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에서는 NEJM이나 lancet, JAMA 등 유수한 잡지에 많이 내지 못할까? 의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누구나 해봤음직한 고민일 것이다.

1. 영어가 딸려서
2. 연구비가 적어서
3. 연구 여건이 열악해서
4. 서구권에서 발간되는 잡지여서?

이중 특히 영어의 문제는 한국 학자라면 누구나 느꼈을 문제일 것이다. 논문이 reject 될 때 마다, 순수 native Korean인 필자의 영어 실력을 원망하며, 영어권 저자들이 쓴 좋은 영어 표현을 옮겨 보기도 하고, 영문 교정 업체를 바꾸어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논문의 quality를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은 영어 그 자체 보다, 비논리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한 writing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연구 가설이나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영어를 아무리 fluent하게 쓴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논문을 잘 써서 publish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논문을 체계적으로 잘 쓸까?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얻을 수 있을까 하여 지난주에 한국 Elseiver에서 주최하는 “2009 Scientific Writing and Publishing for International Journals”에 참석하게 되었다. (참석할 기회를 준 헬스로그 담당자께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the Lancet의 Executive Editor 인 Dr Summerskill가 온다고 하여 기대를 하고 갔다.

토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자분들이 참가하여 강좌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The lancet에서는 작년부터 Asia tour를 개최하여 태국, 인도, 등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비슷한 강좌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The lancet이 아시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4. 사소한 실수들로 인해 논문의 quality를 깎아 먹지 말자.
강좌 사진 (핸드폰 사진이어서 화질이 좋지 않네요)


이 강좌를 들으며 나름대로 느낀 점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research question을 명확하게 하자
 생각보다 research question이 불분명한 연구들이 많다고 한다. Research question이 명확해야, research design도 제대로 될 수 있고, 결과 해석도 제대로 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p<0.05, positive result에 목숨을 거는 경우가 많은데, Research question이 명확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간에 의미 있는 것임을 잊지 말라고 editor는 당부했다.

2. writing은 simple and clear하게.  
과학 논문은 문학이 아니다. 가급적이면 Simple and clear, 짧고 간결하게.. 기술할 때에는 CONSORT나 STROBE를 충실히..

3. editor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Editor 입장에서 출판 여부를 결정할 때 아래의 사항을 고민하게 된다고 한다.
-Research that is going to change thinking
-Interest to a wide audience
-First and last
-Ethically sound
-Robust methods
-Reported fully

4. 사소한 실수들로 인해 논문의 quality를 깎아 먹지 말자.
우선, 잡지마다 투고 서식들이 다 다르니, 투고 규정을 꼼꼼하게 읽어봐야 한다. 투고 규정을 읽지 않으면, 에디터가 볼 때 ‘다른 잡지에 떨어지고 나서 우리 잡지에 투고 하는 구나’ 라고 생각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소한 실수들에도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나 역시도 논문 review 요청이 들어올 때, 스펠링이나 reference 서식이 틀리거나, organization이 잘 안되거나 (가령 discussion에 들어가야 할 내용이 introduction에 들어간다던가 하는...) 혹은 typographic error가 있는 논문들은 좋게 봐지지가 않는다.

물론, 연구 성과를 중심으로 review를 해야지 그런 사소한 것으로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된다. 하지만, 사소한 규정도 못 지키는 사람이, 연구 규정을 얼마나 충실히 잘 지켰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typo만 해도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니 typo가 생길 수 있고, 나 역시도 typo를 흔히 범한다. 하지만, typo가 final manuscript에 남아 있다는 것은 이를 잡아 낼 만큼 다시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았다는 의미이고, 그런 typo가 manuscript 곳곳에 남아 있을 경우 논문의 신뢰성에 의문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점을 잘못 찍었다던가 하는 사소한 실수로 인해, 억울하게도 연구 내용 전체가 폄하 당할 수 있게 된다.


글을 마치며

수석 합격한 사람이 와서 공부 잘하는 법을 강의해 준다고 하거나, 유명한 투자자가 와서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한 강의를 해준다고 하면, 이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비법이 있지 않을까 솔깃한 마음을 갖게 된다. 하지만, 결국 공부를 잘 하려면 수업을 잘 듣고 예습 복습 잘하는 수 밖에 없으며,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고 돈을 적게 쓰고 저축하고 투자하는 수 밖에 없다. 사소한 요령이 효율성을 높여주는 tip은 될 수 있을 지 몰라도 근본은 될 수 없고, 근본 없이 요령만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이번에 Elseiver에서 주최한 “2009 Scientific Writing and Publishing for International Journals”을 들으며 논문을 잘 쓰려면, 결국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해봤다. 글을 잘 쓰려면 다독 (多讀), 다작(多作), 다상량 (多商量) 이 외에 그 어떤 방법도 없듯이 말이다.

마지막으로 Scientific writing에 대해서 도움 될 만한 책 몇 권 소개하고자 한다.


영문의학논문 작성 매뉴얼, 범문사, 민양기 저


이비인후과 민양기 선생님의 책. 아마도 가장 많이 보는 책이 아닐까 싶다. 기초적인 논문 작성 법에서부터 영어 표현의 실제까지 구체적으로 잘 다루어져 있다. 추천!!
 
 
How to write and publish a scientific paper 6th edition, Robvert A. Day and Barbara Gastel


다소 일반론 적인 이야기를 쓴 책이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스누피 만화가 무척 재미있음
 

의학 연구논문 영문작성법 MIMI ZEIGER M.A, 김형묵역, 고려의학

예제가 많아서 도움되는 책이다. 일반론 적인 원칙이 논문작성 실전에 어떻게 이용되는지 예제가 많고, 연습 문제도 있어 실전에 도움이 된다.  


과학글쓰기를 잘 하려면 기승전결을 버려라, 강호정 저, 이음 출판사


과학 글쓰기가 왜 문학과 다를 수 밖에 없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많은 과학자들이 왜 글쓰기에서 실수를 범하는지를 다룬 책.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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