 단절 예를 들면 배우자나 가족과의 사별이 주는 단절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욕구 좌절에는 자신이 가진 명예가 손상되는 것도 포함됩니다. 극심한 수치와 모욕을 자살로 씻어준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부당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자살하는 것도 자신의 명예를 되살리기 위한 자살이란 측면에서 크게 욕구 좌절에 의한 자살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두 번째는 심리적 고통의 출구로서의 자살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자살 시도는 극심한 심리적 고통 끝에 이뤄집니다. 극심한 심리적 고통이란 것이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만 대개 좌절과 그로 인한 심각한 정서적 위축, 업무를 할 수 없을만큼의 고통을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 오면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일부는 마땅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절망적 현실로부터의 도피로서의 자살이 있습니다. 현실은 삶을 떠받치는 힘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현실이 빈약하면 힘을 잃고 절망적으로 생각하고 반대로 현실이 희망적이거나 좋으면 자신감을 얻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개인의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심리적인 절망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바라는 이상과 기대감이 크고 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좌절감이 클 경우 심리적인 억압을 받게 되고 이에 대한 도피로써 자살을 생각하게 됩니다.

네 번째로 자기파괴적 본능에 의한 자살이 있습니다. 정신분석자인 프로으드에 의하면 인간은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이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삶을 영위하려는 노력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죽음의 길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라는 것이죠.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난 뒤에 위대한 위인이 탄생하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 속에서는 건설적인 생각보다 완벽한 인생을 살지 못하는 나에게 쉽게 좌절하고 또 포기하게 되는 것이죠.

다섯 번째로 보복성 자살이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무기력함을 비관해 자기처벌성 자살을 택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자살의 원인을 타인에게 전가시키는 가해적인 자살이 있기도 합니다. 보복성 자살은 자신을 파괴하면서 상대방을 치명적으로 훼손하려는 의도를 가진 자살입니다.


세상에는 베로니카와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자살이 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세계 보건기구 WHO 통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3천명이 자살을 한다고 합니다. 달리 표현하면 30초에 한명씩 자살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인류를 위협하는 여러 원인 중 상위 20위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자살 문제 역시 사회뿐 아니라 개인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경찰청 통계연감을 보더라도 증가세가 늘고 있는데요, 1993년 7600명에 비해 2005년 14000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되었습니다. 통계청의 2007년 사망원인통계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의 사망원인 1위는 악성신생물이고 2위가 뇌혈관 질환 3위가 심장질환입니다. 놀랍게도 4위가 고의적인 자해, 즉 자살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망원인 순위별 추이를 보면 1997년에는 8위였다가 2006년에는 5위, 2007년에는 4위까지 올라서, 안타깝게도 OCED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모방자살의 문제점 그리고 미디어의 책임

그렇습니다. 특히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사례가 있는데요 이를 ‘베르테르 효과’라고 부릅니다. 독일 문호 괴테가 1774년 출간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한 말인데요, 남자주인공의 베르테르가 비극적 자살을 하는 내용입니다. 출간당시에 유럽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작품속 주인공의 삶에 공감해 젊은 세대들의 자살이 늘어나 일부 유럽에서는 발간이 중단되는 일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방자살, 동조자살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이야기합니다. 최근에도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을 접하고 그 방법을 모방하는 사례가 보도되기도 하는데요, 자살의 경우 실제 전염병은 아니지만 전염성을 가진다고 이야기할 만큼 파급력이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살을 보도하는 미디어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WHO에서도 방송인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고요, 국내에서도 2004년에 자살예방전문가가 권고하는 언론의 자살 보도기준이 있습니다. 자살 보도가 대중 특히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고려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데요 사건을 이해하는데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자살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말고,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자살 동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하지 말 것, 그리고 자살한 사람을 영웅시 혹은 미화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일부 선정적 보도를 하는 매체가 있고 그로 인한 경쟁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 다른 베르니카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자살 징후가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발굴하고 개입하느냐에 따라 목숨을 살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자살 징후에 대해 널리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죠. 대표적인 자살 징후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응급의학협회(American College of Emergency Physicians)’의 린다 로렌스 박사팀이 제시한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11가지 징후’

①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슬퍼질 때
② 삶의 의욕이 사라져 무엇을 해도 기쁨이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할 때
③ 부쩍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 때
④ 자살에 쓰이는 약에 대한 정보를 궁금해 할 때
⑤ 어떤 날은 기분이 매우 좋고 어떤 날은 심하게 우울해지는 등 감정의 기복이 클 때
⑥ 사소한 복수에 연연하는 등 화를 주체하지 못할 때
⑦ 식습관, 수면습관, 표정, 행동 등이 이전과는 달라졌을 때
⑧ 운전을 험악하게 하거나 불법적인 약을 복용하는 등 위험하고 파괴적인 행동을 할 때
⑨ 갑자기 침착해질 때 (자살을 결정하면 차분해진다)
⑩ 학교생활, 인간관계, 직장생활, 이혼, 재정적 문제 등 삶의 위기를 느낄 때
⑪ 자살과 관련된 책에 흥미를 느낄 때

타인의 자살충동이 느껴질 때 지켜야할 6가지 수칙

① 혼자 두지 마라. 주변에 총, 칼, 약처럼 자살에 사용될 수 있는 물건들이 방치돼 있을 땐 더욱 위험하다.
②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마라. 911(한국은 국번 없이 119)이나, 지역응급센터, 의사, 경찰,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한다.
③ 도움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동안엔 차분하게 대화를 하라. 시선을 마주하고 손을 잡고 대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④ 자살방법 등의 자살계획을 면밀하게 세워뒀는지 대화를 통해 알아둬라.
⑤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상기시켜라.
⑥ 자살을 시도했을 땐, 즉시 앰뷸런스를 부르고 응급처치를 시도한다.

더불어 국가가 자살 예방에 대한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자살을 실패할 경우 의료기관에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지고 퇴원하거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합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 해결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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